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의 역사

얼려 먹던 과즙 음료… 아이스크림 기원이 되다

입력 : 2014.07.29 05:31 | 수정 : 2014.07.29 09:14

얼음에 벌꿀 얹어 먹은 네로 황제, 이탈리아 귀족은 과일즙 얼린 디저트
아이스크림은 만드는 과정 어려워 귀족·황제만 즐긴 귀한 음식이었죠

19세기 아이스크림 기계 나오자 대량 생산돼 누구나 즐기게 됐어요

여름마다 우리를 유혹하는 시원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빙수는 과연 언제 생겼을까요? 아이스크림과 빙수는 얼음 저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나타났어요.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기원전 2000년 이전부터 창고를 지어 얼음을 보관하였다고 해요. 기원전 1100년경 중국에서도 겨울철에 얼음을 쉽게 녹지 않는 곳에 보관했다가 여름에 써먹었지요.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에서도 근처 산에서 얼음이나 눈을 가져다가 구덩이에 보관했답니다. 기원전 300년경에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페르시아를 공격할 때 얼음으로 만든 음식을 먹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요. 알렉산더 대왕은 병사들이 더위와 피로에 지쳐 쓰러지자 높은 산에 쌓인 만년설을 가져와 과일즙과 꿀 등을 섞어 먹게 했다고 해요. 로마의 네로 황제도 여름이면 알프스 산에서 가져온 만년설에 과일과 벌꿀을 얹어 먹었답니다. 그런데 알렉산더 대왕이나 네로 황제가 먹은 것은 우유를 섞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보다는 지금의 빙수나 셔벗(sherbet)에 가까웠어요.

우유가 든 얼음 음식을 처음으로 즐긴 사람은 중국 당나라 황제들이에요. 발효시킨 우유에 곡물 가루와 각종 향신료를 넣은 액체를 금속관에 넣은 다음 얼음 구덩이 안에 넣어서 얼려 먹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 맛이나 모양은 지금의 아이스크림과 거리가 멀었지요. 13세기경 마르코 폴로가 중국 원나라를 방문하고 쓴 '동방견문록'을 보면 원나라 사람들은 우유를 첨가한 차가운 물을 얼려 먹었다고 해요. 그들이 먹은 것은 아마 지금의 요구르트 셔벗과 비슷한 모습일 거예요.

얼려 먹던 과즙 음료… 아이스크림 기원이 되다
/그림=정서용
중세 이후 서아시아를 여행했던 유럽 사람들은 아랍인들이 즐겨 마시는 차가운 과즙 음료인 '샤르바트'를 유럽에 소개하였어요. 이 차가운 음료는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답니다. 그런데 얼음이 얼지 않는 계절에 얼음으로 음료를 만들어 먹는 것은 황제나 돈 많은 귀족만 누릴 수 있는 대단한 사치였어요. 얼음을 녹지 않게 운반하기도 어렵지만, 그것을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거든요. 얼음을 이용하여 다른 음식 재료를 얼리는 것도 몹시 어려운 작업이었고요. 사실 오래전부터 중국과 아랍, 인도 사람들은 얼음에 소금을 뿌리면 온도가 더 내려가면서 주변 재료를 얼게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서양 사람들은 이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답니다. 16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눈과 질산칼륨의 혼합물을 채운 양동이에 물그릇을 넣어두면 물이 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지요. 이 방법은 곧 유럽 전역으로 퍼졌습니다.

17세기 중반, 이탈리아 사람들은 귀족에게 인기를 끌었던 차가운 음료를 새로운 디저트로 발전시켰어요. 이 디저트는 '소르베트'라고 했는데, 얼음이나 눈에 설탕과 과일즙을 섞은 다음 얼려서 만들었지요. 당시 나폴리에 있는 에스파냐 총독 공관의 주방을 관리하던 안토니오 라티니가 다양한 재료를 넣은 소르베트를 개발하였고요. 그가 만든 소르베트 중에는 우유를 넣은 것도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최초의 아이스크림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18세기 프랑스 귀족 사이에서도 아이스크림은 큰 인기를 누렸어요. 이때까지도 아이스크림은 여전히 귀족과 부자들만 즐길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간식이었지요. 얼음뿐 아니라 아이스크림의 재료인 설탕이 너무나 귀했고,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과정도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아이스크림은 영국과 신대륙인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아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도 즐겨 먹었다고 해요.

19세기에 접어들어 편리하게 아이스크림을 만들 수 있는 기계가 발명되면서 아이스크림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간식으로 변했어요. 미국 볼티모어에서 유제품 도매업을 하던 제이컵 퍼셀은 공장을 차려 아이스크림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19세기 후반에는 길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컵에 담아 파는 장사꾼까지 생겨났답니다. 그리고 1904년 열린 미국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에서 아이스크림과 와플을 하나로 합친 아이스크림콘이 처음 등장하여 선풍적 인기를 끌었어요. 또한 아이스크림 공장에서 인공적으로 얼음을 만들 수 있는 냉동 기술이 사용되면서 대량 생산이 더욱 쉬워졌고요. 이후 아이스크림은 전 세계로 퍼져 지금처럼 대중적인 간식이 되었답니다.

음식의 역사를 아는 것은 그 음식의 숨은 맛까지 즐기는 방법이라고 해요. 여러분도 빙수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그 역사를 머리에 떠올리고 숨은 맛까지 깊이 느껴 보세요.



윤상석 | 어린이 학습 도서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