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계

화산 지대 제주도, 물이 귀해 지하수·빗물 모아 생활했어요

입력 : 2014.09.22 05:49 | 수정 : 2014.09.22 09:13
시멘트 벽면의 그림 속에서 아낙이 허벅(입구가 작고 몸통이 큰 토기 항아리)에 물을 길어와 물동이에 붓는 모습이 보이나요? 또 다른 벽화의 해녀 그림에서도 제주도의 옛 정취가 물씬 풍기지요. 그림이 그려진 건물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관정(管井)'으로, 제주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시설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연평균 강수량은 2000㎜ 이상이에요.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약 1540㎜)보다 많지요. 하지만 온통 화산암으로 뒤덮인 제주도는 옛날부터 물이 무척 귀했어요. 표면에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 화산 지대에 내리는 빗물은 모두 지하로 스며들었거든요. 지하로 스며든 빗물은 중력으로 인해 낮은 곳으로 이동하다가 해안가 저지대에서 용천수(湧泉水)로 배출되었어요. 그래서 제주도에서는 용천수를 중심으로 해안가에 형성된 마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된 용천수는 옛날에는 마을의 인구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자원이었다고 해요.

[사진으로 보는 세계] 화산 지대 제주도, 물이 귀해 지하수·빗물 모아 생활했어요
/한성필 사진작가
물이 귀한 제주도에는 '촘항'이라는 독특한 취수 문화도 있었어요. 활엽수 나무 밑에 커다란 물 항아리를 놓고, 짚을 댕기 머리처럼 꼬아 엮은 '촘'이란 것으로 활엽수와 물 항아리를 연결하여 빗물을 모아 사용하였답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제주도에서 관광과 감귤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식수와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지하수 개발이 시작되었어요. 관정을 통해 수백 미터 아래 땅속에서 지하수를 뽑아내면서 제주의 농업 지역이 크게 확대되었으며, 목축업도 생산성이 높은 집약적 목축 형태로 발전하였지요. 2000년대 들어서는 골프장이 급증하면서 연간 414만t에 이르는 지하수가 잔디 조성에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양의 지하수를 뽑아 쓰다 보니 지하수의 수위가 낮아졌고, 이 때문에 바닷물이 밀려들어와 낮은 지역에 있는 용천들은 소금물로 채워지는 실정이에요.

인간의 무분별한 지하수 채취와 자연 개발은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을 위태롭게 하는 재앙의 화살로 변해 되돌아오고 있어요. 자연을 슬기롭게 이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미래를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것임을 명심해야겠지요.


김옥선 | 용인 흥덕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