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영웅의 삶, 나를 일깨울 거울로 삼아요
[36]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고대 그리스·로마 영웅을 짝지어 비교
입체적 인물로 그려낸 플루타르코스, 절제·관용 보인 알렉산드로스 높이 사
뛰어난 정치가·장군이었던 카이사르, 실속 없이 헛된 명성 추구했다고 평가
여러분은 '영웅'이라고 하면, 어떤 인물이 떠오르나요? 최근 '명량'이라는 영화를 통해 재조명된 이순신 장군처럼 과거에 훌륭한 업적을 쌓은 위인을 생각하는 친구가 많을 거예요. 아니면 수퍼맨이나 배트맨, 아이언맨처럼 초인적 능력과 최첨단 장비로 사람들을 구하는 가상의 영웅을 떠올리는 친구도 있겠지요. 오늘은 영웅 이야기의 고전인 플루타르코스의 '영웅전'을 함께 살펴볼 거예요. 이 작품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이 등장한답니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의 원래 제목은 '대비열전(對比列傳)'이에요. 그리스인이면서 로마 시민권을 얻기도 했던 플루타르코스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영웅들의 일대기를 썼는데,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성격·업적 등을 비교하였답니다. 그런데 그는 이 책에서 영웅들의 위대한 면만을 부각시키지 않아요. 영웅들의 성격, 특징, 성장 환경 등이 잘 드러나는 여러 가지 일화를 보여주며 각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지요. 플루타르코스는 본격적인 인물 비교에 앞서 독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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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내가 이들의 널리 알려진 행적을 모두 언급하지 못하거나 개별 행적을 세세히 기술하지 못하고 대부분을 요약하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부탁하는 바이다. 한 인간의 미덕이나 악덕이 언제나 그의 가장 탁월한 행적에서 드러나는 것만은 아니며, 수천 명이 전사한 전투나 엄청난 전쟁 장비, 도시의 포위보다도 우연한 발언, 농담 같은 하찮은 일에서 한 인간의 성격이 오히려 더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플루타르코스가 기록한 여러 영웅 가운데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는 우리에게 특히 잘 알려진 인물이에요. 알렉산드로스는 마케도니아 왕국의 전성기를 이끌며 페르시아와 서인도까지 정복했던 전설적 인물이고, 카이사르는 제1차 삼두정치를 시작으로 로마의 황금기를 이끈 사람이지요. 두 사람 모두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도 플루타르코스가 쓴 알렉산드로스와 카이사르의 전기를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즐겨 읽었다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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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대 로마의 정치가·장군이었던 카이사르의 조각상. /위키피디아
플루타르코스는 알렉산드로스의 인간성과 인격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는 알렉산드로스가 음식과 술, 재물에 대해 뛰어난 절제력을 보인 일화와 전쟁에서 승리한 후 적에게 관용을 베푼 일화로 이를 뒷받침하였어요. 또한 스승 아리스토텔레스에게 "권력보다 최선의 것들에 관한 지식에서 다른 사람들을 능가하고 싶다"고 말하며 남다른 지적 욕구를 보여준 모습, 아버지 필리포스 2세의 승전 소식에 자신이 미래에 정복할 땅이 남지 않겠다며 강한 승리욕을 드러낸 모습, 정복한 땅의 사람들을 무력으로 다스리기보다는 그들의 관습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도록 유도한 모습 등을 통해 알렉산드로스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지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서 드러난 알렉산드로스의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습니다.
그런가 하면 플루타르코스는 카이사르에 대해 야심과 추진력을 갖추었으며 유리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어요. 카이사르가 냉철한 판단력과 논리를 앞세워 상대방을 설득하는 모습은 여러 일화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동시에 탁월한 정치 연설을 통해 민중파의 핵심으로 떠오른 카이사르의 행적을 주목하며, 그가 민중의 심리를 잘 알고 이용한 모습도 보여줘요. 군인·장군으로서의 능력 또한 위대한 전쟁 영웅들에 견주어도 손색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병사들에게 호감을 사 충성심을 심어준 일화와 다양한 전술을 써서 여러 전투에서 승리한 일화로 이를 뒷받침하였지요. 하지만 플루타르코스는 카이사르가 평생 추구한 권력과 통치권에 대해서는 '실속 없는 헛된 명성'이었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이야기
영웅(英雄)이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말해요. 이러한 영웅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강한 리더십'과도 연결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영웅의 리더십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살피기보다는 그가 이룬 업적이나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곤 해요. 과연 우리 사회가 몇몇 영웅의 강한 리더십만으로 바르게 나아갈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이 극단적으로 펼쳐지면 사회는 '영웅주의'나 '엘리트주의'에 빠집니다. 그러면 다수의 대중은 '무능력한 개인'으로 전락하고 말지요.
많은 역사책이나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가 '영웅사관'의 관점에서 그려졌어요. 하지만 이렇게 몇몇 영웅의 입장에만 몰두하면, 역사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보기 어렵답니다. 우리는 영웅의 활약 뒤에는 항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낸 다수의 대중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해요. 역사라는 큰 틀 속에 영웅과 대중은 늘 함께 존재했으니까요.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을 쓰면서 장단점이 뒤섞인 영웅들의 모습을 거울삼아 자신의 삶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나가야 할지를 배웠다고 말했어요.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영웅의 삶을 입체적으로 살펴보며, 자신의 삶에 적용할 만한 내용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때로 영웅이 나타나 어려운 상황을 단번에 해결해 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우리 삶을 잘 이끌어 나가려면 마음 한쪽에 영웅의 자리를 남겨두되, 영웅에게만 너무 의지하지 않는 굳건한 자세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은 미래의 후손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만약 후대의 누군가가 여러분의 일상적 모습이나 생활 태도, 또는 여러분에게 벌어진 사건을 객관적 눈으로 평가한다면, 과연 어떻게 기록될지 상상하여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