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여름철 피로도, 곰팡이도… 식초 한 방울이면 끝

입력 : 2014.08.19 05:41 | 수정 : 2014.08.19 09:09

과일 등이 자연 발효돼 만들어진 식초, 신맛이 침샘 자극해 입맛 돋워
산성이지만 몸속에선 알칼리성 띠어 피로 일으키는 젖산·노폐물 제거
생선 비린내·배수관 악취도 없애줘요

"여름철 악취는 식초로 해결!"

"여름철 떨어진 식욕, 새콤한 냉면이 살려준다!"

'여름'이라는 계절의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신나는 물놀이가 떠오르지요? 그리고 낮이 길어져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점, 옷을 간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떠오를 거예요. 하지만 여름은 장점 못지않게 단점이 많은 계절이지요. 무더위와 높은 습도 때문에 쉽게 지치고 불쾌지수가 높아지며 그로 인해 입맛까지 떨어지기 쉬워요. 게다가 음식이 빨리 상하고 여기저기에 생긴 곰팡이와 세균 때문에 악취가 나기도 하지요. 그런데 우리가 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식초로 이런 단점을 없앨 수 있다는 사실을 아나요? 과연 식초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식초의 주성분은 '초산(아세트산)'이란 물질이에요. 이 물질은 과일이나 곡물 등이 발효되면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식초를 사용했어요. 식초는 특유의 신맛으로 입맛을 자극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음식 맛을 내는 용도로만 사용되었지요. 그러다가 건강에 무척 이롭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약으로도 이용되었답니다.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식초가 약으로 사용된 이유는 강한 살균력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세균이나 곰팡이는 무엇이든 잘 먹고 어디서든 쉽게 번식하는 특징을 가졌지만, 중성이 아닌 산성·알칼리성 환경에서는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식초는 강한 산성을 가졌으므로 식중독균, 염증균을 비롯한 각종 세균의 번식을 막을 수 있지요. 그래서 옛날에는 상처를 소독하는 데 쓰거나, 항생제 대신 복용하기도 했어요.

식초는 산성 물질이지만 신기하게도 우리 몸에 들어갔을 때는 알칼리성으로 작용해요. 알칼리성 물질은 스트레스를 없애는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식초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답니다.

식초는 몸의 피로를 빠르게 풀어주기도 해요. 우리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 몸속에 피로를 일으키는 '젖산'이 만들어지는데, 이 물질은 산성을 띠기 때문에 몸속에서 알칼리성으로 작용하는 식초와 만나면 그 성질이 사라져요. 또한 식초는 몸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몸속에서 생성된 노폐물과 각종 산성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체지방이 쌓이는 것을 방지해 준답니다. 체지방은 비만과 각종 성인병, 노화의 원인이 되므로, 식초를 꾸준히 마시면 다이어트는 물론, 노화 방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요.

식초는 입맛을 돋우는 데도 효과적이에요. 식초의 신맛이 침샘을 자극하여 침이 많이 분비되면, 입안의 세균이 사라지고 맛을 느끼는 감각점이 예민해지거든요. 또한 위액의 분비를 촉진해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요. 여름철 인기 음식인 냉면에는 식초가 많이 들어가는데, 무더위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릴 뿐 아니라 여름철에 발생하기 쉬운 식중독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지요. 우리 몸은 어떤 물질이 부족해지면, 그것이 든 음식을 생각나게 하여 우리가 자연스레 섭취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해요. 여름에 신맛 나는 음식이 당기는 것은 우리 몸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반응으로 볼 수 있어요.

식초의 능력은 이뿐만이 아니에요. 생선 비린내도 식초로 없앨 수 있거든요. 생선 비린내의 원인인 '트리메틸아민'이란 물질은 식초의 산 성분과 반응하여 분해되기 때문이에요. 양파, 파, 마늘 등 자극적인 냄새도 제거할 수 있어서 식기, 도마 등을 세척할 때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려 닦으면 좋아요.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옷에서도 냄새가 나기 쉽지요? 그런데 식초는 이 문제까지 해결해 준답니다. 빨래를 헹굴 때 식초를 넣은 물에 헹구어 말리면 살균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식초가 세제의 알칼리 성분을 중화하여 섬유를 부드럽게 만들고, 흰옷을 더욱 희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고 해요. 곰팡이가 생긴 곳을 식초 묻힌 스펀지로 문질러 청소하면 곰팡이를 제거하고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지요. 심지어 배수관이 막혔을 때도 식초와 소다를 섞은 용액을 흘려보낸 후, 거품이 올라올 때 더운물을 부으면 막혔던 배수관이 뚫리며 악취까지 제거된다고 해요.

식초의 효능은 정말 놀랍지요? 그래서 어떤 학자는 "식초가 흔하지 않았다면 산삼보다도 비싼 대접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학자는 '신의 물방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식초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에요. 식초는 천연 식초(양조 식초)와 합성 식초로 나뉘는데, 천연 식초는 과일·곡물 등 천연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고, 합성 식초는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든 100% 순수한 아세트산을 의미해요. 합성 식초는 섭씨 16도에서 얼기 때문에 '빙초산'이라고도 불러요. 빙초산 원액은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위험하고, 일반인은 적정량을 조절해 쓰기 어려워 주로 공업용으로 사용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식초로 건강을 지키고자 한다면 꼭 '천연 식초'인지를 확인하고 써야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우유에 식초를 넣어 치즈를 만들 수 있다고 해요. 그 방법과 원리에 대해 알아봐요.

해설: 냄비에 우유 1L를 붓고 데운 후, 우유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하면 식초 5큰술을 넣고 천천히 저어주세요. 시간이 지나 우유가 덩어리로 변하기 시작하면 약한 불에서 30분가량 더 끓이다가 불을 끕니다. 체에 거즈를 깔고 내용물을 따른 후, 거즈를 감싸 물기를 짜내면 치즈가 완성되지요. 식초에는 단백질을 분리하고 응고시키는 성분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치즈를 만들 수 있는 것이에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물질' 5학년 2학기 '용액의 반응' 6학년 1학기 '산과 염기'

조영선 | 과학 학습 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