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알고 싶어요

1000명만 조사해도 선거 결과 짐작할 수 있어요

입력 : 2014.06.03 05:42 | 수정 : 2014.06.03 09:24

[여론조사]

여론이란 가마 타는 사람 아닌 가마 메는 일반인들의 의견
여론조사의 핵심은 표본 선정… 표본 골라 의견 묻는 여론조사 1930년대 미국에서 시작했죠

"전국 여론을 조사하는 데 1000명이면 충분하다고요?"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여론(輿論)조사'입니다. 특히 내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문 1면부터 여론조사 결과가 등장할 정도지요.

'여론'에서 '여(輿)' 자는 수레라는 뜻이에요. 수레를 메고 다니는 사람을 여인(輿人)이라 불렀고, 그들이 하는 소리를 여론(輿論)이라고 했다고 해요. 즉, 여론이란 학식 있는 선비나 지체 높은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힘들게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소리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선거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어느 후보를 어느 정도 좋아하고 있는가'라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가장 좋은 것은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겠죠. 돈이나 시간 문제로 요즘은 일부 사람만을 선정해서 의견을 물어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선정된 일부 사람을 '표본(標本)'이라고 하고 전체 집단을 '모집단(母集團)'이라고 합니다. 통계 기법이 잘 발달돼서 전국적으로 1000명 정도만 되면 비교적 정확한 민심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해요.

한국갤럽에서 조사원들이 설문지를 보면서 국민들의 여론을 조사하고 있다.
한국갤럽에서 조사원들이 설문지를 보면서 국민들의 여론을 조사하고 있다. /조선일보 DB
신문을 보면 'A후보자 지지율 50%, B후보자 30%, 무응답 20%. 이번 여론조사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0%포인트'라고 하는데 이해하기 어렵지 않나요?

여론조사는 표본을 조사하기 때문에 100% 정확할 수는 없어요. 사람들에게 이번 조사는 어느 정도 정확한지를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럴 때 사용하는 용어가 '신뢰 수준'과 '오차 범위'입니다.

위 사례를 해석하면 '같은 방식으로 조사를 한다면 100번 중 95번은 A후보자의 지지율은 47~53%, B후보자의 지지율은 27~33%'라는 의미입니다.

한국갤럽의 허진재 이사는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값이 아닌 추정치"라며 "실제값은 추정치로부터 최대 어느 정도 범위 안에 있을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오차 범위'"라고 했어요. 또 "'신뢰 수준'이란 실제 선거 결과가 오차 범위 내에 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95%라고 하면 100번 중 95번은 오차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1000명만 조사해도 선거 결과 짐작할 수 있어요

표본을 이용하는 여론조사는 1930년대 미국의 조지 갤럽이 시작합니다. 그의 여론조사는 1936년 미국 대선 덕분에 크게 주목받게 됩니다. 단지 1500명의 표본조사로 루스벨트 대통령의 재선을 정확히 예측했거든요. 당시 여론조사로 큰 명성을 누리던 곳은 리터러리 다이제스트(Literary Digest)라는 잡지사였어요. 이 잡지사는 1920년부터 32년까지 4번의 미국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곳이었어요. 갤럽과는 달리 엄청나게 많은 사람을 조사했어요. 1936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무려 1000만명의 사람에게 설문 엽서를 보냈습니다. 이 회사는 공화당의 랜든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실제 선거에서는 민주당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61%의 지지를 받고 당선합니다. 이 잡지는 신뢰도를 잃고 폐간되었다고 하네요.

여론조사는 표본을 잘 선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리터러리 다이제스트가 실패한 것은 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 설문지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당시 부유층은 주로 공화당 당원이 많았기에 공화당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사람이 많았던 것입니다. 표본 선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요. 홍영림 조선일보 여론조사팀장은 "설문지의 내용 및 질문 순서도 중요하지만 여론조사의 핵심은 표본 선정"이라고 말했어요.

가장 흔히 사용하는 여론조사 방법은 전화 조사입니다. 조사자가 직접 하나하나 물어가며 할 수도 있고 ARS라는 기계음을 통해 할 수도 있어요. 이외에도 조사자가 직접 개인을 방문하여 조사하는 방식과 온라인 설문을 통한 조사 방법도 있습니다.

여원주 | nie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