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경제

베짱이처럼 계획 없이 쓰기만 하면… 필요할 때 돈 모자랄 수 있어요

입력 : 2014.07.01 05:50 | 수정 : 2014.07.01 09:03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인 것은?' 여러분도 이 수수께끼를 한 번쯤 들어보았지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괴물 스핑크스가 오이디푸스에게 낸 수수께끼예요. 오이디푸스는 이 수수께끼에 '사람'이란 정답을 내놓지요. 아기일 때 네 발로 기어다니고, 자라면서 두 발로 걷다가, 나이가 들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사람의 일생을 비유한 수수께끼였거든요.

사람은 이처럼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자라며 학교에 다니다가 취업하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지요. 그리고 자녀를 낳아 기르다가 독립시키고, 일에서 은퇴하고, 죽음을 준비합니다. 이 과정을 '생애 주기'라고 하지요. 일반적으로 생애 주기는 '영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청년기-중·장년기-노년기'로 구분하지만, 소득에 따라 '취업 전 시기-소득 획득 시기-은퇴 시기'로 구분할 수도 있어요. 성인은 '미혼기-신혼기-자녀 출산 및 양육기-자녀 학령기-자녀 성년기-자녀 독립 및 은퇴기'로 더 상세히 나누기도 해요. 우리가 평생 행복하게 살려면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여 각 단계에 맞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답니다.

생애주기별 재무관리 일러스트
부모님에게 의존하는 취업 전 시기는 돈에 대한 부담이 적지만, 은퇴기가 가까울수록 돈에 대한 부담이 커져요. /일러스트=박상훈 기자
그때그때 번 돈으로 살면 될 텐데, 왜 계획을 세워 대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요? 그것은 시기별로 우리가 버는 돈과 쓰는 돈, 즉 수입과 지출 사이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에요. 여러분은 '개미와 베짱이'란 동화를 잘 알지요? 식량이 풍족한 여름에 먹고 놀기만 했던 베짱이와 추운 겨울에 대비하여 열심히 식량을 저장한 개미 이야기 말이에요. 식량을 저축하지 않은 베짱이는 겨울에 호된 고생을 하잖아요. 이처럼 사람 인생에도 돈이 부족한 시기와 남는 시기가 있어요. 만약 어떤 사람이 평생 10억을 벌고 10억을 쓴다고 가정해 봐요. 쓰는 돈과 버는 돈이 같으니 큰 문제 없어 보이지요? 그러나 돈을 버는 것은 주로 중·장년층 시기이지만, 쓰는 것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져요. 따라서 돈이 남는 시기에 저축하지 않고 펑펑 써버린다면 돈이 부족한 시기에는 몹시 어렵게 살 수밖에 없어요.

여러분 같은 유년기와 청소년기에는 주로 부모님의 수입에 의존해서 살아가요. 그러다가 20대가 되면 취업하여 자신의 소득을 갖게 되지요. 이때부터는 재무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0~40대에 접어들어 가정을 꾸리면 자녀 양육이나 주택 마련과 같은 재무 목표가 생겨요. 중·장년층 시기에는 직장에서 승진하거나 자기 사업을 확장하는 등 대개 소득과 재산이 늘어나지요. 하지만 자녀 교육비와 노부모의 병원비 등 지출도 함께 늘어납니다. 50대에는 소득이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지만, 자녀 결혼과 은퇴 준비라는 과제가 생겨요. 은퇴하면 소득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젊을 때 저축한 돈과 국민연금 등에 의존해서 살아야 합니다. 즉, 소득이 있는 30여년 동안은 수입이 지출을 초과하는 흑자 시기라면, 은퇴 후는 지출이 수입을 초과하는 적자 시기인 거예요. 이러한 적자 시기에 대비하여 우리는 생애 주기에 따라 재무 목표를 정하고, 재무 계획을 세워 실천해야 합니다.

여러분에게는 아직 너무 먼 미래 일로 느껴진다고요? 그렇다면 먼저 일 년 동안의 일을 한 달 단위로 예측해 보세요. 예컨대 친한 친구나 가족의 생일이 있는 7월과 9월, 새 학기 준비물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8월 등 용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를 달력에 표시해 보세요. 그리고 어떤 달에 용돈이 남고 부족한지를 예측하고, 부족한 달에 대비해 남는 용돈을 저축하는 거예요. 지금부터 이런 습관을 들인다면 어른이 되었을 때 생애 주기별 재무 관리도 잘할 수 있겠지요?

문재희 |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