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선선한 바람… 선녀가 가을 소식 전하는 '처서'

입력 : 2014.08.21 05:29 | 수정 : 2014.08.21 09:13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가니 여름도 다 지나간 것 같지요?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바람을 느낄 때면 계절의 변화가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오늘날 우리는 계절 변화가 지구·태양 사이 거리와 지구의 공전 때문이라는 걸 잘 알지만,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먼 옛날에는 계절이 바뀌는 게 무척 신기했을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계절 변화를 관장하는 신(神)이 있다고 생각했지요. 나라·문화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신화와 전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오늘이'라는 사계절 선녀 이야기가 전해진답니다.

어느 외딴섬에 부모 없이 홀로 자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어느 날 섬을 지나던 뱃사람들이 아이를 발견하고는 데려다 '오늘이'라고 이름 지어 키웠지요. 그러던 중 열두 살 되던 해에 오늘이는 돌아가신 줄로만 알았던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요. '원천강'이란 곳에 가면 친부모님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였지요.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선선한 바람… 선녀가 가을 소식 전하는 '처서'
/웅진주니어 '오늘이'
하지만 원천강은 인간이 갈 수 없는 곳이었기에 오늘이는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습니다. 온종일 글공부만 하는 장상이라는 청년과 아래 가지에 꽃을 피우지 못하는 연꽃, 여의주를 3개나 물고도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도움을 받아 원천강에 도착하여 마침내 부모님을 만나게 되지요.

오늘이의 부모님은 옥황상제의 명에 따라 원천강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원천강은 인간 세상의 사계절을 관장하는 곳인데 그곳엔 문이 네 개 있습니다. 첫째 문을 열면 화사한 봄, 둘째 문을 열면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 셋째 문을 열면 들판에 누런 벼가 익는 가을, 넷째 문을 열면 온 세상이 하얀 겨울 풍경이 펼쳐졌답니다. 사계절이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인간 세상에는 흉년이 들어 큰 혼란이 찾아오기 때문에 원천강을 돌보는 일은 무척 중요했지요.

오늘이는 원천강에 오는 동안 자기를 도와준 장상과 연꽃, 이무기에게 보답하고, 인간 세상에서 불쌍한 사람들을 도우며 살았다고 해요. 그러고는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아 인간 세상에 원천강의 사계절 소식을 전하는 선녀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며칠 후면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는 '처서(處暑)'예요. 처서는 24절기 중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와 완연한 가을을 의미하는 '백로(白露)' 사이에 있어요. 우리가 지금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서 있다는 뜻이지요. 어쩌면 저 멀리 원천강에서 오늘이가 한 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우리에게 가을 소식을 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부모님께]

우리 조상은 일년을 24절기로 나누어 계절 변화를 이야기하고, 농사 등 생활에 활용하였어요. 24절기 중 입추·처서·백로·추분(秋分)·한로(寒露)·상강(霜降) 등이 가을과 관련된 절기이지요. 각 절기의 의미를 자녀와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이태화 | 어린이 책 출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