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의 한국사
조선시대엔 헌법 대신 '경국대전' 있었어요
조선 건국 초기에 편찬한 법전들, 중국 법전 모방해 조선 현실과 달라
당시 사회에 맞는 '경국대전' 만들어…
혼인 나이·형벌 등 구체적으로 기록, 나라 안 모든 분야의 규범 정리했어요
이번 주 목요일(17일)은 '제헌절'이에요.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헌법이 공포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과 국가기관의 조직과 권한에 대한 내용이 담긴 근본 규범이에요. 한 나라의 기본이자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법이지요. 우리나라에서 헌법을 공포한 7월 17일은 태조 이성계가 개경의 수창궁에서 왕위에 올라 조선 왕조를 연 날(음력 7월 17일)과도 연관되어 있어요. 우리 역사를 이어나가는 의미로 이날에 맞추어 국회에서 헌법을 공포한 것이래요. 그런데 조선 왕조에도 오늘날의 헌법처럼 나라를 다스리는 데 기본이 되는 훌륭한 법전이 있었답니다. 그 법전은 과연 무엇일까요?
◇"경국대전이 뭐예요?"
"아버지, 저 장가보내주세요. 아랫마을에 사는 초희와 사랑에 빠졌어요."
"그래? 올해 너 나이가 몇 살이지?"
"저는 열세 살, 초희는 열두 살입니다."
"너희는 너무 어려서 혼인할 수 없겠구나."
"어려서 혼인할 수 없다니,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부모님들이 허락만 해주시면 되잖아요?"
- ▲ 그림=이창우
"2년 뒤요? 열다섯 살이 되면 혼인할 수 있어요? 아버지, 그런데 '경국대전'이 뭐예요?"
'경국대전'은 조선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법을 정리한 책이에요. 1455년 조선의 제7대 왕인 세조가 즉위하자마자 편찬을 시작하여 다음 왕인 예종을 거쳐, 그다음 왕 성종 때인 1485년에 완성되었지요.
◇"조선의 현실에 맞는 법을 만들라"
조선은 1392년에 세워졌어요. 건국 후 100년 가까이 지나서야 법전이 만들어졌다는 뜻이에요. 그렇다면 그전에는 조선에 법을 정리한 법전이 없었을까요? 천만에요! 조선은 나라를 세우면서부터 법전 편찬 작업을 벌였답니다. 태조 때 '경제육전'을 편찬하였고, 이후 경제육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여 태종 때 '경제육전속전', 세종 때 '신속육전'과 '신찬경제속육전' 등을 편찬했지요. 그러나 이 법전들은 모두 중국의 법전을 본떠 만들어 조선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또한 건국 후 시간이 흐르면서 국가의 통치기구와 제도가 차츰 정비되고 규범이 변하였는데, 법이 그것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기도 했지요.
세조는 조선의 통치기구와 제도를 새롭게 정비하는 과정에서 잘 정리되고 통일된 종합 법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지요. "왕의 자리에 올라보니 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노라! 조선의 정치제도와 사회 현실에 맞는 법전을 만들라."
◇'경국대전'은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세조의 명에 따라 조선을 대표할 만한 법전을 만들고자 '육전상정소(六典詳定所)'라는 임시기구가 설치되었어요. 시대가 변하고 왕이 바뀌어도, 그 기본이 변하지 않으며 후대까지 길이 전해질 법전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에요.
'육전(六典)'이란 '육조(六曹)'가 나랏일을 하는 데 바탕이 되는 여섯 법전을 말해요. '육조'는 조선시대에 나랏일을 나누어 맡아보던 여섯 기관, 즉 이조(吏曹)·호조(戶曹)·예조(禮曹)·병조(兵曹)·형조(刑曹)·공조(工曹)를 말하고요. 또 '상정소'란 조선시대에 국가의 법규와 법전을 제정하거나 정책·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설치한 임시기구를 뜻합니다.
육전상정소에 대해 알고 나니 '경국대전'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이전(吏典)·호전(戶典)·예전(禮典)·병전(兵典)·형전(刑典)·공전(工典) 등 6개 분야로 나눠, 총 213개 항목(이전 29항목·호전 30항목·예전 61항목·병전 51항목·형전 28항목·공전 14항목)으로 구성되었어요.
◇나라를 다스리는 큰 법전
'이전'은 중앙 및 지방관리들의 조직에 관한 법률, '호전'은 호적, 토지제도, 세금 등에 대한 법률, '예전'은 과거, 의례, 외교, 친족, 제사 등에 대한 법률을 다뤄요. '병전'은 무과와 군사제도에 대한 법률, '형전'은 형벌, 재판, 노비에 관련된 법률, '공전'은 도로, 교통, 도량형, 건축, 수공업자 등에 대한 법률을 다루지요. 물론 왕실에 관련된 여러 규정도 담겨 있고요.
구체적인 조항 몇 개를 살펴보면, '남자는 15세, 여자는 14세가 되어야 혼인할 수 있다' '땅과 집을 팔거나 사면 100일 이내에 관청에 보고해야 한다' '부모가 많이 아프거나 부모 나이가 70세 이상인 남자는 군역을 지지 않아도 된다' '지방 수령의 임기는 1800일이다' '관리 집안 출신으로 가난하여 서른 살이 넘도록 시집을 가지 못하면 나라에서 결혼 비용을 지원해 준다' 등 다양한 내용이 실렸답니다.
한마디로 경국대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나라 안의 모든 분야에 대한 규범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법전이에요. 그렇다면 '경국대전(經國大典)'이란 이름은 무슨 뜻일까요? '나라(國)를 다스리는(經) 중요하고도 큰(大) 법전(典)'이라는 뜻이랍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헌법과 경국대전은 모두 나라를 다스리는 데 근본 규범이 되는 법이에요. 그렇다면 이러한 근본법은 왜 필요한 것일까요? 만약 헌법이나 경국대전 같은 근본법이 없다면 사회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