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동서양 풍속
동양에서는 귀했지만, 서양에서는 기피했던 달
입력 : 2014.07.22 05:43
| 수정 : 2014.07.22 09:20
동양에서 친근한 이미지 가지는 달… 달의 주기 따라 만들어진 음력 달력
보름달 보며 소원 비는 대보름날로 예부터 달을 특별하게 여겼어요
서양서는 부정적인 이미지 지닌 달… 재앙·쫓겨난 사람 등의 인상 가져요
우리에게 무척 친숙한 동요 '반달'의 가사 일부예요.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밤에 보름달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토끼가 정말 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요? 이렇게 달은 우리에게 친근한 대상이지요. 그런데 우리 조상들에겐 달이 지금보다 훨씬 더 특별했답니다.
"아버님 생신이 음력 며칠이더라?" 어른들이 이렇게 말하며 달력을 보고 음력 날짜를 계산하는 모습을 본 적 있나요? 음력은 달을 기준으로 삼은 달력이에요.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하늘을 살피기 시작했어요. 농사를 잘 지으려면 자연의 변화를 잘 알아야 하는데, 하늘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달의 변화였지요. 달은 초승달에서 시작해 아래로 움푹 파인 모양의 상현을 거쳐 보름달이 되지요. 그다음엔 위로 볼록한 하현달과 그믐달을 거쳐 밤하늘에서 완전히 사라져요. 그러다가 다시 초승달이 되어 나타나는데, 이 주기가 평균 29.53일이에요. 사람들은 이 주기에 따라 한 달의 길이를 29일과 30일, 두 가지로 정해 번갈아 사용했어요. 이렇게 해서 탄생한 달력이 음력이에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은 이 음력을 사용했답니다.
갯벌이 많은 우리나라 바닷가에선 음력이 아주 중요하게 쓰였어요. 보름달이 뜨는 음력 15일과 달이 보이지 않는 음력 1일에 바닷물이 가장 높이 차올랐다가 가장 멀리 빠져나갔기 때문이에요. 이때 갯벌이 드러나는 시간도 길어져서 더 많은 조개를 갯벌에서 채취할 수 있었답니다. 한편 반달이 뜨는 음력 8일과 음력 23일에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빠지는 차이가 작아 갯벌이 드러나는 시간이 짧아요. 당연히 갯벌에서 조개를 채취할 시간도 줄어들겠죠? 그래서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에게 음력은 꼭 필요한 날짜 계산법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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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정서용
우리 조상들은 곡식과 과일을 수확하는 가을에 보름달이 뜰 때도 축제를 벌였어요. 여기에서 추석 명절이 비롯됐다고 해요. 이날 밤에는 보름달 아래서 여성들이 서로 손을 잡아 둥근 원을 만들고 '강강술래'라는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도는 춤을 추었어요.
또 사람들은 달에 비친 그림자를 보면서 토끼가 절구를 찧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어요. 왜 달에 토끼가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전해오는 옛이야기에 따르면, 하늘의 명을 받은 토끼가 병 없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무병장수(無病長壽)의 약을 만들기 위해 절구에 재료를 넣고 찧었다고 해요. 달에서 만들도록 한 이유는 욕심 많은 인간이 그 약에 감히 손댈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대요.
이렇게 달은 우리에게 친근한 인상을 주지만, 서양에서는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그곳의 옛사람들은 보름달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고 생각했어요. 영어로 미치광이를 뜻하는 말 '루나틱(lunatic)'이 달을 뜻하는 라틴어 루나(luna)에서 비롯된 것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요? 또 어느 특별한 수요일이나 금요일 밤에 밖에서 보름달 빛을 받으며 잠을 자면 늑대인간이 된다는 서양 이야기도 있어요. 그리고 서양 사람들은 달을 보고 주로 사람의 모습을 떠올렸어요. 특히 죄를 지어 달로 쫓겨난 사람의 모습을 많이 상상했다고 해요. 이처럼 서양에서 달은 정신병과 어둠, 재앙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요. 이것은 달을 숭배했던 동양과 달리 서양에서는 달 대신 태양을 숭배했기 때문이랍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1969년 이후로 달에 대한 신비는 조금씩 풀려가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달을 보면서 상상의 날개를 펴곤 한답니다. 여러분도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