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여행

"단 1주일만이라도 전쟁 멈춰 달라"… 내전 끝낸 '드로그바'의 한마디

입력 : 2014.06.18 05:40 | 수정 : 2014.06.18 09:02

[87] 코트디부아르 야무수크로

월드컵 열기가 점차 뜨거워지고 있어요. 지난 주말에는 여러분에게 다소 생소한 '코트디부아르'라는 나라가 일본에 역전승을 거두었지요. 디디에 드로그바 선수의 맹활약과 함께 코트디부아르 내전에 대한 이야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프리카 적도 부근 서부에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수도 야무수크로(Yamoussoukro)를 찾아가 봐요.

야무수크로는 원래 코트디부아르 중남부에 있는 작은 시골 도시였습니다. 하지만 1960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우푸에 부아니가 자기 고향이라는 이유로 이곳을 수도로 만들기로 결정했지요. 그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도로와 호텔, 사무실, 아파트를 건설했습니다. 또 초호화 대통령궁과 의회, 법원 등을 짓고,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도 세웠어요. 그리고 1983년에 수도를 아비장(Abidjan)에서 이곳으로 옮깁니다. 그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코트디부아르의 독립을 이끈 영웅이었지만,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독재정치를 하여 많은 저항을 받기도 했어요.

(왼쪽 사진)디디에 드로그바는 코트디부아르 내전을 멈추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오른쪽 사진)코트디부아르 야무수크로에 있는‘평화의 모후 바실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알려졌어요.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성당을 본떠 지었다고 해요.
(왼쪽 사진)디디에 드로그바는 코트디부아르 내전을 멈추는 데 큰 역할을 했어요. (오른쪽 사진)코트디부아르 야무수크로에 있는‘평화의 모후 바실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으로 알려졌어요. 로마 바티칸의 성 베드로성당을 본떠 지었다고 해요. /신화 뉴시스·Corbis 토픽이미지
우푸에 부아니 전 대통령이 지은 성당 이름은 '평화의 모후 바실리카(Basilica of Our Lady of Peace)'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머릿돌을 세웠어요. 1만8000명이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의 면적만 7000㎡에 이른다고 해요. 건축 양식은 바티칸의 성 베드로 성당을 본떴으며,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대리석과 프랑스에서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사용해 지었어요. 스테인드글라스 작품 중에는 예수의 12제자를 소재로 한 작품도 있는데, 여기에 우푸에 부아니 전 대통령의 모습이 마치 13번째 제자인 것처럼 표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3년 공사 기간에 3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공사비와 1만1000명의 거대 인력이 투입되었지요.

코트디부아르 남쪽에는 대서양과 맞닿은 아름다운 해변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 해변 이름은 '상아 해안(Ivory Coast)'이에요. 아이보리코스트는 코트디부아르의 영어 이름이기도 하지요. 코트디부아르에는 코끼리가 많이 살아서 15세기부터 상아를 얻으려는 나라들의 침략을 수없이 받았다고 해요. 코트디부아르 축구 대표팀 별명이 '코끼리 군단'인 데는 이러한 깊은 사연이 있답니다.

또 일본과 벌인 경기에서 활약한 드로그바 선수는 코트디부아르의 역사에 큰 의미가 있는 사람이에요. 2006년 독일월드컵 예선전에서 코트디부아르가 역사상 최초로 본선 진출권을 따낸 날, 주장이던 드로그바 선수가 인터뷰에서 "단 1주일 만이라도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한 것이지요. 그러자 내전이 계속되던 코트디부아르에서 일주일간 총성이 멈추었다고 해요. 월드컵은 민족과 이념에 상관없이 전 세계가 하나 되는 축제입니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각기 다른 역사적 배경을 가진 나라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1분 상식] 코트디부아르는 왜 내전을 겪었나요?

코트디부아르는 1960년 프랑스에서 독립하였어요. 그러나 초대 대통령인 우푸에 부아니가 30년 넘게 독재정치를 하면서 정국 불안이 계속되었지요. 2000년 대선에서 로랑 그바그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반대파인 북부 반군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내전이 일어났어요. 2007년 정부와 반군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었지만, 2010년 대선에서 승리한 알라산 우아타라의 정부군과 로랑 그바그보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군인들 간의 유혈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지요. 지난 2011년 그바그보 전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내전이 사실상 종결되었습니다.


황수진 | 교원 올스토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