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계
핵실험 충격에서 영감 얻어… 이름 지어진 '비키니 수영복'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푸른색의 바다만 보아도 시원한 느낌이 들지요? 사진 속의 바닷가는 해마다 피서철이면 하루에도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찾는다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이랍니다. 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수영복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비키니' 수영복일 거예요. 그런데 '비키니(bikini)'가 원래 태평양에 있는 섬 이름이라는 사실을 아나요? 태평양 서쪽의 마셜 제도에는 산호초가 모인 둥근 모양의 환초로 이루어진 섬들이 있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비키니 섬이에요. 왜 수영복에 이 섬의 이름을 붙였을까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은 '리틀 보이(Little Boy)'와 '팻 맨(Fat Man)'이란 이름을 가진 핵폭탄 두 개를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했어요. 그러자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였지요. 가공할 만한 핵폭탄의 위력은 오른쪽 사진에서 느낄 수 있어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의 원폭 돔 모습인데, 이 일대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건물로 핵폭탄이 떨어진 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했습니다. 일본에 떨어진 핵폭탄은 핵무기의 위력과 공포를 전 세계에 알리며 전쟁이 끝나게 하였어요.
하지만 이 일은 미국 중심의 서방 세계와 구소련 사이에 '핵 보유'를 둘러싼 논쟁을 일으켰습니다. 군사적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되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지요. 그러자 미국은 자기들이 보유한 강력한 핵무기의 성능을 알리기 위해 태평양의 외딴섬에서 핵실험을 재개했어요. 그 섬이 바로 비키니 섬이었지요. 미국은 섬 주민을 이주시키고, 1946년 7월부터 1958년 3월까지 비키니 섬 일대에서 67차례나 핵실험을 했답니다. 섬 주민은 1957년 섬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허가를 받고 돌아왔지만,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오염으로 다시 섬을 탈출해야만 했어요. 이곳은 아직도 방사능 오염이 심각해 인간이 거주하기 어렵습니다.
1946년 파격적인 디자인의 수영복을 선보인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는 이 수영복의 이름을 고민하다가, 인류에게 크나큰 충격을 안겨준 핵실험에서 영감을 얻어 '비키니'라 불렀다고 해요. 비키니 섬과 히로시마 원폭 돔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어요. 인류가 저지른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서약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