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자, 이제 엄마가 청소기를 돌릴 거야. 바닥에 늘어놓은 네 물건 잘 챙기렴."

요즘은 대부분 가정에서 진공청소기를 이용해요. 진공청소기는 몸을 굽히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어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고, 먼지를 더욱 깨끗하게 빨아들일 수 있는 훌륭한 발명품이지요. 그렇다면 진공청소기에는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 있을까요?

'진공(眞空)'이란 물질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빈 공간을 의미해요.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물건을 다 치우고 나서 '방이 텅 비었다'고 말하는데, 사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우리 주위는 공기로 가득 차 있어요. 진공이 되려면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까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내부의 물질을 모두 빼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아요. 빈 페트병을 들고 입으로 페트병 내부의 공기를 힘껏 빨아들이면 어떻게 될까요? 페트병이 점점 찌그러지겠지요? 페트병이 찌그러지는 이유는 공기의 압력 차이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침대에 누워 있는데, 이불을 여러 겹으로 계속 덮어준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불을 덮을수록 이불이 누르는 힘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겠지요? 우리를 둘러싼 공기도 거대한 이불처럼 우리를 누르고 있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우리 몸속에서도 공기가 누르는 힘과 같은 힘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에요. 페트병이 찌그러진 이유도 여러분이 입으로 내부의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내부와 외부의 공기량이 달라져 외부에서 누르는 압력이 더 커졌기 때문입니다.

공기가 우리를 누르는 힘은 1기압인데, 이 1기압의 힘은 무척 강해요. 독일의 정치가이자 물리학자인 게리케(Guericke·1602~

1686)는 지름 40㎝의 구리 반구 2개를 붙여 놓고 그 속의 공기를 펌프로 뽑아낸 다음, 반구 양쪽에 줄을 달아 여러 마리의 말이 끌게 했어요. 그런데 양쪽에서 각각 8마리의 말이 당기게 한 후에야 붙어 있던 반구가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고 해요. 그만큼 우리를 둘러싼 공기의 압력이 세다는 뜻이지요. 당시 게리케가 붙인 반구의 내부는 완전한 진공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만약 완전한 진공이었다면, 더 많은 말이 끌어도 떨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완전한 진공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강한 공기압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장비가 필요한 데다, 현재의 기술로는 물체 내부의 기체 분자를 1㎤당 약 3만5000개 정도로 줄이는 게 한계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 상태에서도 충분히 진공 관련 실험이 가능하다고 해요.

그렇다면 완전한 진공은 없을까요? 놀랍게도 우주는 1㎤당 수소 원자 1개 정도만 들었기 때문에 거의 완전한 진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주인은 우주선 밖으로 나갈 때 반드시 우주복을 입어야 하지요. 우주복은 산소를 공급하기도 하지만, 우리 몸속의 공기 압력과 같은 압력이 작용하여 압력 차이로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답니다.

▲ /그림=정서용

그렇다면 진공청소기 안은 정말 진공일까요? 사실은 진공이 아니에요. 그럼에도 '진공청소기'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내부의 공기를 빼냈을 때 일어나는 압력 차이로 외부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원리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진공청소기 안의 모터가 내부의 공기를 바깥으로 빼내면 내부는 저기압, 즉 공기 압력이 낮은 상태가 되지요. 그러면 상대적으로 고기압(높은 공기 압력)이 된 외부 공기가 빈자리를 채우고자 안으로 들어가면서 먼지까지 빨려 들어가는 것이에요. 청소기 안의 먼지 봉투에는 미세한 구멍(필터)이 있어서 입자가 작은 공기만 다시 밖으로 배출되고, 입자가 큰 먼지는 봉투 안에 쌓인답니다.

이러한 진공청소기의 원리는 사실 기상현상이 일어나는 원리와 같다고 할 수 있어요. 기상 현상 역시 공기의 움직임 때문에 일어나거든요. 햇볕이 공기를 따뜻하게 만들어 위로 올라가게 하면, 주변의 공기가 그 빈자리를 채우고자 들어오면서 공기의 이동이 일어나요. 즉, 공기가 상승하는 곳은 저기압이 되고 공기가 하강하는 곳은 고기압이 되어, 바람을 일으키고 구름을 만들며 그로 인해 눈·비가 내리는 것이지요. 진공청소기 속에 자연의 원리가 담겼다니, 참 신기하지요?

알고 보면 위대한 발명 속에 자연의 원리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것은 오랫동안 균형 잡힌 질서를 유지하는 자연이 어쩌면 가장 완벽하게 설계된 발명품이라는 뜻은 아닐까요? 여러분도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 원리를 탐구해 보세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발명품이 여러분의 손에서 만들어지기를 기대할게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물질' 6학년 2학기 '날씨의 변화'


[함께 생각해봐요]

생활 속에서 진공이 응용되는 예를 찾아보세요.

해설: 음식이 상하는 주된 원인은 세균과 산소예요. 세균은 음식을 분해하며 독성 성분을 만들고, 산소는 음식 성분과 반응하여 음식을 변질시킵니다. 하지만 진공 포장을 하면 세균 침투를 막고 산소 접촉도 최소화할 수 있어요. 또한 진공 상태에서는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기 때문에 가열하지 않고도 건조시킬 수 있어 영양소 파괴도 최소화할 수 있지요. 라면이 오랫동안 바삭함을 유지하는 이유도 진공 건조되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