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차별도 희생도 없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입력 : 2014.09.24 06:22 | 수정 : 2014.09.24 09:13

[33] 빅토르 위고 '노트르담 드 파리'

사회 혼란 심해지자 희생양 찾던 중세… 사회적 약자를 '마녀'로 몰아 처형
추한 외모의 콰지모도가 사랑한 집시… 타락한 성직자가 누명 씌워 교수형 선고
빅토르 위고, 평등한 세상 바라며 소외된 민중의 아픔 이야기했어요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파리의 센강(江) 가운데 있는 시테 섬에 자리한 성당이에요. 13세기 중엽에 완성되었으나, 부대 공사가 계속 이어져 18세기 들어서야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고 해요. 이 성당에서 1804년 나폴레옹의 대관식과 1944년 파리 해방을 감사하는 국민 예배가 열리는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의 무대가 되었어요. 중세 고딕양식 건축물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으로 꼽히기도 하지요.

1831년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가 발표한 장편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는 바로 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하였답니다. 추한 외모로 태어나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로 살아가는 콰지모도와 그가 사랑한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욕망에 사로잡혀 결국 파멸하는 성직자의 모습을 통해 15세기 파리의 인간 군상과 혼란한 사회상을 묘사하였지요. 이 작품은 뮤지컬과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람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어요.

[책으로 보는 세상] 차별도 희생도 없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꿈꾸며
/그림=이병익
중세시대인 15세기, 노트르담 대성당의 부주교 클로드는 성당 앞마당에 버려진 아기를 발견합니다. 한쪽 눈이 없고, 등뼈는 활처럼 휘었으며, 심하게 뒤틀린 다리를 가진 아기였지요. 클로드는 이 아기를 양자로 받아들여 '콰지모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성당의 종 치는 일을 시킵니다. 하지만 콰지모도는 흉측한 외모 탓에 늘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었어요.

'광인 교황 선발대회'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구멍 뚫린 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갖가지 해괴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뒤 생긴 모습 그대로 교황으로 뽑힌 사내가 있었다. 그는 콰지모도였다.

"엄청난 교황이다! 당장 로마 교황을 시켜도 문제없겠는걸."

구경꾼들은 콰지모도를 에워싸고 교황과 똑같은 복장으로 꾸며주었다. 광인 교황 의식에 따라 콰지모도는 광장과 네거리를 행차해야 했다.


광인 교황의 선발 기준은 가장 추악하게 얼굴을 찡그린 사람이었어요. 이를 보면 당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교황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지요. 가장 신성시하며 우러러봐야 할 교황을 두고, '가장 추악하게 얼굴을 찡그린 사람'을 광인 교황으로 뽑아 행차하게 하는 것은 당시 교황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에요. 그만큼 교회와 교황이 민중의 신임을 잃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부주교 클로드도 세속적인 욕망에 눈이 멀어 죄를 범하고 말아요. 그는 성직자로서 신학 공부에 매진하며, 어학·의학 등 다른 학문까지 사랑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에스메랄다라는 집시 여인을 보고는 한순간에 마음을 빼앗기지요. 욕망을 버리지 못한 그는 결국 콰지모도에게 에스메랄다를 납치해 오라고 지시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으로는 에스메랄다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어요. 질투심에 사로잡힌 클로드는 에스메랄다가 사랑하는 페뷔스를 단도로 찌르고 도망치지요. 그러고는 에스메랄다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웁니다. 누명을 쓴 에스메랄다는 결국 교수형을 선고받아요.


#이야기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이 된 노트르담 대성당 모습이에요.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노트르담 드 파리’의 배경이 된 노트르담 대성당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여러분은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중세의 봉건제도와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이 무너지며, 사회가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자 지배층은 백성에게 이런 혼란이 발생한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전통적인 가치관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이단' 혹은 '마녀'로 몰아 처벌했어요. 당시 유럽 사회는 악마와 마법이 존재한다는 믿음이 팽배했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 특히 여성이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처형되었습니다. 마녀로 지목되어 끌려온 여성들은 혹독한 고문을 견디다 못해 결국 자신이 마녀라고 거짓으로 자백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결국 마녀는 사회적 혼란의 책임을 회피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곳에 집중시켜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했던 중세의 봉건지배층이 만들어낸 희생양이라고 할 수 있지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역시 마녀로 지목당합니다. 염소에 마술을 걸고 악마를 불러 모아 페뷔스를 살해하려 했으며, 악마나 마녀들과 함께 지옥의 집회에 참여한 일이 있다는 죄목을 뒤집어쓰고 처형당하지요. 당시 유럽에서는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가난한 사람이나 과부, 남다른 재주가 있는 사람들을 마녀라고 부르며,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였어요. 그리고 이러한 '마녀 사냥'을 통해 백성이 귀족과 성직자들에게 더욱 의지하게 하였지요.

15세기 프랑스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사회도 아니었고 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던 사회였습니다. 귀족이나 성직자들은 죄를 지어도 처벌받지 않았고, 민중은 누명을 쓰고 처형당하기도 했어요.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통해 인간의 고귀한 사랑과 함께 소외된 민중의 아픔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는 세상이 되기를 바랐다고 하지요. 이 책을 읽고, 여러분 주변에 부당한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이 없는지, 또 우리 사회는 얼마나 평등한 사회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대성당에 적힌 '숙명(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글씨를 발견하고, '노트르담 드 파리'를 썼다고 해요. 이 작품에서 '숙명'이란 누구의 운명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또한 작품 속 등장인물의 결말이 정말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는지도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만약 주인공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지도 상상하여 보세요.


박주영 |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