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탄생

편리한 가전제품, 누가 만들었을까

입력 : 2014.10.14 05:59 | 수정 : 2014.10.14 09:18

1901년 부스가 발명한 진공청소기… 큰 진공펌프로 먼지 흡수했어요
스팽글러, 전기모터 써서 소형화

하인들이 비싼 그릇 깨지 않도록 19세기 말 식기세척기 만든 코크런

여러분, 집 안을 한번 둘러보세요. 청소·빨래 등 집안일을 도와주는 대표적인 가전제품은 무엇일까요? 바로 청소기와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이에요. 만약 여러 가지 가전제품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집안일을 하는 데 많은 힘과 시간을 쓰고 있겠지요? 그런데 이런 가전제품은 누가 왜 만들었을까요?

기계로 먼지를 제거하려는 시도는 19세기에 시작되었어요. 1842년 회전하는 솔이 달린 청소기가 발명되었고, 뒤이어 1871년에 증기기관이 달린 청소기가 개발되었거든요. 하지만 이 청소기들은 성능이 나빠서 사용하려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던 중 영국의 허버트 세실 부스가 런던에서 열린 신기술전시회에서 먼지를 쓰레기통으로 보내는 기계를 보고, '먼지를 빨아들이는 청소기'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는 여러 전문가를 찾아가 이 아이디어에 대해 의논하였지만, '그런 청소기는 개발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어야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부스가 친구들과 식사하고 있을 때 갑자기 새로운 생각이 떠올랐어요.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의자 덮개 위에 펼치고는 입을 대고 힘껏 빨아들였지요. 그러자 손수건에 입 모양의 먼지 얼룩이 생겼습니다. 부스는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먼지를 빨아들이는 청소기 개발을 시작하였어요. 노력 끝에 1901년 가솔린엔진으로 움직이는 커다란 진공펌프로 먼지를 빨아들인 다음, 필터가 달린 용기 속으로 보내는 진공청소기를 발명하는 데 성공하지요. 하지만 이 청소기는 너무 크고 무거워서 건물에 들일 수가 없었답니다. 청소기를 마차에 실어 건물 앞까지 운반한 뒤, 사람이 구불구불한 긴 관을 건물에 밀어 넣어서 청소해야 했대요.

[가전제품의 탄생] 편리한 가전제품, 누가 만들었을까
/그림=정서용
그 이듬해 부스는 영국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을 준비하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양탄자 청소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진공청소기로 양탄자를 말끔하게 만들지요. 이 이야기를 들은 왕이 버킹엄궁전과 윈저성에서도 부스의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게 하였고요.

진공청소기가 집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크기를 줄인 사람은 미국의 제임스 머레이 스팽글러예요. 그는 1908년 소형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진공청소기를 만들어 발명특허를 받았어요. 먼지를 빨아들이는 긴 관과 먼지를 모으는 봉지가 달린 청소기였지요. 이 청소기의 특허권을 사들인 윌리엄 후버가 회사를 세워 가정용 청소기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진공청소기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그렇다면 또 다른 대표적인 가전제품인 세탁기는 언제 만들어졌을까요? 최초의 세탁기는 18세기에 등장하였어요. 하지만 이 세탁기는 사람이 핸들을 움직여서 작동시키는 수동식 세탁기였답니다. 19세기에는 증기기관으로 세탁기에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증기의 압력으로 옷을 빠는 대규모 증기세탁소가 생겨났고요. 그러다가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전동기로 움직이는 세탁기가 처음 발명되었지요. 1930년대에는 타이머가 달려 세탁이 끝나면 자동으로 멈추는 세탁기가 개발되었고요. 1950년대에는 탈수 기능을 탑재한 세탁기가 등장하여 집안일 하는 사람들의 수고를 덜어주었습니다.

식기세척기는 19세기 말에 조세핀 코크런이라는 미국 여성이 발명하였어요. 그런데 사실 그녀는 직접 설거지할 필요가 없는 부유한 집안의 여성이었다고 해요. 코크런은 하인들이 설거지하면서 값비싼 그릇들을 깨뜨리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서 식기세척기를 발명하였답니다. 철조망 모양 선반에 접시와 컵, 그릇 등을 올려 구리로 만든 탱크 안에 넣은 다음, 세제가 든 물을 사방에서 높은 압력으로 분사하여 세척하는 기계였어요. 코크런은 1893년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식기세척기를 선보였지요. 그 편리함에 감탄한 호텔·식당 주인들이 연달아 식기세척기를 주문하자, 그녀는 식기세척기 제조 회사까지 세워요.

하지만 코크런의 식기세척기는 따뜻한 물을 많이 사용한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무렵에는 미국 가정에서 따뜻한 물을 마음대로 쓸 수 없었거든요. 1950년대 기술이 발달하여 일반 가정에서도 따뜻한 물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되자 식기세척기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어요.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습니다. 청소와 설거지, 빨래와 같은 집안일은 무척 힘들지만, 누군가 꼭 해야 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진공청소기와 세탁기, 식기세척기 같은 가전제품이 발명되었지요. 여러분도 주변을 둘러보고 생활 속에 꼭 필요한 것들을 찾아보세요. 그러면 여러분도 훌륭한 발명가가 될 수 있답니다.



윤상석 | 어린이 학습 도서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