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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교황들 잠들어 있어… 세계인이 가톨릭의 성지로 여기는 곳

입력 : 2014.07.30 05:34 | 수정 : 2014.07.30 09:10

[93] 바티칸 시국

다음 달 중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요. 교황으로 선출된 지 1년 5개월 만에 아시아 국가 중 우리나라를 가장 먼저 방문하는 것이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교황이 머무는 가톨릭의 성지, 바티칸을 함께 둘러볼까 해요. 이탈리아 로마의 북서부에 있는 바티칸 시국(市國)은 독립된 도시국가예요. 면적은 약 44만㎡로 우리나라 서울의 잠실종합운동장 전체 면적(54만5000㎡)보다도 작아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라고 해요.

성 베드로 성당에서 바라본 성 베드로 광장의 풍경이에요.
성 베드로 성당에서 바라본 성 베드로 광장의 풍경이에요. 이 모습은 성 베드로가 받은‘천국의 열쇠’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해요. /토픽이미지
바티칸이 세계 가톨릭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는 성 베드로 성당(Basilica di San Pietro)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성당 안에는 또 하나의 하늘처럼 보이는 높이 약 135m의 웅장한 돔 지붕이 있어요. 그 바로 아래에는 십자가와 성인, 천사의 모습으로 장식된 대형 청동 덮개와 제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일반 관광객은 들어갈 수 없는 비밀스러운 지하 무덤이 있지요. 바로 역대 교황들이 안치된 곳이에요. 2005년 선종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물론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의 묘도 있어요. 성 베드로는 고대 로마의 네로 황제 시대에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하였지요.

이후 313년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바티칸 언덕 중턱에 성 베드로가 묻힌 자리를 중심으로 성당을 지었어요. 당시 이곳이 정말 성 베드로가 묻힌 장소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믿음은 확고했다고 해요.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에도 성당 내 성 베드로의 무덤 자리는 상징적인 장소일 뿐이었어요. 그런데 1950년 성당 지하 무덤에서 실제로 성 베드로의 묘가 발견되었습니다. 붉은색 벽의 무덤에 베드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지요. 또 여기서 발견된 성 베드로의 유골에는 발 부분이 없었어요. 십자가에 매달린 시신을 거둘 때 발목을 잘라내야 했기 때문이지요. 성당 돔에서 일직선을 그리면 바로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이어집니다. 모자이크로 장식된 돔 지붕의 아래쪽에는 '너는 반석이며 이 반석 위에 나의 성당을 세우고 너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노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요. 이 문구에 나오는 '열쇠'는 성 베드로 광장(Piazza San Pietro)에 있습니다.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꼭대기에 오르면 성 베드로 광장이 한눈에 보여요. 축구장 크기의 타원형 광장에서 성당까지 이어진 모양을 합하면 마치 열쇠 같은 모양이 나옵니다. 이것이 바로 성 베드로가 그리스도에게 받았다는 천국의 열쇠를 상징하지요. 또는 팔을 벌려 모든 사람을 감싸 안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도 해요.

교황이 우리나라를 찾는 것은 지난 1984년과 1989년 방한한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에요.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이 올해 많은 어려움을 겪은 우리 국민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고, 많은 사람이 희망찬 미래를 꿈꾸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1분 상식]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그리스도교 공인'이란 무엇인가요?

고대 로마는 오랫동안 그리스도교를 박해했어요. 서기 54년 네로 황제는 로마에 큰 화재가 일어나자 이를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탓으로 돌리며 그들을 박해했지요.

그리스도교는 이후에도 줄곧 박해를 받다가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밀라노 칙령을 통해 종교로서 법적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모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다'는 내용의 이 칙령은 사실상 그리스도교의 자유를 인정한 것이었지요. 이후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그리스도교를 로마의 국교로 정하였고, 중세 이후 그리스도교는 유럽 전역에서 강한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기도 하였습니다.

황수진 | 교원 올스토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