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밀가루 반죽, 주무르고 내리칠수록 쫀득쫀득

입력 : 2014.09.16 05:40 | 수정 : 2014.09.16 09:06

밀가루 속 글리아딘·글루테닌 성분이 물과 만나 '글루텐'이 되면서 뭉쳐요
반죽을 치대거나 숙성시킬수록 내부 수분이 고루 퍼져 글루텐 활성화
수타면은 많이 치대야 면 끊기지 않아

"반죽하는 것 좀 도와줄래?"

"좀 더 힘주어서 주물러야 제대로 된 반죽이 되지."

떡, 국수, 만두, 수제비, 빵, 라면, 피자….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식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밀가루로 만든 게 꽤 많지요? 이렇게 밀가루로 음식을 만들 때 빼놓지 않고 거치는 과정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반죽'이에요. 밀가루에 물을 부어 뭉치는 것이지요. 그런데 단순하게 보이는 반죽에도 과학 원리가 숨어 있답니다.

어떤 가루라도 건조한 상태에서는 쉽게 뭉쳐지지 않아요. 밀가루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밀가루에 물만 넣으면 신기하게도 잘 뭉쳐져요. 그뿐 아니라 잘 늘어나기도 하고, 찌그러지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려는 탄성도 생기지요. 물에 접착 성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길까요?

[재미있는 과학] 밀가루 반죽, 주무르고 내리칠수록 쫀득쫀득
/그림=정서용
그 비밀은 밀가루 속에 있어요. 밀가루에는 잘 늘어나는 성질을 가진 '글리아딘'이란 성분과 탄성이 강한 '글루테닌'이란 성분이 들어 있거든요. 이들은 건조한 상태에서는 서로 달라붙지 않지만, 밀가루에 물을 넣으면 물 분자를 사이에 두고 결합한답니다. 이렇게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결합한 형태를 '글루텐'이라고 해요. 글루텐은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의 성질을 모두 가져 밀가루 반죽을 쫀득하게 만들지요.

그런데 요리사가 밀가루를 반죽하는 모습을 보면, 그냥 주무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바닥에 내리치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러면 글루텐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에요. 주무르고 내리치는 동작이 많을수록 물이 밀가루 사이에 고루 퍼지고, 반죽 속의 공기가 빠져나와 밀가루와 물이 더 잘 만나게 돼요. 즉, 반죽을 많이 치댈수록 글루텐이 많이 형성되는 거예요. 치댄 후에는 용도에 따라 반죽을 몇 분에서 몇 시간 정도 놔두는 '숙성'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반죽 내부의 수분이 퍼져 글루텐이 최대한 활성화된다고 해요.

글루텐이 많이 형성된 반죽이 무조건 좋은 반죽인 것은 아니에요. 요리의 특성에 따라 글루텐 양을 조절해야 하지요. 예를 들어 빵을 만들 때는 글루텐이 잘 형성될수록 효모 발효로 만들어진 반죽 내부의 가스가 쉽게 빠져나오지 못해서 반죽이 크게 부풀어요. 따라서 크게 부풀려야 하거나 쫄깃한 식감을 내야 하는 빵이 아니라면 글루텐이 너무 많이 형성되지 않도록 적당히 치대야 하지요. 이와 달리 '수타면'은 매우 강도 높은 치대기 과정이 필요해요. 수타면은 반죽을 늘이고 접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면의 가닥 수를 늘려가기 때문이에요. 이 과정에서 면이 잘 끊어지지 않게 하려면 글루텐이 잘 형성되도록 반죽을 많이 치대야 하지요.

[재미있는 과학] 밀가루 반죽, 주무르고 내리칠수록 쫀득쫀득
/그림=정서용
수타면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어려워요. 우선 반죽을 양손으로 길게 잡은 후, 바닥에 치면서 반죽을 늘여 반으로 접었다가 다시 바닥에 내리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문제는 글루텐이 형성되어 반죽의 탄성과 점성이 강해지면 면을 늘렸을 때 원래 상태로 돌아오려는 성질도 강해져 면을 길게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반죽의 탄성을 줄이는 '늘이기' 과정이 필요하지요. 반죽에 물을 바른 다음 잡아당겨 길게 만들고, 다시 접어서 늘이는 작업을 반복하면 반죽 사이에 공기가 스며들어 글루테닌으로 인한 탄성이 줄어들어요. 그러면 상대적으로 글리아딘의 성질이 살아나며 반죽이 잘 늘어나고 끈적끈적해지지요. 이렇게 탄성이 줄어든 반죽을 길게 늘인 후, 반으로 접으면서 꽈배기처럼 꼬아 일정한 굵기로 만든답니다.

수타면을 만들 때 면발의 가닥 수는 2배씩 늘어나요. 1가닥을 접으면 2가닥이 생기고, 이것을 접으면 4가닥이 생기지요. 8, 16, 32, 64가닥으로 계속 증가하는데, 이렇게 10번만 접어도 1000가닥이 넘는 면발이 만들어져요. 하지만 가닥 수가 늘어날수록 면발은 가늘어지므로, 면발을 많이 뽑기 위해서는 세밀한 힘 조절이 필요하답니다. 면을 가늘게 뽑아내는 사람일수록 수타면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수타면 장인은 바늘귀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가는 면을 뽑아낸다고 해요.

이렇게 손으로 면을 뽑기 어렵기 때문에 지금은 대부분 기계로 면을 만들지요. 수타면과 기계로 만든 면은 겉모습부터 차이가 나는데, 손으로 늘여 만든 수타면은 굵기가 서로 다르지만 기계면은 면의 굵기가 모두 일정해요.

밀가루는 다양한 음식에 활용되는 매력적인 음식 재료예요. 여러분도 밀가루 반죽으로 새로운 음식 만들기에 도전해 보세요. 피자, 파스타, 케이크, 파이, 도넛, 라면 등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음식들이 모두 밀가루 반죽에서 시작된 것처럼, 여러분이 만든 음식도 세계적인 음식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물질' 4학년 2학기 '모습을 바꾸는 물'


[함께 생각해봐요]

쉽게 흩어지는 모래에 물을 부으면, 높은 탑도 쌓을 수 있어요. 여기에는 어떤 원리가 숨어 있을까요?

해설: 물이 모래와 만나면 물은 모래에 흡수되지 않고 각각의 모래알갱이를 감싸요. 이때 물 분자 속에 있는 수소와 모래 속에 있는 산소가 서로 잡아당기는 '수소 결합 현상'이 일어나 접착력이 생기는 것이랍니다.


조영선 | 과학 학습 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