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리더

평생 질병·고통과 싸우며… 최후까지 강인한 삶의 의지 그린 화가

입력 : 2014.09.18 05:47 | 수정 : 2014.09.18 09:24

[32] 프리다 칼로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했던 소녀가 있어요. 아홉 달 동안이나 침대에 누워서 지낸 소녀는 엄청난 고통과 싸우며 걷는 연습을 시작했어요. 비록 가늘어진 한쪽 다리의 건강은 회복되지 않았지만, 끝내 소녀는 자기 힘으로 걷는 데 성공하지요. 하지만 소녀에게 다시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에요. 온몸의 뼈가 부러질 만큼 큰 사고를 당한 소녀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평생 고통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지요. 수많은 불행과 절망에도 소녀는 굴복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는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훗날 뛰어난 화가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요. 이 소녀가 바로 20세기를 대표하는 화가이자 멕시코를 대표하는 여성 화가로 꼽히는 프리다 칼로(Frida Kahlo·1907~1954)입니다.

프리다 칼로는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적이 없었어요. 그저 자신이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솔직하게 표현했을 뿐이지요. 열여덟 살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침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그녀는 누워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요. 그리고 몸을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멕시코를 대표하는 벽화 화가였던 디에고 리베라를 찾아가 자신의 그림을 평가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디에고 리베라는 솔직하고 대담한 표현력과 개성을 가진 그녀의 그림을 높이 평가하지요. 이후 사이가 가까워진 두 사람은 결혼하였고, 프리다 칼로는 화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합니다.

(왼쪽)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교통사고로 인한 고통을 그림으로 이겨냈어요. (오른쪽 위)프리다 칼로는 대표작‘다친 사슴’에서 자신의 처지를 화살 맞은 사슴에 비유했어요. (오른쪽 아래)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작품인‘삶이여, 만세(VIVALA VIDA)’.
(왼쪽)프리다 칼로는 소아마비·교통사고로 인한 고통을 그림으로 이겨냈어요. (오른쪽 위)프리다 칼로는 대표작‘다친 사슴’에서 자신의 처지를 화살 맞은 사슴에 비유했어요. (오른쪽 아래)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작품인‘삶이여, 만세(VIVALA VIDA)’. /Corbis 토픽이미지·위키아트
그녀는 특히 자화상을 많이 그렸어요. 자신이 겪는 고통과 삶의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대표작인 '다친 사슴'에서 프리다 칼로는 자신의 처지를 온몸에 화살을 맞은 사슴에 빗대어 표현했지요. 목숨이 위태로워 보이지만, 앞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의연하기만 해요. 고통스러운 운명이라도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담은 그림입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과 예술 세계는 점차 멕시코를 넘어 전 세계에 알려지며 주목받았어요. 하지만 그녀의 건강은 계속 악화하였고 거듭된 수술도 실패해 다시 침대에 누워 지내게 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살이 썩어들어가는 괴사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였고, 폐렴까지 앓으면서 건강은 더욱 쇠약해졌어요.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그녀는 그림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며 생명력이 가득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녀는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에 강렬한 붉은색의 수박과 그 속에 또 다른 생명을 상징하는 씨앗을 담았어요. 그리고 수박의 붉은 속살에 'VIVA LA VIDA(삶이여, 만세)'라고 써 넣었지요. 삶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림을 통해 강인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에요.

멕시코 정부는 프리다 칼로의 위대한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녀의 작품을 국보로 지정했습니다. 그녀의 삶과 작품은 오늘날 멕시코뿐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지요.


[1분 상식] 멕시코는 어떤 나라인가요?

공식적인 나라 이름은 멕시코합중국(United Mexican States)이에요. 북아메리카의 남서단에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 잡은 나라로, 북쪽에서 남쪽까지 세로로 3000㎞ 넘게 뻗어 있지요. 북쪽으로는 미국, 남쪽으로는 벨리즈, 과테말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요. 수도는 멕시코시티이며, 인구는 약 1억2000만명으로 세계 11위를 차지하지요.

먼 옛날 이 지역에서 마야·톨테크·아스텍 등의 문명이 발달하였어요. 1521년부터 에스파냐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821년 독립하였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에스파냐어를 사용하며, 국민의 88%가 유럽인과 원주민 사이의 혼혈이라고 해요.

김선영 | 후(who) 시리즈 위인전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