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내가 행복해지는 길, 나 스스로 선택해야

입력 : 2014.08.27 05:36 | 수정 : 2014.08.27 09:16

[29] 헤르만 헤세 '수레바퀴 아래서'

끝없이 도는 수레바퀴처럼 살던 한스, 강압적인 주입식 교육 못 견뎌 낙오
헤세, 자전적인 소설로 당시 사회 비판
공부 강요당해 스트레스 받는 학생들 스스로 목표 선택해야 참된 행복 느껴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4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학생의 69.6%, 남학생의 55.2%가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학업'이었어요. 대학 입시를 중시하는 교육 현실 아래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1900년대 초 독일 남부를 배경으로 한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 기빈라트도 우리 청소년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적만 중시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며 방황하는 한스의 모습도 우리 청소년과 닮았어요.

한스 기빈라트는 마을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큼 비상한 두뇌를 가진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한스가 주(州) 시험을 치르고 신학교에 들어가 목사나 가정교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한스는 정규 수업 후 저녁 보충수업까지 받았고, 3일에 걸쳐 치른 주 시험에서 2등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요. 신학교 입학 전 주어진 짧은 방학에는 예습하느라 충분히 쉬지도 못해요. 신학교에 들어간 한스는 우등생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지만, 두통에 시달리며 성적이 점차 떨어지기 시작해요.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불만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였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힘들어했어요. 정해진 시간표대로 생활해야 하는 신학교의 엄격하고 강압적인 분위기도 견디기 어려웠지요. 한스는 성적이 떨어질수록 학교와도 점차 멀어집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한스군. 별안간 성적이 이렇게 뚝 떨어지다니 섭섭한 일이야. 무엇 때문에 열의가 식어버렸는지 궁금하군. 불편한 데라도 있나? 아니면 두통이 심해진 것인가? 보기에도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는데."

"아닙니다, 교장 선생님. 두통이 가끔 일어날 뿐입니다."

"그럼 됐어. 피곤하지 않도록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수레바퀴에 깔리고 말 테니까."

교장 선생님은 한스의 건강을 염려하면서도 수레바퀴에 깔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공부 말고 다른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한스와 신학교 학생들은 끊임없이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살아야 했어요. 교장 선생님은 그런 삶을 이겨내지 못하고 낙오되는 것을 '수레바퀴에 깔리는 인생'이라고 보았던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주입식 교육과 가혹한 규율을 견디지 못한 친구가 학교를 떠납니다. 그러자 한스도 예전처럼 공부에 매달릴 수 없었어요. 결국 신경쇠약 진단을 받아 학교를 떠나게 되지요.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는 기계공이 되기로 마음먹어요. 하지만 기계공은 육체노동을 해본 적 없는 한스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지요. 학교에서 낙오되고 가족과의 관계도 좋지 못한 한스는 큰 어려움을 겪어요. 좋은 성적으로 신학교에 들어갔을 때와 달리 자신을 냉대하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받지요. 결국 한스는 '수레바퀴에 깔린다'던 교장 선생님 말처럼 비극적인 결말을 맞습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인 소설로 알려졌어요. 헤세는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여 마울브론 신학교에 들어가지만, 시인이 되고 싶어 도중에 학교를 그만두고 노동자의 길을 걷습니다. 그리고 시집을 발표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그 후 여러 작품을 발표하지요. 헤세는 이 책에서 암담했던 자신의 유년 시절을 보여주며, 당시 사회와 교육제도를 비판하고 있어요.


#이야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명문 '웰튼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해요. 이 학교의 학생들은 한스처럼 엄격한 규율 아래 공부만을 강요당하며 살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 학교 출신인 키팅 선생님이 새로운 영어 교사로 부임하면서 변화가 생겨요. 그는 아이들에게 '현재의 삶에 충실하라'고 가르치지요. 개인의 자유와 욕망을 억압한 채 규율과 훈련을 강조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키팅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참다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학교와 학부모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생겨요. 연극배우를 꿈꾸던 닐이 아버지와 학교 교사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것이에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이에요. /Touchstone Pictures

'죽은 시인의 사회'와 '수레바퀴 아래서'는 성적이라는 한 가지 잣대만 들이대며 학생들의 꿈을 억압하는 사회를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방황하다가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맞지요. 어른들은 '너희의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말로 공부를 강요하지만, 그것이 정말 아이들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요?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강요하는 길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하고 닦아 나가야만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이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자기가 지금 하는 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한번 돌아보세요. 그리고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한스 기빈라트의 장례식 날, 그를 잘 알던 마을 구둣방 주인은 신학교 교장과 교사들을 가리키며 ‘한스를 죽인 공범’이라고 말해요. 구둣방 주인은 왜 이렇게 말했을까요? 주인공 한스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이러한 일을 막으려면 주위에서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박주영 |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