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사랑하는 사람들 위해… 극한의 추위도 버틴 남자
입력 : 2014.07.16 05:35
| 수정 : 2014.07.16 09:02
[23]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사고로 추운 산맥에 추락한 주인공… 죽을 위기 처해서도 희망 버리지 않고 가족·동료 생각으로 끝까지 버텼어요
다른 사람 사랑하는 마음 가진다면 진정 인간의 책임 다할 수 있답니다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 한복판에 떨어진 조종사에게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다가옵니다. 둘은 황량한 사막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아요. 소년은 자신이 사는 별과 지구에서 만난 여우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나는 내가 길들인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라는 말도 남깁니다. 이 소년이 누구인지 여러분도 눈치챘지요? 맞아요. 바로 '어린 왕자'입니다.
소설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1900~ 1944)의 원래 직업도 비행기 조종사였어요.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그는 우편물을 전달하기 위해 비행하던 중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다가 겨우 구조되어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답니다. '어린 왕자'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쓴 작품이지요. '어린 왕자' 외에 다른 작품 속에서도 그의 조종사 경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39년 발표한 '인간의 대지' 역시 동료 비행사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거든요.
소설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1900~ 1944)의 원래 직업도 비행기 조종사였어요.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그는 우편물을 전달하기 위해 비행하던 중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다가 겨우 구조되어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있답니다. '어린 왕자'는 이러한 경험을 살려 쓴 작품이지요. '어린 왕자' 외에 다른 작품 속에서도 그의 조종사 경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39년 발표한 '인간의 대지' 역시 동료 비행사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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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눈 속에서는 생존 본능이라는 게 사라진다네. 이틀, 사흘, 나흘을 걷고 나면 자고 싶은 생각만 간절해지거든. 나도 그랬어. 하지만 나는 스스로 이렇게 말했지. '내 아내는 생각하겠지. 만약 내가 살아 있다면 걸을 거라고. 동료도 내가 걸을 거라고 믿을 거야. 그들은 모두 나를 믿고 있어. 그러니 걷지 않는다면 내가 나쁜 놈인 거야.'"
이렇게 자신을 다독이는 것도 잠시, 어느새 기요메의 몸과 마음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릅니다. 하지만 만약 자신이 여기서 죽는다면, 시신이 눈 속에 파묻혀 발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해요. 당시 법으로는 사람이 실종되었을 때 4년이 지나야 사망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자신의 보험증서가 아내에게 당장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요. 그때 전방 50m 앞에 있는 바위 하나가 눈에 띄었어요. 기요메는 저 바위 위에서 죽는다면 사람들이 자신을 더 쉽게 발견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그런데 일단 자리에서 일어서자, 이틀 밤과 사흘 낮을 내리 걸을 수 있었지요.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은 기요메는 마침내 극적으로 구조됩니다. 생텍쥐페리는 이 이야기의 끝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어요.
"그의 위대함은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느낀 데에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우편물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동료에 대한 책임. 그는 자신의 손안에 그들의 고통과 기쁨을 쥐고 있다. (중략)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은 바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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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대지' '어린 왕자' 등의 작품을 남긴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원래 직업은 비행기 조종사였답니다. /AFP
생텍쥐페리는 비행기 조종사라는 직업을 매우 특별하게 여겼어요. 비행기를 조종할 때는 책임감과 모험심, 자유, 아름다움 등을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가 살던 당시에는 개척되지 않은 항로가 많았고, 비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해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았어요. 생텍쥐페리는 자신이 비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위험'하기 때문이 아니라 '생명'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비행기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사람이 목숨을 거는 것은 비행기를 위해서가 아니다. 농부가 땅을 가는 것이 쟁기를 위해서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럼에도 비행기가 있기에 사람들은 도시와 도시의 회계사들을 떠나서 농부의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
생텍쥐페리는 대지가 주는 '생명'을 느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비행을 택한 것이에요. 그가 비행을 평생의 소명으로 삼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지요. 오늘날 우리는 목적과 수단이 뒤엉킨 사회에서 살고 있어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고 삶을 가꾸어야 하는데, 직업을 그저 돈을 버는 수단으로만 여기며 심지어 직업이 무엇인가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지요. 여러분 나이에 다양한 직업을 꿈꾸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직업의 겉모습만 보고 꿈을 갖기보다 자기 삶의 목적을 먼저 점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과, 자신이 길들인 장미에 대한 ‘책임’을 깨닫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 내용에 어떤 속뜻이 담겨있는지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