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진정한 '나'의 모습 알고 있나요?
입력 : 2014.08.29 05:39
| 수정 : 2014.08.29 09:20
다양하게 분장한 자화상 수십 점 통해 자신을 평생 탐구한 예술가 렘브란트
표정·자세 달리해 여러 감정 표현
셔먼, 영화 캐릭터·스타로 변장해 촬영… 허구의 여성 이미지 좇는 현실에 일침
자신의 겉모습이나 내면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가 있어요. 다른 모습, 다른 성격을 갖고 싶은 마음에 부모·형제·친구의 옷이나 신발을 빌려 착용하거나 얼굴에 분장하고 평소와 전혀 다르게 행동하기도 하지요.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판 레인도 보통 사람들처럼 본래 모습을 바꾸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꼈나 봐요. 다양한 인물로 분장한 자화상들을 남긴 것을 보면 말이에요.
작품 1은 동방의 왕자로 분장한 자화상입니다. 작품 2는 술에 취해 돈을 흥청망청 쓰는 몸가짐이 나쁜 남자로 분장한 자화상이네요. 그의 무릎에 앉아 있는 여자는 부인 사스키아예요. 작품 3은 그리스도교의 사도인 성 바오로로 분장한 자화상이고요.
작품 1은 동방의 왕자로 분장한 자화상입니다. 작품 2는 술에 취해 돈을 흥청망청 쓰는 몸가짐이 나쁜 남자로 분장한 자화상이네요. 그의 무릎에 앉아 있는 여자는 부인 사스키아예요. 작품 3은 그리스도교의 사도인 성 바오로로 분장한 자화상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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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왼쪽부터)작품 1. 렘브란트 판 레인, ‘동양풍 의상을 입은 자화상’, 1631년. 작품 2. 렘브란트 판 레인, ‘선술집의 방탕아’, 1636년. 작품 3. 렘브란트 판 레인, ‘성 바오로로 분장한 자화상’, 1661년.
렘브란트는 왜 연극배우처럼 다른 모습과 성격, 감정을 보여주려고 했을까요? 바로 자신이 누구인지 이해하기 위해서예요.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지?'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같은 질문은 인생을 지혜롭고 현명하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합니다. 렘브란트는 자기 자신을 잘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스로 모델이 되어 많은 자화상을 그린 것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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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왼쪽)작품 4. 김창겸, ‘자화상-렘브란트처럼 되기’, 2008년. (사진 오른쪽)작품 5. 렘브란트 판 레인, ‘자화상’, 1663~5년경.
위대한 화가인 렘브란트를 존경하는 마음과 렘브란트처럼 자신을 탐구하는 예술가가 되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렘브란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토록 자신을 그렸어요. 그만큼 치열하게 자기 자신을 연구했다는 증거이지요. 김창겸의 자화상이면서 렘브란트의 자화상도 되는 작품 4는 인간이 평생 풀어야 할 숙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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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6. 신디 셔먼, ‘무제’, 1982년.
변장 사진 속의 여성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여성이 아니라 현대인의 욕망이 투영된 허구(虛構)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예요. 여성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오는 모습을 무조건 따르려 하고, 남성은 여성에게 허구의 모습을 강요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에요. 수백명의 여성으로 분장한 변장 사진에는 거짓된 모습을 참모습으로 착각하지 말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답니다.
이제 예술가들이 왜 분장한 자신의 모습을 작품에 담았는지 알겠지요? 바로 자신이 어떤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지, 자신의 어떤 점에 불만을 가졌는지, 자신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