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속 인어

가장 오래된 인어 이야기가 기원전 1000년에…

입력 : 2014.08.12 05:43 | 수정 : 2014.08.12 09:12
시원한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에요. 바다에서 실컷 물놀이를 하다 보면 어느새 더위가 싹 가시지요. 하지만 아무리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라도 깊고 넓은 바다를 보면 괜히 주눅이 들어요. 사람은 물속에서는 숨을 쉴 수 없어서 물고기처럼 자유자재로 헤엄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일까요? 옛날부터 사람들은 신비로운 바닷속을 마음껏 헤엄치는 존재를 상상했어요. 사람의 몸에 물고기 꼬리를 가진 인어(人魚) 말이에요.

가장 오래된 인어 이야기는 기원전 1000년경 아시리아에서 전해졌어요. 아시리아 신화에 따르면 먼 옛날 '아타르가티스'라는 아름다운 여신이 살았습니다. 그녀는 한 목동을 사랑하였는데, 그만 그 목동을 죽이고 말았대요. 아타르가티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슬픔과 부끄러움에 바닷속으로 뛰어들었어요. 그러자 그녀는 가슴 아래가 물고기 모습으로 변하였답니다.

세계 각국의 인어 이야기 속 인어 그림
그림=정서용
그리스 신화에도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물고기 모습인 신이 등장해요.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아들 '트리톤'이에요. 트리톤은 바닷속 황금 궁전에 살면서 해마를 타고 다녔어요. 바다가 잔잔할 때 그는 물 위로 올라와서 소라고둥을 불었지요. 그러면 작은 물고기와 돌고래가 주변에 모여들어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해요. 거친 파도가 일 때에는 소라고둥을 불어 파도를 잠재웠다고 하고요.

또한 그리스 신화에는 '세이렌'이라는 바다 요정도 나와요. 절벽과 암초로 둘러싸인 섬에 살며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배를 타고 지나가는 선원들을 유혹한다는 요정이지요. 세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린 선원들은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죽거나 뱃머리를 세이렌이 사는 섬 쪽으로 돌려 배를 난파시켰다고 해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은 원래 머리만 인간 여성의 모습이고, 몸통은 새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중세 시대 이후 전해진 그림이나 이야기에 나오는 세이렌은 상반신은 여인,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을 하고 있지요. 세이렌이 인어의 모습으로 바뀌어 전해진 것이에요.

아일랜드에는 '메로'라는 인어가 바다에 산다는 전설이 있어요.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물고기 모습을 하고 있는데, 여자 메로는 매우 아름답지만 남자 메로는 못생겼다고 해요. 어부들은 메로가 나타나면 폭풍우가 몰려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메로를 두려워했지요. 여자 메로는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혼도 하였는데, 메로가 낳은 아이는 다리에 비늘이 있고 손가락에 작은 물갈퀴가 있다고 전해집니다.

신드바드의 모험으로 잘 알려진 아랍의 설화집 '아라비안나이트'에도 바닷속에 사는 인간의 모습이 여러 차례 등장해요. 인어 압둘라 이야기에서 인어들은 지상의 인간들처럼 바닷속에 왕국과 도시를 이루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며 살았다고 해요. 다른 이야기에서는 인어가 인간과 결혼하여 후손을 낳았는데, 이 후손들은 인어들처럼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었답니다.

동양에서도 물속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전해집니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는 상반신이 사람이고 하반신이 물고기인 저인국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요. 또한 산해경에는 바닷속에서 베를 짜는 인어 이야기도 나오는데, 그들이 울 때 나오는 눈물은 모두 진주로 변한다고 해요. 우리나라에도 바다에서 올라온 미녀에게 이끌려 용궁으로 간 어부의 전설이 전해지고, 인어 나라 '나란다'에서 온 황옥 공주가 무궁국의 은혜왕과 혼인하였다는 전설도 전해집니다.

듀공과 매너티 그림
인어 이야기가 신화나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건 아니에요.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인어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수없이 전해오고 있지요.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도 항해 중에 인어를 보았다는 기록이 있어요. 하지만 인어를 본 사람은 많아도 실제로 인어를 잡았다는 사람은 아직 없답니다. 인어 목격담도 대부분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인 듀공이나 매너티를 보고 착각한 거예요. 듀공과 매너티는 가슴 쪽에 작은 팔처럼 생긴 지느러미 모양의 앞발이 있는데, 물 위에서 이 앞발로 어린 새끼를 안은 채 젖을 먹여요. 이 모습을 먼 곳에서 보면 마치 사람의 모습과 비슷하답니다.

그런데 1842년에 인어 박제가 일주일 동안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콘서트홀에 전시된 적이 있었어요. 상반신은 어린아이 모습이고, 하반신은 물고기 모습인 인어였지요. 사람들은 호기심에 이끌려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고 해요. 하지만 이 인어 박제는 가짜였어요. 일본인 어부가 오랑우탄 몸에 연어 꼬리를 붙여 박제를 만들었고, 이것을 장사꾼이 사들여 전시한 거예요.

인어가 실존하지 않는다고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인어에 대해 상상의 날개를 폅니다. 그래서 동화나 만화, 영화 등에 인어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지요. 여러분도 이번 여름방학에 바다를 보면서 인어에 대한 멋진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 보세요.

윤상석 | 어린이 학습 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