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동물도 똑같답니다
[24] 시튼 '동물기'
사냥꾼도 잡지 못한 영리한 늑대 '로보'
사랑하는 암컷 찾다 죽는 모습 통해 동물도 감정 느낀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인간 횡포로 고통 받는 동물들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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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튼의 동물 관찰기에 담긴 ‘늑대 왕 로보’ 이야기의 삽화예요. /위키피디아
얼마 전 영국의 한 학생이 고양이와 강아지를 몹시 심하게 괴롭히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학생은 고양이의 머리에 발길질을 하고 강아지의 얼굴과 복부를 주먹으로 때리고, 심지어 목을 조르기도 했어요. 동물들은 불안 증세와 스트레스를 보였고 몸에도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말도 못하고 힘도 없는 동물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무서웠을까요? 요즘 인터넷에 종종 올라오는 동물 학대 영상은 많은 이에게 충격을 줍니다.
서양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데카르트는 인간만이 이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인간이 동물을 자원으로 이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했습니다. 언어능력이 있는 인간이 그렇지 못한 동물을 차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미국의 소설가이자 화가·박물학자·동물학자였던 시튼은 "동물도 인간과 똑같은 감정이 있다. 그들도 우리와 함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튼은 어린 시절 캐나다 남부 산림지대의 자연 속에서 동물들을 관찰하며 어미가 새끼를 사랑하는 마음과 가족애가 동물에게도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그는 인간이 알지 못했던 동물들의 세계를 이야기로 담아냈지요. 그의 소설은 정확한 지식과 세심한 관찰을 바탕으로 한 사실적인 이야기로 꼽히며 이후의 동물 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튼 동물기'는 시튼이 쓴 동물 이야기 30여편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에요. 시튼이 '시튼 동물기'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작품은 없지요. 시튼의 동물 이야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늑대 왕 로보'랍니다. 주인공 '로보'는 똑똑하고 힘도 센 우두머리 늑대였어요. 사냥꾼이 로보와 그의 부하들을 잡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썼지만 실패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로보가 사랑하는 '블랑카'가 덫에 걸려 죽었어요. 로보는 슬피 울부짖으며 블랑카의 흔적을 찾아다니다 결국 덫에 걸려 잡히고 맙니다.
로보는 덫에 단단히 걸려 있었다. 녀석은 블랑카를 찾아 헤매다 발자국을 발견하고 자기도 모르게 따라간 모양이었다. 그러다 결국 자기를 잡으려고 설치해 둔 덫에 걸리고 만 것이었다. 녀석은 강철 덫 네 개에 꽉 물린 채 이틀 밤낮을 쓰러져 있었다. (중략)
블랑카 옆에 로보를 눕히며 한 카우보이가 말했다.
"자, 결국은 그녀 곁에 왔구나. 이제부터는 영원히 함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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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이걸 보면 늑대도 우리처럼 사랑의 감정을 가진 생명체임을 알 수 있지요? 또 다른 동물의 이야기를 통해서 모성애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로 '스프링필드의 여우'의 주인공 여우 '빅센'입니다. 빅센은 무척 영리한 여우였어요. 닭 주인이 일부러 독이 든 먹이를 뿌렸지만 빅센은 미리 알아채고 그 먹이를 다른 곳에 물어다 놓을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새끼 여우 한 마리가 닭 주인에게 잡혀 마당에 묶이는 신세가 되었어요. 빅센은 새끼 여우를 구하기 위해 갖가지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요. 그러자 결국 빅센은 독이 든 먹이를 새끼에게 가져갑니다. 비참한 생활에서 탈출시키기 위해서였어요.
빅센의 모성애는 강했지만, 그보다 더 강한 더 고매한 생각이 있었던 것이다. 어미 여우는 독약의 힘도, 또 독이 든 먹이의 정체도 잘 알고 있었다. 새끼가 살았더라면 독이 든 먹이를 가려낼 수 있도록 가르쳐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빅센은 가슴속의 모성애를 억누르고 새끼를 자유롭게 해 줄 마지막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그것은 새끼의 구차스러운 삶을 어미 스스로 마감시켜 주는 것이었다.
로보와 빅센 외에도 인간과의 의리를 지킨 개 '빙고'와 늑대 '울피', 모성애가 강한 솜꼬리 토끼 등 시튼이 쓴 동물 이야기에는 여러 야생동물이 나와요. 인간처럼 슬픔을 표현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감정이 있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시튼이 들려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 인간의 횡포로 사라져 가는 동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리고 싶어서였을 것입니다.
# 이야기
방학을 맞아 동물원을 찾아간 민재는 예전과는 달리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마냥 신기했던 동물원의 모습이 이번에는 왠지 다르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멋지게 날아올라야 할 독수리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있었고, 용맹스러운 사자와 호랑이도 쇠창살 안의 작은 공간에 힘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더운 날씨 탓도 있었겠지만 동물들의 이런 모습을 보니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민재는 이곳의 동물들이 정말 행복할까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튼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을 보호하는 운동에 앞장섰습니다. 동물을 가족과 친구처럼 여겼던 시튼은 "동물도 이 세상에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시튼의 동물기를 읽고 인간과 동물이 나누는 우정을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시튼 동물기'는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요. 여러분이 생활하면서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느낀 때는 언제인가요? 그때 여러분 기분은 어땠나요? 동물원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게 하려면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생각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