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부끄럼쟁이 친구, 알고 보면 속 깊은 '생각쟁이'

입력 : 2014.06.12 05:26 | 수정 : 2014.06.12 09:25
노르웨이 작가 스티안 홀레의 그림책 '어른이 되면 괜찮을까요?'에는 가르만이라는 소년이 나와요. 초등학교 입학식 전날, 가르만은 낯선 환경에서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에 무척 걱정이 컸답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게 서툴고, 아직 이가 하나도 빠지지 않았거든요. 옆집 한네와 요한네는 이가 네 개나 빠졌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가르만은 문득 어른이 되면 겁나는 일이 없지 않을까 생각하지요.

혹시 여러분도 가르만처럼 어른은 무서운 것도, 부끄러운 것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사실 그렇지 않아요. 어른이 되어도 남들 앞에 나서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에요. 어른들도 수업을 듣다가 질문이 있어도 선뜻 손을 들지 못하고요. 친한 친구와 싸우고 먼저 사과하는 것도 마음처럼 쉽지 않아요. 심지어는 혼자 영화관에 가는 게 부끄러워서 보고 싶은 영화를 못 보는 어른도 있어요.

웅진주니어 ‘부끄럼쟁이 아냐, 생각쟁이야!’ 책 일러스트
웅진주니어 ‘부끄럼쟁이 아냐, 생각쟁이야!’

물론 남 앞에서 말도 잘하고 심지어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많아요.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예요. 남 앞에 나서는 게 부끄럽고 두려운 친구가 있는가 하면, 남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게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친구들도 있지요.

이렇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남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는 성격을 '외향적'이라고 해요. 부끄럼을 잘 타고 혼자 있길 좋아하는 조용한 성격을 '내성적'이라고 하고요. 외향적 성격과 내성적 성격은 개인의 성격 차이일 뿐, 결코 어느 쪽이 더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집에서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천방지축 개구쟁이인데, 밖에 나가면 목소리도 작아지고, 낯선 사람 앞에만 서면 말을 못하는 부끄럼쟁이들이 있어요.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나 주변의 친구가 혹시 그렇지 않나요?

가끔 내성적인 성격이라서 속상해하는 어린이도 있지요.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의 친구들은 알고 보면 겁쟁이나 부끄럼쟁이가 아니라 다른 친구들보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생각쟁이인 경우가 많아요.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낸 문제의 정답을 알지만 자기가 맞히기보다 다른 친구에게 기회를 양보하는 마음 착한 친구일 수도 있지요.

가끔은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더 즐거운 사람일 수도 있어요. 주변에 그런 친구가 있다면, 부끄럼쟁이라고 놀리기보다 "넌 남보다 한 번 더 생각하는 생각쟁이야"라고 말해 주세요.

[부모님께]

내성적인 어린이는 익숙한 사람들 앞에서는 재미있는 얘기도 곧잘 하지만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어떻게 행동할지 몰라 당황하곤 해요. 그럴 때 부모님이 핀잔하면,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더 싫어하게 됩니다. 그 상황에 익숙해지도록 조금 시간을 주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게 되지요. 내성적인 아이가 무리하게 행동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도와주세요.



 

이태화 | 어린이 책 출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