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번개·폭우마저도 작품으로 승화시킨 예술가들
입력 : 2014.07.04 05:38
| 수정 : 2014.07.04 09:10
최초로 번개 그림 그린 조르조네, 폭우 쏟아지는 밀림을 묘사한 루소
모두 날씨를 미술로 표현했답니다
번개 체험 작품 만든 월터 드 마리아… 자연의 위대함 느낄 수 있게 했어요
요즘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오는 날이 많아요. 먹구름 사이로 번개의 섬광이 비치고 뒤이어 천둥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두려움에 떨지요. '구름 속의 자객'으로 불리는 낙뢰(벼락)로 피해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이러한 대자연의 위력을 미술로 표현한 예술가들이 있어요.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네는 미술사에서 처음으로 번개를 그린 예술가로 유명합니다. 작품 1을 보세요.
저 멀리 도시를 뒤덮은 먹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고 있네요. 그림의 오른쪽에는 아기 엄마가 숲 속에 흰 천을 깔고 앉아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왼쪽에는 지팡이를 든 남자가 서 있어요. '남자와 여자는 왜 숲 속에 있을까?' '둘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이런 궁금증이 들지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미술 전문가들이 다양한 주장을 펼쳤으나 지금껏 답을 얻지 못했답니다.
저 멀리 도시를 뒤덮은 먹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고 있네요. 그림의 오른쪽에는 아기 엄마가 숲 속에 흰 천을 깔고 앉아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왼쪽에는 지팡이를 든 남자가 서 있어요. '남자와 여자는 왜 숲 속에 있을까?' '둘은 과연 어떤 관계일까?' 이런 궁금증이 들지요?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미술 전문가들이 다양한 주장을 펼쳤으나 지금껏 답을 얻지 못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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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1 조르조네, ‘폭풍’, 1505~1510년.
그런가 하면 그리스 출신의 스페인 화가 엘 그레코도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의 대기 현상을 풍경화에 표현했어요. 작품 2에서는 하늘의 먹구름 사이로 번개의 섬광이 보이는 것만 같네요. 잿빛 어둠에 휩싸인 도시는 바로 스페인의 톨레도예요. 톨레도는 중세 문화유산이 잘 보존된 세계적인 관광 명소입니다. 톨레도의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된 엘 그레코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40년 동안이나 이곳에 살며 많은 종교화를 그렸어요. 작품 2는 기독교미술의 거장인 엘 그레코가 그린 단 한 점의 풍경화로 미술사적 가치가 높아요. 그는 왜 날씨를 주제로 풍경화를 그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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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2 엘 그레코, ‘톨레도 풍경’, 1597년경.
인간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천둥·번개는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의 풍경화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작품 3을 보세요. 열대 숲 속에 갑자기 번개의 섬광이 번쩍이면서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네요. 밀림의 왕인 호랑이도 겁에 질려 두 눈을 크게 뜨고 황급히 피할 곳을 찾는군요. 열대 밀림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는 장면을 실감 나게 그린 이 그림은 사실 실제 풍경을 묘사한 게 아니에요. 예술가적 상상을 발휘하여 그린 작품입니다. 루소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프랑스를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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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3 앙리 루소, ‘호랑이가 있는 열대의 폭풍(일명 놀라움)’, 189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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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4 월터 드 마리아, ‘번개 치는 들판’, 1971~1977년.
미국 예술가 월터 드 마리아는 관객이 야외에서 번개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을 창조했어요. 그는 번개가 자주 발생하는 미국 뉴멕시코주(州)의 외딴 들판에 금속 막대 400개를 일정한 간격으로 세웠어요. 금속 막대는 번개를 끌어당기는 피뢰침 역할을 해요. 작품 4는 번개가 치는 날, 번개에서 발생한 전류가 금속 막대로 빨려 들어가는 극적인 순간을 촬영한 거예요. 왜 전시장을 벗어나 황량한 들판에 번개를 체험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을까요? 대자연의 위대함과 숭고함, 우주의 신비를 느끼게 하기 위해서예요. 관객은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들판에서 거대한 우주를 경험하고, 그에 비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는 시간을 갖게 되지요.
지금껏 감상한 작품들은 천둥·번개나 폭우와 같은 날씨의 변화도 미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어요. 대기 현상마저도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예술가들의 창의성에 새삼 경의를 표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