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올록볼록 다람쥐 뺨, 도토리 몇 개나 담았을까?

입력 : 2014.09.23 05:48 | 수정 : 2014.09.23 09:10

도토리 10개 넘게 들어가는 뺨주머니, 굴 만들 때 파낸 흙도 운반할 수 있어
곤충도 먹지만 주된 먹이는 견과류… 열량도 높고 계속 자라는 이빨 닳게 해
겨울잠 자는 틈틈이 먹이 먹는 다람쥐, 혼자 도토리 100개 이상 모아 겨울나요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매년 이맘때면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동물이 있습니다. '도토리' 하면 떠오르는 작고 귀여운 동물, 바로 다람쥐예요. 다람쥐가 바빠지는 이유는 추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예요. 겨울은 야생동물이 살아가기에 매우 혹독한 계절이거든요. 추위도 문제지만 사실 먹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예요. 그래서 많은 동물이 '겨울잠'을 선택하지요. 잠을 자며 신체 활동을 최소화화면, 먹이를 많이 먹지 않아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동물들은 겨울잠에 들기 전 털갈이를 하여 털을 길고 수북하게 만들고, 먹이를 많이 먹어서 최대한 살을 많이 찌워 에너지를 지방 형태로 몸 안에 저장해요.

하지만 다람쥐 같은 작은 동물은 몸 안에 지방을 많이 축적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반수면 상태로 겨울잠을 자면서 때때로 깨어나 먹이를 먹어야 하지요. 다람쥐는 10월 초, 평균 기온이 8~10℃가 되면 겨울잠을 자기 시작하는데, 이때 먹이를 충분히 저장하지 못한 다람쥐는 겨울에 죽을 수도 있다고 해요. 다람쥐는 잣, 호두, 밤, 도토리 등 견과류만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메뚜기나 사마귀 같은 곤충을 먹기도 해요. 견과류를 주로 먹는 이유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열량이 높다는 이유도 있지만, 계속 자라나는 이빨을 닳게 하여 길이를 적당히 유지하기 위해서예요.

다람쥐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다람쥐가 겨울을 나기 위해 주로 도토리를 저장하는 이유는 도토리가 구하기 쉽고, 크기가 크며 열량도 많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다람쥐가 겨울을 나기 위해 저장해야 하는 도토리의 양은 얼마나 될까요? 한 마리당 100개 이상의 도토리가 필요하다고 해요. 작은 다람쥐 혼자서 100개가 넘는 도토리를 모아야 한다니 정말 힘들겠다고요? 사실 도토리 100개를 모으는 것은 다람쥐에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랍니다.

다람쥐는 짧은 다리로도 무척 빠르게 달릴 수 있어요. 같은 몸집으로 환산하여 비교하면, 치타보다도 훨씬 빠르다고 해요. 그리고 이동할 땐 걷지 않고 뛰어다니기만 할 정도로 체력이 무척 강하답니다. 다람쥐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나무를 오르내리고 땅을 팔 수 있어요. 그리고 긴 꼬리가 몸의 균형을 잘 잡아주어 빠르게 달리면서도 쉽게 방향을 바꿀 수 있고요.

게다가 다람쥐에게는 도토리를 한꺼번에 10개 이상 담을 수 있는 '뺨주머니'가 있답니다. 뺨주머니란 뺨에서 목까지 걸친 부분을 의미하는데, 평소에는 보통의 동물의 뺨과 다름없지만, 다람쥐가 도토리를 입에 넣으면 마치 풍선처럼 늘어나 주머니 역할을 해요. 이 뺨주머니는 다람쥐가 집을 지을 때도 쓰인답니다.

다람쥐 일러스트

다람쥐는 쓰러진 나무나 돌, 썩은 나무 그루터기 밑에 굴을 파서 집을 만들어요. 굴은 여름보다 겨울에 좀 더 깊게 파는데, 깊을수록 추위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에요. 굴의 길이는 보통 40~220㎝ 정도이며 깊이는 15~80㎝ 정도인데, 길이가 10m를 넘는 다람쥐 굴이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해요. 다람쥐가 이렇게 긴 굴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흙을 파는 것이 아니라, 파낸 흙을 굴 밖으로 내보내는 거예요. 게다가 파낸 흙을 구멍 가까이에 버리면 천적(天敵)들이 굴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멀리 내다 버려야 하지요. 다람쥐는 이렇게 파낸 흙을 운반할 때도 뺨주머니를 사용한답니다.

또한 다람쥐는 굴을 여러 갈래로 만들어 잠을 자는 공간, 먹이를 저장하는 공간, 배설하는 공간 등으로 나누어 사용한다고 해요. 겨울잠을 자기 전에는 굴의 입구 쪽을 흙으로 막고, 굴의 중간은 마른 나뭇잎으로 채워서 바람을 막아요. 그리고 가장 안쪽 방에는 새의 깃털이나 나뭇잎으로 푹신한 침대를 만들지요. 알고 보면 다람쥐는 정말 훌륭한 건축가랍니다.

다람쥐는 날씨의 변화에도 매우 민감해요. 다람쥐가 나무에 올라앉아 '찌~짓!' 하는 독특한 울음소리를 낼 때가 있는데, 그럼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오지요. 그래서 다람쥐를 '숲의 일기예보관'이라고 부르는 동물학자들도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똑똑해 보이는 다람쥐는 건망증이 무척 심해요. 다람쥐는 먹이를 여기저기에 나누어 숨기는데, 그 장소를 모두 기억하지 못한대요. 그래서 다람쥐가 찾아 먹지 못한 도토리나 다양한 씨앗은 땅속에 묻혀 있다가 알맞은 날씨가 되었을 때 싹을 틔우지요. 다람쥐의 건망증 덕분에 숲의 식물이 번식하는 것이에요. 그래서 어떤 시인은 다람쥐를 '숲을 키우는 작은 정원사'라고 표현하기도 했답니다.

솜씨 좋은 건축가, 숲의 일기예보관, 숲의 정원사 등 다람쥐는 별명이 참 많지요? 다람쥐는 그 귀여운 외모 때문에 많은 사람이 좋아하지만, 자세히 알고 나면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동물이에요. 하지만 숲이 공원화되어 많은 사람이 도토리, 밤 등을 주워가면서 다람쥐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해요. 가을 산에 놀러 갔을 때는 귀여운 다람쥐를 위해 도토리 등을 충분히 남겨놓는 것을 잊지 마세요!

[함께 생각해봐요]

보통 줄무늬다람쥐와 같은 다람쥣과에 속하는 '청서(청설모)'라는 동물을 헷갈리는 사람이 많아요. 청서는 줄무늬다람쥐와 어떤 점이 다른지 알아보세요.

해설: 줄무늬다람쥐는 갈색 몸에 검은 줄무늬가 있지만, 청서의 몸은 회색을 띤 짙은 갈색이에요. 다람쥐의 꼬리털은 빽빽하고 짧지만, 청서의 꼬리는 헝클어 놓은 붓처럼 털이 길게 나 있지요. 청서도 바위틈이나 땅속에 먹이를 저장하지만, 나뭇가지 사이에 까치집 같은 보금자리를 만들고 살아가요. 다람쥐와 달리 겨울에도 먹이를 구하러 돌아다닐 수 있고요.

[관련 교과] 3학년 2학기 '동물의 세계'

조영선 | 과학 학습 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