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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별 시간 차이로 불편한 여행… 세계표준시 정해 해결하다

입력 : 2014.07.14 03:21 | 수정 : 2014.07.14 09:32
작년 12월 24일 23시 55분, 인천공항에서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어요. 크리스마스를 5분 앞둔 터라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받으며 비행기에 올라 장장 32시간 동안 비행을 했지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하여 들은 첫 인사 역시 '메리 크리스마스'였어요. 현지 시각은 아직도 12월 25일 오후 7시였거든요. 시차와 서머타임 덕분에 인생에서 가장 긴 37시간의 크리스마스를 보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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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어 봤나요? 이 책의 주인공 '포그'는 친구들과의 내기 때문에 영국 런던에서 동쪽으로 세계 일주를 떠납니다. 포그는 기한보다 하루 늦게 영국에 도착하지만, 지구 반대편과의 시차로 인한 착오였음이 밝혀져 내기에서 이기지요. 그가 동쪽으로 여행을 떠났기 때문에 경도 1°를 넘을 때마다 시간이 4분씩 빨라져 하루의 오차가 생겼던 것이에요.

이 소설이 쓰인 1873년 무렵에는 비행기가 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증기선과 기차를 이용하느라 세계 일주에 80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답니다. 당시 세계의 각 도시는 저마다 다른 시간 기준을 사용하였고, 영토가 넓은 경우엔 같은 나라 안에서도 동일한 시간 기준을 쓰지 않았어요. 하루 중 태양의 고도가 가장 높은 정오를 하루의 시작점으로 삼았지요.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 사진
영국 그리니치천문대를 지나는 자오선. 이 자오선이 지구 경도의 원점이에요.
사람들이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손목시계의 시침을 매번 바꿔야 했어요. 기차 시간표도 자기 지역 시간을 기준으로 정했기 때문에 북미 지역에서만 무려 50개가 넘는 철도 시간표가 쓰였을 정도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차를 놓치기 일쑤였어요. 또한 각자 자기 나라를 기준으로 지도를 그렸기에 바다 위에서 국적이 다른 배들이 서로 위치를 파악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혼란을 줄이고자 1884년, 미국 워싱턴에서 '국제자오선회의'가 열렸어요. 이 회의에서 사진 속에 보이는 영국 그리니치를 지나는 자오선이 '본초(기준) 자오선'으로 정해져 지구 경도의 원점이 되었지요. 또한 그리니치를 기준으로 세계표준시가 정해져 각자의 시간 속에 살던 세계 사람들이 하나의 시간 틀에 속하게 되었답니다.

사진=한성필 | 사진작가
글=김옥선 | 용인 흥덕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