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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 부족 문화 연구해… '인류학의 어머니'가 된 그녀

입력 : 2014.07.10 05:39 | 수정 : 2014.07.10 09:16

[22] 마거릿 미드

여러분은 책이나 영화에서 원주민의 모습을 본 적 있나요? 최근에는 연예인이 정글에 사는 원주민을 찾아가 함께 생활하는 내용의 TV 프로그램도 방영되고 있지요. 지금은 우리가 원주민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가 살던 시대에는 그렇지 않았답니다.

1901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마거릿 미드는 호기심 많은 소녀였어요. 어린 시절에는 다른 나라에 관한 책을 즐겨 보며 늘 미지의 세계를 동경했다고 해요. 그래서 대학 진학 후 세계적인 인류학자인 프란츠 보아스 교수 밑에서 인류학을 공부했지요. 특히 그녀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원시 부족의 문화를 연구하고 싶었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여자가 원주민이 사는 지역에 가는 것을 매우 위험한 일로 여겼어요. 마거릿 미드를 아꼈던 보아스 교수도 크게 반대했을 정도였지요. 미드는 주위의 만류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폴리네시아로 떠나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태평양에 있는 폴리네시아는 수천 개 섬이 모인 지역으로, 다양한 원시 부족이 살고 있지요. 미드는 원주민의 언어를 배워 그들과 대화하고, 똑같은 음식을 먹으며 생활했습니다.

원시 부족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연구한 마거릿 미드는 ‘인류학의 어머니’로 불려요
원시 부족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연구한 마거릿 미드는 ‘인류학의 어머니’로 불려요. /Corbis/토픽이미지

한번은 마거릿 미드가 머물던 섬에 강한 태풍이 몰려와 섬 전체를 휩쓸어버리고 말았어요. 미드가 지내던 콘크리트 건물이 부서졌을 정도로 엄청난 태풍이었지요. 집이 모두 무너지고 농사를 망친 원주민은 큰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러자 미드는 연구를 중단한 채 원주민을 도와 마을을 복구해요. 그녀의 진심 어린 노력에 많은 마을 주민이 마음을 열었고, 마거릿 미드를 원주민식 발음으로 '마켈리타'라고 부르며 친근하게 대했습니다.

미드는 그들과 더욱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연구를 계속했지요. 그리고 뉴기니섬에서 만난 세 부족, 아라페시족(族)과 문두구머족, 챔블리족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1935년 '세 원시 부족 사회에서의 성과 기질'이라는 책을 발표합니다.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사회에서 남녀의 역할은 정해져 있지 않으며, 성별에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마거릿 미드는 ‘세 원시 부족 사회에서의 성과 기질’이라는 책을 통해 사회에서 남녀의 역할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어요.
마거릿 미드는 ‘세 원시 부족 사회에서의 성과 기질’이라는 책을 통해 사회에서 남녀의 역할은 정해져 있지 않다고 주장했어요.

당시만 해도 남자는 밖에 나가 돈을 벌고, 여자는 집안일을 하며 아이 키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습니다.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며 마거릿 미드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하지만 사회에 진출하여 자기 일을 하고 싶어하던 여성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습니다.

오지에서 원주민과 어울려 살며 그들의 문화를 연구한 마거릿 미드. 그녀는 여성이 남성보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편견을 깨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집안일에 얽매였던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원주민을 연구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나의 또 다른 가족'이라고 부르며 사랑한 마거릿 미드는 진정한 '인류학의 어머니'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1분 상식] '폴리네시아'는 어떤 곳인가요?

폴리네시아(Polynesia)는 태평양의 오세아니아 동쪽 해역에 있는 수천 개 섬을 일컫는 말이에요. 하와이 제도를 비롯하여 뉴질랜드 섬과 통가·사모아·피닉스·마르키즈 제도 등이 폴리네시아에 포함됩니다. 이곳의 섬 중 낮은 섬은 산호초가 쌓여 만들어졌으며, 높은 섬은 대부분 화산 폭발로 생겨났다고 해요. 폴리네시아는 섬 사이의 교류가 활발한 것이 특징이에요. 이곳에 사는 원주민은 예로부터 배를 만드는 기술과 항해 기술이 뛰어났거든요. 또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여 세계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기도 했어요.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이 한동안 머물렀다는 타히티 섬 역시 폴리네시아에 속한답니다.

김선민 | 후(who) 시리즈 위인전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