그림으로 보는 자연

겨울에도 잎 푸른 '맥문동'… 말린 뿌리는 기침 특효약

입력 : 2014.10.23 05:26 | 수정 : 2014.10.23 09:01

우리나라 가을 하늘은 참 맑아. 늘 머리 위에 있는 하늘이지만, 맑아서 그런지 더 높아 보여. 깨끗한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면 미처 몰랐던 것들이 새롭게 눈에 띄기도 한단다. 한층 색이 바랜 덤불 사이에서 잘 익은 나무 열매들을 발견할 수도 있지.

높은 빌딩 옆 그늘진 화단에서도 반짝이는 검은 열매를 조롱조롱 단 맥문동을 볼 수 있어. 맥문동은 그늘에서도 잘 자라서 요즘 아파트나 빌딩의 꽃밭, 길가 화단에 많이 심거든. 지난봄에서 여름 사이 기억을 잘 더듬어 봐. 길을 오가며 길쭉하게 올라온 보라색 꽃대 끝에 아주 자잘한 보랏빛 꽃들이 다닥다닥 핀 맥문동을 본 적이 있을 거야. 그 꽃들이 진 자리에 보석처럼 예쁜 까만 열매들이 달린단다.

맥문동 일러스트
그림=이재은(호박꽃‘내가 좋아하는 꽃’)
맥문동(麥門冬)은 추운 겨울에 잎 모양이 보리랑 비슷하다고 붙은 이름이래. 한자 이름이라 좀 어렵게 느껴지지? 맥문동 뿌리를 살펴보면, 재미난 점이 있어. 짧고 굵은 뿌리줄기에서 또 뿌리가 길게 뻗는데, 그 끝에 못난이 땅콩처럼 생긴 것들이 달렸거든. 이 덩이뿌리는 약으로도 쓰이고, 마시는 차로도 쓰여. 잘 말려서 달여 먹으면, 기침을 멎게 하고 몸에 기운이 나게 하는 데도 좋대.

맥문동의 땅 위 모습도 살펴볼까? 뿌리줄기에서 여러 잎이 모여서 나와. 30~50㎝ 기다란 잎은 꼿꼿하지 않고 중간부터 치렁치렁 휘어 있어. 겨우내 눈 속에서도 푸릇푸릇하지. 맥문동은 그늘지고 축축한 곳에서도 잘 자라서 잔디 대신 심곤 한단다.

어때? 내년엔 맥문동을 한번 심어 보지 않을래? 봄·여름에는 고운 빛깔의 꽃이 피고, 가을·겨울에는 푸릇푸릇한 잎과 반질반질한 검붉은 열매가 돋보여서 사계절 내내 즐거울 거야.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