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과학의 왕, 세종대왕
수많은 발명품 만들어진 세종 시대
악기 조율기구, 해시계, 물시계… 세계 최초로 측우기도 만들었어요
정확한 측정 중요하게 여긴 세종대왕, 공평한 기준 있는 사회 실현하려 노력
이번 주 목요일(9일)은 한글날이에요. 세종대왕이 1446년 반포한 한글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디지털 시대에도 효과적으로 쓰일 만큼 매우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문자이지요. 세종대왕은 한글 창제만으로도 대왕(大王)이라는 칭호를 받을 만할 거예요. 하지만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은 이뿐만이 아니랍니다.
세종대왕은 역대 어떤 왕보다도 과학에 큰 관심을 둔 왕이었어요. 그래서 세종 시대에는 세계 과학사에 남을 만한 수많은 발명품이 만들어졌지요. 그런데 세종 시대 발명품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어떤 특권 계층을 위한 게 아니라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점이에요. 당시는 농업 발전이 곧 나라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시대였어요. 농사가 잘되어야 굶주리는 백성이 사라지고, 세금이 늘어 나라 재정이 탄탄해지며, 다양한 국가사업을 시행할 수 있으니까요. 농사는 비의 양, 즉 강우량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측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측우기(測雨器)'랍니다.
- ▲ 그림=정서용
많은 사람이 측우기를 장영실이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역사 기록은 없어요. 세종실록을 보면 '세자(훗날의 문종)가 가뭄을 근심하여 구리로 만든 그릇을 궁중에 두어 빗물이 고인 푼수를 조사하였다'는 기록이 있지요.
측우기는 빗물을 받아 자(주척)를 넣어 젖은 부분의 높이를 재는 비교적 간단한 원리로 되어 있어요. 그래서 겉보기엔 단순한 원통형 물그릇으로 보이지요. 하지만 그 형태에는 치밀한 과학적 설계가 숨어 있답니다. 입구가 너무 넓으면 비가 적게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 때 증발하는 빗물의 양이 많아질 수 있어요. 반대로 입구가 너무 좁으면 빗물이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지요. 또한 높이가 적당히 높지 않으면 땅에 튄 물이 그릇 안으로 들어가 정확한 양을 측정할 수 없어요.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하여 만든 측우기는 입구 지름이 약 14㎝, 높이 약 31㎝이며, 총 3단으로 분리되는 구조인데, 오차율이 0.51% 정도로 매우 정확하다고 해요. 원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측우기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쓰인 우량계이며, 세계기상기구(WMO)의 규격에도 맞는 놀라운 발명품이지요.
세종대왕은 모든 일에서 정확한 측정을 강조했어요. 그래서 정교한 측정 도구를 만드는 데도 힘썼지요.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세종대왕은 악기 소리를 정확하게 조율하는 '황종률관'이라는 기구를 탄생시켰는데, 이후 황종률관을 기준으로 '황종척'이라는 자가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황종척을 모태로 하여 '유척(鍮尺)'이라는 자를 만들었지요.
'암행어사' 하면 많은 사람이 마패를 떠올리지만, 마패는 그저 말을 빌리기 위한 물품일 뿐이에요. 진정한 암행어사의 상징은 바로 '유척'이었답니다. 유척은 길이 246㎜, 폭 12㎜, 높이 15㎜이며, 긴 사각기둥 모양이에요. 사각기둥으로 된 유척은 잘 휘어지지 않을뿐더러, 각 면에 다른 자를 새겨 넣어 자 하나를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어요. 각 면에는 악기 제조와 조율에 사용되는 '황종척', 옷감 거래 및 의복 제조에 사용되는 '포백척', 가옥과 성벽의 건축, 되와 말의 그릇 제조를 위해 쓰이는 '영조척', 왕궁품 및 제사 용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예기척'이 새겨져 있지요. 예기척이 새겨진 곳에는 토지를 측량하고 시신을 조사하는 데 쓰인 '주척'이 함께 새겨졌고요. 암행어사는 이 유척을 지니고 지방을 돌아다니며 세금 걷는 도구나 형벌 도구 등의 크기가 나라에서 정한 기준에 맞는지 측정하여 백성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부패한 관리들을 심판했답니다.
세종대왕은 정확한 시간 측정도 중요하게 여겼어요.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물시계인 '자격루'가 모두 세종 시대에 만들어졌지요. 앙부일구는 해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그림자 위치와 길이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시간을 재는 도구예요. 계절에 따라 바뀌는 해의 위치와 움직임까지 적용한 정교한 시계지요. 하지만 해시계는 해가 지고 나면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그래서 언제든 쓸 수 있는 물시계를 만든 것이지요. 특히 세종 시대에는 장영실이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자격루(自擊漏)'를 만들었어요. 자격루는 물을 흘리는 그릇 4개, 물을 받는 그릇 2개, 잣대 12개, 톱니바퀴 등이 정교하게 작용하여 잣대를 물에 떠오르게 하는데, 잣대가 일정한 높이에 설치된 구슬을 건드려 떨어뜨려서 종을 울리게 되는 구조예요. 즉, 부력과 중력, 지렛대의 원리 같은 다양한 과학 원리로 작동하는 정교한 장치랍니다.
세종대왕이 이렇게 정확한 측정에 관심을 쏟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준이 정확해야 분쟁이 사라져 공평한 사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은 오른손에 칼, 왼손에는 천칭을 들고 있어요. 칼은 정의를 지키는 힘, 천칭은 공평한 기준을 상징하지요. 세종대왕이 우리에게 가장 훌륭한 위인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백성을 위해 정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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