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예술 속 눈… 지혜·철학·마음을 담다

입력 : 2014.09.26 05:36 | 수정 : 2014.09.26 09:08

신화 속 신의 눈, 수호·행운·지혜 상징
열기구에 감탄해 나는 눈 그린 '르동', 편견·선입견의 위험 지적한 '마그리트'

시각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우리… 심안·혜안 가져야 행복한 삶 살아요

인간은 여러 가지 감각 중 시각(視覺)에 가장 많이 의존한다고 해요. 눈이 그만큼 중요한 신체기관이라는 뜻이지요.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나 봐요. "눈은 온 세상의 아름다움을 에워싼다"는 말을 남긴 것을 보면 말이에요. 눈이 인간의 감정과 심리,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는 증거물도 있습니다. 동서양의 신화·종교에 관련된 유물이나 예술 작품에는 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거든요.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고대 이집트의 신(神) 호루스의 눈이에요.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호루스는 우주를 다스리는 신으로, 매 모습을 하고 있어요. 호루스의 오른쪽 눈은 태양, 왼쪽 눈은 달을 상징합니다. 작품 1은 호루스의 한쪽 눈을 그린 것인데, 눈 밑의 나선형 곡선은 매의 깃털을 상징해요. 신성한 호루스의 눈은 이집트의 왕인 파라오를 지켜주는 상징물로 여겨졌으며, 불행한 사고를 방지하거나 행운을 부르는 부적으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작품 1~5.
이렇게 '신성함'을 상징하는 눈은 힌두교의 신 시바의 이마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시바는 브라흐마, 비슈누와 함께 '힌두교 3주신' 중 하나로, 힌두교 신도들이 무척 숭배하는 신이에요. 그런데 시바 신은 두 눈 말고도 눈 하나를 더 가지고 있답니다. 시바 신을 조각한 작품 2의 이마 한가운데를 보세요. 제3의 눈이 보이지요? 이 셋째 눈은 '심장의 눈'이라고도 부르는데,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한다고 해요. 또한 제3의 눈이 초자연적인 힘을 지녔다는 이야기도 전해져요. 시바 신은 화가 나면 제3의 눈을 부릅뜨고 무시무시한 불꽃을 뿜어내는데, 그 힘은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해요.

프랑스의 화가 오딜롱 르동은 환상적인 눈을 그렸군요. 작품 3에서는 커다란 눈이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날고 있네요. 인간의 눈이 비행한다? 르동은 어떻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을까요? 도전 정신과 모험심에 불타는 시대 분위기에 자극을 받아서예요.

르동이 이 그림을 그리던 시절, 실험적 예술가와 문인들은 비행기의 전신인 열기구에 푹 빠져 있었어요. 하늘을 날 수 있는 열기구는 무한한 자유와 현대성을 의미했거든요. 새가 되고 싶은 열망을 품은 예술가들은 열기구의 비행 정보를 접하면, 한달음에 달려가 구경하곤 했어요. 그리고 그 감동을 미술로 표현했지요. 르동도 열기구의 비행 장면을 본 예술가 중 한 사람이었어요. 그는 상상력의 대가답게 호기심이 담긴 눈, 감탄하는 눈을 열기구와 결합하여 환상적 작품을 창조한 것이에요.

그런가 하면 벨기에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철학적 눈을 그렸네요. 작품 4 속의 눈은 어찌나 맑은지 마치 잘 닦은 거울처럼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고스란히 비치네요. 그런데 왜 '잘못된 거울'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고 말하기 위해서예요. 우리는 흔히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어요. 그러나 놀랍게도 인간의 눈은 때로는 실제와 전혀 다르게 보기도 한답니다. 예를 들면 제주도에 있는 도깨비 도로는 실제로는 내리막길인데, 사람들 눈에는 오르막길로 보입니다. 선입견이나 편견,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같은 사람이나 사물을 다르게 보는 경우도 있지요. 마그리트는 눈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당신은 당신 눈을 믿을 수 있나요?' 하고 말이에요.

한편 미국의 화가 윌 바넷은 감시하는 눈을 그렸어요. 작품 5를 보세요. 미국 국기인 성조기에서 50주(州)를 상징하는 별 50개가 감시 카메라(CCTV) 50대로 바뀌었네요. 미국 건국 초기의 13주를 뜻하는 줄무늬는 블라인드로 바뀌었고요. 그리고 그 블라인드 틈새로 누군가를 감시하는 눈이 무섭게 번뜩이네요. 미국인이 감시 카메라에 감시당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지요. 그림 속의 감시하는 눈을 보니 감시 카메라 설치를 무조건 찬성할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감시 카메라는 본래 '범죄 예방'이라는 좋은 목적으로 설치되지만,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감상한 작품들은 인간은 여러 눈을 갖고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어요. 바로 육체의 눈인 육안(肉眼), 마음의 눈인 심안(心眼), 지혜의 눈인 혜안(慧眼)이지요. 여러분이 이 세 가지 눈을 잘 쓴다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이명옥 | 사비나 미술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