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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해시계·종묘제례악·편경… 동상 뒤에 숨은 '세종이야기'

입력 : 2014.10.01 05:36 | 수정 : 2014.10.01 09:10

[102] 서울 광화문광장 세종이야기 전시관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운 세종대왕 동상이에요. 그 앞에는 해시계 ‘앙부일구’가 놓였어요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운 세종대왕 동상이에요. 그 앞에는 해시계 ‘앙부일구’가 놓였어요. /토픽이미지

오는 9일은 한글날이에요. 우리는 공기의 소중함을 잊고 살듯이 한글의 소중함도 잘 모르고 지냅니다.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많은 사람이 글을 읽고 쓸 줄 몰랐어요. 중국 문자인 한자로 우리말을 적었기 때문에 양반이 아닌 일반 백성은 글을 쓸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세종대왕이 1443년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만들었답니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올바른 소리'라는 뜻이에요. 세종대왕은 성삼문·정인지·신숙주 등 집현전 학자들과 훈민정음을 만들었는데, 창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어요.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 싶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한다. 내가 이것을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쉽게 익혀서 날마다 편리하게 사용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되었어요. 특히 유네스코에서는 1990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에서 문맹 퇴치 사업에 공이 큰 개인이나 단체를 뽑아 '세종대왕상'을 시상하고 있답니다. 한글의 위대함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에요.

세종대왕의 업적은 한글뿐만 아니랍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아 인재를 뽑아 중국으로 유학 보내기도 하였어요. 그 결과 물시계인 자격루, 빗물의 양을 재는 측우기, 천체를 관측하는 혼천의, 해시계 앙부일구 등이 제작되었습니다.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서 박연에게 아악(雅樂·우리나라에서 의식 등에 정식으로 쓰던 음악)을 정리하게 하였지요. 더불어 악기도감을 설치하여 아악기를 제조하는 등 조선시대 음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였어요. 특히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된 종묘제례악 중 일부는 세종대왕이 직접 짓고 나중에 세조가 개편했다고 해요.

세종대왕의 다양한 업적을 자세히 알 수 있는 곳이 서울 광화문에 있답니다. 여러분도 광화문광장에 세종대왕 동상이 있다는 것은 잘 알지요? 세종대왕 동상 앞에는 측우기와 혼천의, 앙부일구 등이 있어요. 그리고 세종대왕 동상 뒤로 가면 '세종이야기'라고 쓰인 입구가 보입니다. 여기로 들어가면 세종대왕의 업적을 상세히 볼 수 있어요. 세종대왕의 출생과 품성, 취미, 연대기 등이 차례로 설명되어 있고, 훈민정음을 만든 과정과 원리도 쉽게 알려줍니다. 집현전 학자들이 한글 제작 원리와 사용 예시 등을 설명한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 1447년 훈민정음을 사용하여 처음 간행된 작품인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도 볼 수 있어요. 당시 제작된 편종·편경 등 국악기도 만나볼 수 있고요.

우리나라 전통 타악기인 ‘편경’ 사진
우리나라 전통 타악기인 ‘편경’이에요. /토픽이미지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해진다'고 강조했던 세종대왕. 서울 광화문광장을 둘러본 후에 세종대왕의 발자취를 더 느끼고 싶은 어린이는 부모님과 함께 경기도 여주로 떠나 보세요. 이곳에 세종대왕과 소헌왕후 심씨가 합장된 영릉(英陵)이 있답니다.

[1분 상식] '집현전'은 어떤 곳이었나요?

집현전(集賢殿)은 학자를 양성하고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 궁중에 설치한 기관이에요. 1420년 세종대왕이 기존의 집현전을 확대하여 설치하였지요. 집현전 학자들은 역사·지리·정치·경제·천문·문학·군사·농사·의약·음악 등 백성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분야를 연구하며, ‘고려사’ ‘농사직설’ ‘오례의’ ‘팔도지리지’ ‘삼강행실’ ‘월인천강지곡’ ‘의방유취’ 등 수많은 책을 펴냈답니다. 집현전은 뛰어난 학자를 많이 배출하여 조선 문화의 황금기를 이룩하였다는 평가를 받아요. 그러나 1456년에 세조가 자신이 왕위에 오른 것을 반대하는 사람 가운데 집현전 출신이 많다는 이유로 집현전을 폐지하였습니다.

임후남 |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