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앗! 넘어진 김 선수, 다친 곳에 왜 얼음찜질 할까

입력 : 2014.06.24 05:42 | 수정 : 2014.06.24 09:02

상처를 차갑게 식혀 혈액순환 늦추면 출혈 멈추고 부기·염증·아픔 줄어요
경기 전 준비운동하여 체온 높이면 신체 기능 활발해져 잘 다치지 않죠

"○○○ 선수가 몸을 푸는 것을 보니 곧 선수 교체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요즘 월드컵 축구 대회를 보다 보면 후보 선수들이 교체될 때, 의자에서 일어나 바로 경기장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경기장 바깥쪽에서 한참 뛴 후에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야구에서도 교체 투입될 투수가 수십 분 전부터 불펜(bull pen)이란 곳에서 공을 던지지요. 경기에서 힘을 쏟으려면 최대한 많이 쉬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왜 경기에 나서기 전부터 힘을 소모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 몸이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이에요.

운동선수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부상(負傷)'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능력을 갖춘 선수라도 몸을 다쳐 오랫동안 치료받아야 한다면, 경기에 나가지 못할뿐더러 쉬는 동안 근육량이 감소하여 예전 기량을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든요. 부상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찾아오지만, 준비운동이나 응급처치 같은 기본적인 수칙을 잘 지키면 부상 확률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에는 뜨거움과 차가움이라는 온도의 원리가 숨어 있답니다.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외부 온도에 상관없이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정온동물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지만, 정상체온보다 높거나 낮아질 경우에는 몸에 큰 문제가 생겨요. 사람의 정상체온은 약 36.5도(℃)인데, 35도로만 떨어져도 저체온증이 나타나고, 39도 이상 올라가면 단백질, 세포 소기관 등에 변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요.

앗! 넘어진 김 선수, 다친 곳에 왜 얼음찜질 할까
/그림=정서용
그런데 우리 몸에 적당한 차가움과 뜨거움은 도움이 될 때도 있어요. 감기에 걸리면 보통 몸에서 열이 나지요? 몸속에 병원체가 들어오면 우리 몸은 병원체와 싸우기 위해 백혈구나 림프구 같은 면역물질을 분비하는데, 체온이 올라갈수록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액도 많이 돌아서 더 많은 면역물질과 영양소를 전달할 수 있게 돼요. 그래서 우리 몸이 스스로 체온을 높이는 것이지요.

운동선수들이 경기에 나가기 전 뜀뛰기,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하는 것도 체온을 높이기 위해서예요. 그러면 신체 기능이 활성화되고, 근육과 인대, 관절이 유연해져 부상을 잘 당하지 않게 되거든요.

또한 운동하고 난 후에 체온이 너무 빨리 내려가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해요. 격렬한 운동을 하면 근육에 '젖산'이란 물질이 쌓여 피로를 느끼는데, 젖산은 체온이 높은 상태에서 잘 분해되는 특징을 가졌거든요. 따라서 격렬한 운동 후에 몸을 가볍게 움직이며 서서히 운동 강도를 줄여나가면 젖산이 더 빨리 분해되어 피로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어요. 운동선수가 경기 후에 몸을 타월로 감싸는 것도 몸이 빨리 식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여러분도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하고 나서는 바로 찬물로 샤워하지 말고 가벼운 조깅을 하여 서서히 땀을 식히고 나서 씻는 것이 좋아요.

그렇다면 투수가 휴식 중에 어깨에 차가운 얼음 주머니를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상처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차가움은 따뜻함과 반대되는 기능을 해요. 체온이 올라갈 때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면 체온이 내려갈 때는 혈액순환이 둔해지지요. 투수가 전력투구하고 나면 어깨의 미세한 혈관(모세혈관)들이 터지고 인대가 늘어나요. 그래서 그대로 두면 출혈이 일어나고 다시 회복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이때 어깨에 얼음을 올리면 상처 부위의 출혈이 멈추고, 부어오르거나 염증이 생기는 것도 완화할 수 있어요. 축구를 하다 타박상을 입거나 인대를 다쳤을 때 재빨리 차가운 스프레이를 뿌리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또한 상처 부위를 차갑게 하면 고통을 빨리 사라지게 하는 효과도 있답니다.

이런 상황에 만약 상처 부위를 뜨겁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혈관이 확장되어 상처 부위에 피가 잘 돌면 상처가 아물지 않고 피가 계속 흘러나올 거예요. 상처 부위는 점점 커지고 부어오르게 되지요. 늘어난 인대도 다시 수축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요.

그렇다고 상처 부위를 뜨겁게 하는 치료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에요. 출혈이 멈추고 부기가 빠지고 나면, 빠른 회복을 위해 상처 부위에 피가 잘 돌도록 따뜻한 찜질을 해 주는 것이 좋지요. 단, 차갑든 뜨겁든 상처 부위를 30분 이상 감싸는 것은 좋지 않아요. 그리 높지 않은 온도에서도 동상이나 화상을 입을 수 있거든요.

요즘 날씨가 무더워져서 에어컨 바람을 오래 쐬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면 잠깐은 시원하겠지만, 우리 몸이 여름이란 계절에 적응하지 못해 감기 등 질병에 걸리기 쉬워요. 무조건 더위를 피하기보다는 야외활동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며 몸을 적응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몸이 이렇게 온도에 민감하다니 참 신기하지요?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부상당하지 않고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길 기원해 봐요.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우리 몸'


[함께 생각해봐요]

보통 사람의 심장은 1분에 70~80회 정도 뛰는데, 체력이 좋은 운동선수는 40~50회 정도 뛴다고 해요. 왜 체력이 좋을수록 심장이 느리게 뛸까요?

해설: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혈액 이동량은 1분에 5L 정도예요. 체력이 좋은 운동선수는 더 적은 심장박동으로도 5L를 채울 수 있지요. 만약 일반인과 똑같은 횟수로 심장이 뛴다면, 운동선수는 1분에 더 많은 혈액을 이동시킬 수 있는 거예요.


조영선 | 과학 학습 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