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는 세계
사원·불상을 감싸 안은 나무… 강인한 자연의 생명력에 감탄
사진에 담긴 사원과 하나가 된 나무의 모습이 참 신기하지요? 캄보디아에 있는 '따프롬(Ta Prohm) 사원'의 모습이에요. 이곳에서는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길을 쭉 걷다 보면 낮은 담벼락에 올라탄 나무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디까지가 줄기이고, 어디서부터 뿌리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거대한 나무들이 사원의 돌벽을 꽉 움켜쥐고 있어요.
12세기 중반부터 13세기 초에 걸쳐 지어진 이 사원에는 한때 1만2000여명에 달하는 승려와 사원 관계자들이 살았다고 해요. 하지만 15세기경 크메르 왕조가 멸망한 후 버려진 사원을 열대의 밀림이 장악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탐험가인 앙리 무오에 의해 발견되었어요.
이 사원의 돌 틈에 뿌리를 내린 나무는 '뱅골보리수 나무(Banyan Tree)'입니다. 새들이 물어와 떨어뜨린 씨앗이 수백년 동안 거목으로 성장해 어느덧 사원과 하나가 되어 서로를 꽉 붙잡고 지탱하며 서 있게 되었지요. 식물체 뿌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바로 이러한 지지 기능입니다. 식물체가 바람 등 외부의 힘에 잘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나무의 뿌리가 흙 속에 묻혀 있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일반적인 식물의 뿌리는 흙 속에서 식물체를 지탱해주는 지지 작용을 한답니다. 하지만 어떤 식물들은 줄기처럼 땅 위에 있는 부분에서 생겨난 뿌리가 땅속으로 들어가 지지 작용을 하는데, 이를 공기 중에 있는 뿌리 즉, '기근(氣根)'이라고 해요. 기근의 대표적인 예로는 앞서 보았던 뱅골보리수 나무와 난초, 옥수수, 야자나무 등이 있어요. 뿌리가 땅속에 있지 않고 공기 중에 삐져나와 있으면 덩굴처럼 벽의 표면에 식물체의 몸이 달라붙기 쉽고, 빗물도 빨리 빨아들일 수 있답니다.
또 다른 사진을 볼까요? 뱅골보리수 나무의 뿌리에 포근히 안겨 온화하게 미소 짓는 불상은 태국의 방콕에서 북쪽으로 64㎞ 정도 떨어진 도시 '프라나콘시아유타야(Phra Nakhon Si Ayutthaya)'에 있는 불상이에요. 이 도시 이름은 태국어로 불멸(不滅), 즉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뜻이지요. 오랜 세월에 걸쳐 사원과 하나가 되고 불상을 감싸 안은 거대한 나무의 뿌리를 보고 있자니, 조용하고 느리지만 사라지지 않는 자연의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