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보는 세상
'내가 더 우월해' 로빈슨처럼 타인 대하면 어떻게 될까?
입력 : 2014.06.11 05:27
| 수정 : 2014.06.11 09:11
[18]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무지한 타인 일깨워야 한다는 태도… 이성·합리성에 근거해 문명 건설한 18세기 서구인의 계몽적 관점 보여
고독한 시간 속에 자신 돌아보며 반성… 타인과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하죠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다른 사람과 손쉽게 연락이 닿는 시대에 살아요. 심지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람의 근황도 SNS 등으로 쉽게 알 수 있지요. 우리가 그만큼 타인과 더 가까워졌다는 뜻일까요?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표현을 빌리면, 안타깝게도 우리는 예전보다 더 큰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낀다고 해요. 수많은 네트워크에 둘러싸인 현대인은 '고독(孤獨)'을 잃어버렸는데, 고독은 자신에게 생각을 집중하고 반성할 기회를 주어 타인과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고독을 놓쳐 버린 현대인과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 사람이 한 명 있어요. 바로 1719년 발표된 대니얼 디포의 소설 '로빈슨 크루소(원제: 요크의 선원 로빈슨 크루소의 생애와 이상하고 놀라운 모험)'의 주인공, 로빈슨 크루소입니다.
모험심 강한 로빈슨은 바다로 나가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고 기어코 항해를 떠납니다. 그가 그토록 바다를 갈망한 이유는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깊어요. 유럽의 배들이 전 세계를 돌며 신항로를 개척하여 신대륙을 정복하던 대항해 시대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요. 여러 차례 항해에 나선 로빈슨은 어느 날 폭풍우에 배가 난파되면서 무인도에 홀로 남습니다. 로빈슨은 난파된 배에서 쓸 수 있는 물품들을 가져와 자신이 살아갈 환경을 정비해요. 집을 짓고 생활에 필요한 살림살이를 만들 뿐 아니라 가축을 기르고 보리를 재배하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중요한 일은 일기로 남기고, 성경을 읽으며 최대한 규칙적으로 살고자 노력하지요. 자신이 외딴섬에서 일군 성과를 보며 로빈슨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성이 수학의 본질이자 근원인 것처럼 모든 것을 이성으로 이해하고 계산하여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저절로 모든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모험심 강한 로빈슨은 바다로 나가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어기고 기어코 항해를 떠납니다. 그가 그토록 바다를 갈망한 이유는 시대적 배경과 관련이 깊어요. 유럽의 배들이 전 세계를 돌며 신항로를 개척하여 신대륙을 정복하던 대항해 시대의 영향을 받은 것이지요. 여러 차례 항해에 나선 로빈슨은 어느 날 폭풍우에 배가 난파되면서 무인도에 홀로 남습니다. 로빈슨은 난파된 배에서 쓸 수 있는 물품들을 가져와 자신이 살아갈 환경을 정비해요. 집을 짓고 생활에 필요한 살림살이를 만들 뿐 아니라 가축을 기르고 보리를 재배하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중요한 일은 일기로 남기고, 성경을 읽으며 최대한 규칙적으로 살고자 노력하지요. 자신이 외딴섬에서 일군 성과를 보며 로빈슨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성이 수학의 본질이자 근원인 것처럼 모든 것을 이성으로 이해하고 계산하여 가장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저절로 모든 기술을 익힐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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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병익
"잠시 뒤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고, 말하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먼저 그의 이름을 '프라이데이(Friday)'라고 지어 가르쳐 주었다. 그의 목숨을 구해 준 날이 금요일이라는 것을 기억하려고 붙인 이름이었다. 그런 다음 우유를 질그릇에 담아 주고는 우유 마시는 법과 빵을 우유에 적셔 먹는 법을 보여 주었다. (중략) 나는 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제 그를 쓸모 있고 부리기 편하고 내게 도움이 되게 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는 것이 내 일과가 되었다."
로빈슨은 15년 만에 처음 만난 사람인 프라이데이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그를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이 아닌 미개한 풍습을 지닌 야만인으로 본 것이에요.
#이야기
당시 유럽인은 로빈슨과 같이 유럽 이외 지역에 사는 사람은 미개하고 불결하며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들을 계몽의 대상, 더 나아가 지배와 착취의 대상으로 여겼습니다. 이런 관점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린 영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와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세계 곳곳을 식민 지배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어요. 일본 역시 이런 유럽인의 생각과 문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다른 아시아 지역을 지배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지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무려 35년이나 식민 지배를 한 배경에는 이러한 의식이 깔렸어요.
이 부분에서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에 문제를 제기한 소설이 있어요.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가 미셸 투르니에가 발표한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에요. 여기서 방드르디는 프랑스어로 금요일, 즉 '프라이데이'를 뜻합니다. 미셸 투르니에는 방드르디를 새롭게 해석하여 두 사람을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요. 이 소설에서 방드르디는 주인이 만든 세계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느낄 뿐 아니라 오히려 그에게 야생의 삶을 가르치기도 해요. 이들의 관계는 주인과 하인에서 시작하지만, 점점 동등하고 인간적인 관계로 재조명되지요. 대니얼 디포의 소설에서 프라이데이가 로빈슨에게 동화되어 충성스러운 하인으로 살아가는 것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에요. 또한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은 섬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지만, 미셸 트루니에의 로빈슨은 방드르디를 통해 섬을 자연 그대로 인식하고 그 속에 적응하여 살아갑니다. 두 소설에서 18세기와 20세기를 지배한 사회 분위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현대인은 너무나 복잡한 일상과 스트레스 때문에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어 해요. 하지만 외딴섬에서 오랫동안 홀로 산 로빈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세요. 잠깐은 해방감을 느끼겠지만, 이내 외로움과 쓸쓸함이 찾아오겠지요? 이렇듯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다른 사람과 올바른 관계를 맺고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해야 한답니다. 로빈슨이 프라이데이를 대하듯, 우리가 다른 사람을 대한다면 사회는 어떻게 될까요? 자신만 우월하다는 생각으로 서로 가르치고 지배하려 들면서 각자의 정체성이 무시되겠지요? 타인이 나와 동등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요. 더불어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로빈슨 크루소처럼 모든 문제를 이성과 합리성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과학 만능주의와 도덕적 가치 판단의 저하, 지나친 효율성과 이익 강조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날 수 있어요.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