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학교 폭력, 모른 척 말고 함께 힘을 합치면…
입력 : 2014.09.03 05:57
| 수정 : 2014.09.03 09:07
[30]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폭력·통제로 반을 장악한 반장 영래
반 아이들, 침묵하거나 무관심했지만 교생 선생님께 감화돼 힘을 합쳐 저항
바른 생각 가진 사람이 여럿 모이면 어떤 불의·폭력도 이겨낼 수 있어요
여러분은 '○○ 셔틀'이라는 말을 들어봤나요? '○○ 셔틀'이란 강제로 심부름을 시키거나 물건을 갈취하는 학교 폭력의 한 형태예요. '빵 셔틀' '가방 셔틀' '숙제 셔틀'에 이어 최근에는 '신발 셔틀' '와이파이 셔틀'이란 말도 생겨났다고 해요. 신발 셔틀은 가해 학생이 마음에 드는 값비싼 운동화를 피해 학생에게 보여주고 인터넷으로 강제로 사게 한 뒤 자기가 갖는 것입니다. 주문·배송이 모두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사·학부모가 이런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에요. 와이파이 셔틀은 피해 학생을 스마트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강제로 가입시킨 뒤 스마트폰의 테더링이나 핫스팟 기능을 통해 자신이 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고요. 시대 변화에 따라 학교 폭력의 방법도 교묘하게 진화하는 현실이 참 씁쓸하고 안타깝습니다.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라는 작품도 1960~1970년대 학교 폭력 문제를 다뤘어요.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입대를 앞둔 동생에게 자신이 학교에서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나'는 6·25전쟁 후 혼란한 상황 속에서 학교에 다녔어요. 전쟁이 막 끝난 상황에서 학교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지요. 이런 가운데 영래라는 아이가 주먹으로 반을 장악하고 반장이 됩니다. 그는 반의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반 아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해요. 부잣집 아이들의 돈을 빼앗고, 자기 맘대로 청소 당번을 지정하기도 하지요. 청소 도구를 산다는 등의 구실로 돈을 걷어 자기 마음대로 사용합니다. '단체 행동'을 강요하며 토요일 방과 후에도 반 아이들을 강제로 축구 시합 응원에 참여시켜요.
황석영의 '아우를 위하여'라는 작품도 1960~1970년대 학교 폭력 문제를 다뤘어요.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입대를 앞둔 동생에게 자신이 학교에서 겪었던 일을 이야기해 줍니다. '나'는 6·25전쟁 후 혼란한 상황 속에서 학교에 다녔어요. 전쟁이 막 끝난 상황에서 학교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했지요. 이런 가운데 영래라는 아이가 주먹으로 반을 장악하고 반장이 됩니다. 그는 반의 요직에 자기 사람을 심어놓고 반 아이들을 감시하고 통제해요. 부잣집 아이들의 돈을 빼앗고, 자기 맘대로 청소 당번을 지정하기도 하지요. 청소 도구를 산다는 등의 구실로 돈을 걷어 자기 마음대로 사용합니다. '단체 행동'을 강요하며 토요일 방과 후에도 반 아이들을 강제로 축구 시합 응원에 참여시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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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하지만 이런 영래의 억압과 폭력, 그리고 '나'의 무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못합니다. 교생으로 온 병아리 선생님이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아이들에게 불의에 맞서는 법과 용기를 가르쳐 주었거든요. 선생님은 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합치면 어떠한 불의(不義)와 폭력도 이겨낼 수 있다고 알려줘요.
"혼자서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사람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면 여럿이서 고쳐줘야 해요. 그냥 모른 체하면 모두 다 함께 나쁜 사람들입니다. (중략) 애써 보지도 않고 덮어놓고 무서워만 하면 비굴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서 겁쟁이가 되어 끝내 무서움에서 놓여날 수가 없는 거예요."
영래 패거리의 폭력과 억압에 침묵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나'와 반 아이들은 이제 더는 그들의 횡포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수수방관했던 자신들의 태도를 부끄럽게 여기지요. 아이들은 이제껏 자신들을 억압하던 영래 패거리에 힘을 모아 저항하였고, 결국 사과를 받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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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폭력 반대 운동을 벌이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이에요. /조선일보 DB
혹시 여러분도 학교 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나요? 소설 속의 '나'처럼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 폭력을 목격한 학생 중 많은 수가 그 상황을 모른 척했다고 해요(62%). 하지만 학교 폭력을 목격한 후의 심경에 대해서는 '왜 똑 부러지게 대처하지 못하는지 답답하다(31.4%)' '화가 난다(19.7%)'고 대답한 학생이 많았어요. 많은 학생이 불의한 상황에서 피해자 편을 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에요.
#이야기
'제노비스 신드롬'이란 심리학 용어가 있어요.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방관자(또는 구경꾼) 효과'라고도 해요. 이 용어는 1964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서 유래했어요.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 강도에게 살해되었는데, 35분 동안 살해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모두 38명이나 되었으나 이 중 누구도 제노비스를 도와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해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은 적어지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현대사회에는 정의롭지 못한 일을 보고도 수수방관하며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황석영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불의를 보고도 모른 체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교생 선생님의 말을 통해 불의한 폭력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가르쳐 줘요. 그것은 바로 바른 생각을 가진 여럿이 힘을 합치는 것이에요. 촛불 하나로는 방 한 칸도 밝히기 어렵지만, 여럿이 모이면 어두운 세상도 밝힐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었을 거예요.
[함께 생각해봐요]
최근 국내외에서 발생한 사건 가운데 ‘제노비스 신드롬’이 나타난 사례를 찾아보세요. 만약 여러분이 그러한 상황을 목격하였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