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누군가를 판단하기보다 이해해 보세요
입력 : 2014.06.18 05:40
| 수정 : 2014.06.18 09:02
[19] 파트리크 쥐스킨트 '좀머씨 이야기'
평생 마음문을 닫고 산 주인공 좀머… 마을 사람들은 그를 의심하고 걱정
유일하게 좀머를 이해했던 한 소년… 좀머를 보내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 호수로 들어가는 그를 잡지 않았죠
여러분은 영화를 자주 보나요? 영화에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어 있어요.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아픈 우리 삶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녹아 있지요. 그리고 그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가는 주연과 조연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소설 '좀머씨 이야기'에 나오는 '좀머씨'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소설의 주인공이에요. 하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늘 조연처럼 주변을 배회합니다. 마을에는 좀머씨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지요. 그런가 하면 배낭을 메고 지팡이를 짚은 채 온종일 걸어 다니는 그를 모르는 사람도 없답니다. 좀머씨는 마음의 문을 닫고 그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은 채 걷고 또 걸어요.
"사람들이 좀머 아저씨네에 대해서, 특히 '좀머씨'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지만, 사실은 근방에서 제일 많은 사람이 '좀머씨'를 알고 있으리라는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좀머씨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좀머씨는 왜 그렇게 온종일 걷기만 했을까요? 소년의 아버지 말대로 완전히 돌아버린 사람일 수도 있고, 세상의 관심이 싫어 은둔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그게 아니면 걷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지요.
"사람들이 좀머 아저씨네에 대해서, 특히 '좀머씨'에 대해서 거의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지만, 사실은 근방에서 제일 많은 사람이 '좀머씨'를 알고 있으리라는 주장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이 소설은 한 소년의 눈에 비친 좀머씨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좀머씨는 왜 그렇게 온종일 걷기만 했을까요? 소년의 아버지 말대로 완전히 돌아버린 사람일 수도 있고, 세상의 관심이 싫어 은둔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그게 아니면 걷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아픈 상처를 가진 사람일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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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이 소설에서 '나'로 등장하는 소년에게 좀머씨는 특별한 존재예요. 둘 사이에 어떤 교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년이 나무를 타기 시작할 때부터 퀴켈만을 좋아하고, 풍켈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울 때도, 그리고 날아다니는 것처럼 자전거를 자유자재로 탈 때도, 좀머씨가 그 곁을 스치며 지나갔으니까요. 성장하면서 겪은 중요한 사건마다 소년은 좀머씨를 목격하였고, 좀머씨의 마지막 모습을 본 유일한 사람도 바로 소년이었어요. 소년이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를 볼 수 있을 만큼 자란 어느 날이었지요. 그날도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는 호수 가장자리에 좀머씨가 서 있는 것을 보았지요. 소년은 이내 그의 다리가 호수에 잠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요. 그리고 점점 호수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좀머씨를 지켜봅니다.
"나는 놀랐다기보다는 내가 보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당혹스러웠으며,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렇지만 소년은 '좀머 아저씨! 정지! 뒤로!'라고 소리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어요. 다만 '그것이 어둑어둑한 원경으로 사라지기 전까지 오랫동안 쳐다보았을' 뿐이에요. 왜 그랬을까요? 그것은 어쩌면 소년이 아버지와 경마장에 다녀오던 날 마주친 좀머씨가 내뱉은 말을 잊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간청하듯 말하던 좀머씨의 모습을 기억했기 때문이에요. 소년은 그렇게 좀머씨를 보내주는 게 더 나은 일이며, 진정 '좀머씨'를 위하는 일이라고 여겼겠지요.
#이야기
여러분 기억 속에 남은 사람은 누구인가요? 아니면 인상 깊게 남은 물건이 있나요? 우리 기억 속에 아주 가까운 사람이나 소중한 물건만이 남는 것은 아닙니다. 낯설거나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주 하찮고 쓸모없는 물건일 수도 있어요. 이처럼 사람의 기억 속에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 남는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에요. 나에게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사람이나 물건에 대한 기억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평생을 가기도 하거든요. 보통 인간을 가리켜 '이성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살다 보면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잦아요. 비합리적인 것투성이지요. 그런데 비합리적이라고 여기는 생각이나 행동이 합리적인 것보다 가치 있게 남는 경우가 많답니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도 인간을 비합리적 존재로 보았어요. 좀머씨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소년의 행동 역시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년은 그 순간에 그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여겼어요. 이러한 소년의 행동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마을 사람들은 좀머씨를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좀머씨를 의심하거나 걱정하는 사람들의 말 때문에 소문만 무성할 뿐이지요. 좀머씨가 사라지고 며칠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안 사람들은 또다시 이런저런 추측만을 내놓지요. 돌아버렸다거나 이민을 갔다거나, 길을 잃었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돌이켜보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일이 참 많아요.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일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말하거나 소문을 옮기는 일 말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라면 어떨지 생각해 보세요.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대신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태도가 필요하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은 왜 좀머씨가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무작정 걷기만 했다고 생각하나요? 또한 소년이 좀머씨의 죽음에 대해 말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도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