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15년간 쌓였던 98m 쓰레기 산… 지금은 억새꽃 활짝 핀 '꽃섬'
[103] 서울 월드컵공원 하늘공원
요즘처럼 화창한 가을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요? 자연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더욱 좋고요. 그렇다면 이번 주말에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서울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으로 나들이를 가보면 어떨까요? 지금 이곳은 어린이 키만 한 억새가 꽃을 활짝 피워 장관을 이루고 있거든요. 해마다 이맘때면 억새 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오는 17일(금)부터 26일(일)까지 열린답니다. 축제 기간에는 밤에도 공원을 개방하여 하늘공원의 멋진 풍경 너머로 서울의 야경까지 즐길 수 있어요.
'하늘공원'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작은 산은 원래는 산이 아니었답니다. 바로 옆에 높이 솟은 노을공원도 마찬가지고요. 두 개의 작은 산은 사실 모두 쓰레기로 채워진 산이에요. 이 지역은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동안 서울 시민이 버린 쓰레기를 매립하던 곳이거든요. 생활 쓰레기뿐만 아니라 산업 폐기물과 건설 폐자재 등도 이곳에 묻었는데, 15년간 쌓인 쓰레기 더미의 높이가 98m에 달했다고 해요. 쓰레기의 양이 8.5t 트럭 1300만대 분량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어마어마했을지 상상이 되나요? 쓰레기로 가득 찬 매립지는 악취와 먼지가 심했어요. 난지도 주변을 지나가려면 냄새 때문에 코를 막고 지나가야 했지요. 김포쓰레기매립장이 건설되어 더는 쓰레기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이곳은 완전히 죽은 땅이 되었습니다. 쓰레기가 썩으면서 생긴 메탄가스와 침출수가 환경을 오염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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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년 이맘때면 서울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에서 억새 축제가 열려요.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억새꽃을 보며 가을을 만끽한답니다. /채승우 기자
그런데 몇 년 후 더는 생물이 살 수 없을 것 같던 이곳에 풀과 나무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생태계가 스스로 살아난 것이에요. 서울시는 난지도의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거대한 공사를 시작했어요. 우선 가스를 모아 뽑아내는 포집공과 소각 시설을 설치하였어요. 쓰레기 더미에서 배출된 메탄가스를 난방열과 천연가스로 바꿔 공원을 비롯한 주변 지역에 공급하고 있지요. 하늘공원에 있는 커다란 바람개비는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타워예요. 또 매립지 주변 지하에 벽을 세워 침출수가 한강으로 흘러들지 못하게 하고, 침출수 처리장을 따로 설치하였어요.
그리고 지난 2002년 열린 제17회 월드컵축구대회를 앞두고, 상암 월드컵경기장을 건설하면서 그 일대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노을공원, 평화의 공원 등을 만들었답니다. 12년이 지난 지금 이곳은 일년 내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탈바꿈하였지요. 이곳이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난지도(蘭芝島)'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먼 옛날 이곳은 난과 영지버섯이 자라던 섬이었다고 해요. 철 따라 온갖 꽃이 만발하여 '꽃섬'이라고도 불렸고요. 하늘공원은 한때 우리의 잘못으로 파괴되었던 자연이 회복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하늘공원에서 억새꽃을 보면서 한껏 가을을 느꼈다면, 그 옆의 노을공원에도 올라가 보세요. 색다른 정취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1분 상식] 억새와 갈대, 어떻게 다른가요?
억새와 갈대는 생김새가 비슷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요. 둘 다 볏과의 여러해살이식물이거든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점도 많아요. 우선 억새는 대부분 산과 들에서 자라지만, 갈대는 물을 좋아해서 늪이나 호수 같은 습지, 강가에서 주로 자랍니다. 또한 억새는 줄기 속이 차 있지만, 갈대는 줄기 속이 비어 있어요. 억새는 키가 1~2m 정도이며, 은빛 나는 하얀색 꽃을 피웁니다. 이와 달리 갈대는 억새보다 키가 커서 2~3m에 이르며, 꽃 색깔은 갈색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