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의 유래

자장면은 원래 검지 않았답니다

입력 : 2014.09.16 05:40 | 수정 : 2014.09.16 09:21

중국식 된장을 볶아 국수와 비비는 중국 음식 '자장몐'에서 유래… 인천과 가까운 산둥 지역서 들어와
6·25 전쟁 이후 중국과 교류 끊기자 춘장·캐러멜로 한국인 입맛에 맞춰
짬뽕, 일본 나가사키의 화교가 개발… 한국서 고추기름 넣어 맵게 개량

우리가 즐겨 먹는 대표적인 면 요리는 바로 자장면과 짬뽕이에요. 중국 음식점에 가면 둘 중 무엇을 먹을지 늘 고민하게 되지요. 그런데 여러분은 두 음식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고 있나요?

자장면은 중국 음식인 '자장 (炸醬麵·작장면)'에서 유래하였어요. 자장 은 콩을 발효시킨 중국식 된장을 기름에 볶아 삶은 채소, 면과 함께 비벼 먹는 국수 요리예요. 맛은 중국 된장의 종류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베이징의 자장

은 노란 콩으로 만든 황장을 쓰는데, 자장면과 달리 매우 짠 음식이라고 해요. 반면 산둥 지방의 자장 은 밀과 콩을 함께 발효시킨 첨면장을 쓰는데, 그 맛이 자장면과 비슷하대요. 자장면이 산둥 지역의 자장 에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지요. 그렇다면 중국 산둥 자장 이 어떻게 우리나라까지 오게 되었을까요?

[자장면의 유래] 자장면은 원래 검지 않았답니다
/그림=정서용
자장 이 들어온 데는 구한말의 혼란스러운 역사가 한몫을 했어요. 중국 산둥은 서해를 사이에 두고 우리나라와 마주 보는 땅이에요. 옛날부터 인천과 뱃길로 연결되어 많은 사람이 오갔지요. 1882년 우리나라에서는 조정의 개화정책에 불만을 품은 구식 군대가 반란을 일으킨 '임오군란(壬午軍亂)'이 일어났어요. 이때 중국 청나라가 우리나라를 돕는다는 구실로 군대를 파견하였지요. 군인들을 따라 중국 상인들도 함께 들어왔고요. 중국 상인들은 인천에 거주지를 마련하고 정착하였는데, 이 중에 산둥 지방에서 온 상인이 많았어요.

또 이 무렵 인천 제물포항이 개항하면서 산둥 지방에 사는 중국인이 더 많이 인천에 들어왔지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음식을 파는 사람이 늘었고, 산둥식 자장 도 팔리기 시작했어요. 1905년 인천에 생긴 '공화춘'이라는 중국 음식점에서 판매한 자장 은 중국 사람뿐 아니라 우리나라와 일본 사람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해요.

해방 후 우리나라에는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섰고, 중국에는 공산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6·25 전쟁 뒤에는 두 나라의 교류가 완전히 끊어졌고요. 우리나라에 살던 화교(華僑·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지요. 중국과 우리나라를 오가며 하던 무역업도 더는 할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1960년대 말 시행된 '외국인 토지소유권 제한 조치'에 따라 화교들은 200평이 넘는 땅과 50평이 넘는 점포를 소유할 수 없게 되었어요. 학교 진학이나 취업도 어려워졌고요.

[자장면의 유래] 자장면은 원래 검지 않았답니다
/그림=정서용
그러자 먹고살 길을 찾던 화교들은 너도나도 중국 음식점을 차렸습니다. 이제는 같은 중국인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을 상대로 음식을 팔아야 했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맞는 자장면을 만들어야 했어요. 6·25 전쟁 전에는 화교들이 중국에서 음식 재료를 가져다 썼지만, 이제는 재료도 우리나라에서 마련해야 했지요. 그러면서 자장면 소스의 원료인 첨면장이 한국식 춘장으로 바뀌고, 캐러멜이 첨가되어 색은 검어지고 맛은 달콤해졌습니다. 또한 장을 볶을 때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 녹말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해서 지금 우리가 먹는 자장면이 탄생한 거예요.

그렇다면 짬뽕은 어디에서 만들어졌을까요? 짬뽕은 19세기 후반 일본 나가사키에 살던 화교 천핑순이 개발한 음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중국 푸젠성 출신으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던 천핑순은 가난한 중국인 유학생과 노동자들을 위해 값싸고 푸짐한 요리를 개발하기로 했어요. 식당에서 쓰다 남은 야채와 고기, 해물을 볶은 다음 육수에 면과 함께 넣어 끓인 것이에요. 이 요리가 바로 '나가사키 잔폰'이랍니다.

하지만 나가사키 잔폰은 지금 우리가 먹는 짬뽕과 달리 맑은 국물에 맵지 않은 요리예요.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고추기름이 첨가되어 빨간색 국물에 얼큰한 맛이 나는 짬뽕으로 변하였지요. 짬뽕이라는 이름은 '밥 먹었느냐'는 뜻의 중국 푸젠성 사투리 '샤뽕'에서 유래하였다는 설이 있어요. '샤뽕'이 일본말 '잔폰'이 되었다가, 우리나라에서 '짬뽕'으로 변하였다는 이야기지요. 어때요? 음식의 유래에도 역사가 얽혀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지요?



윤상석 | 어린이 학습 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