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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세제의 원료는 정글 팜油(유)… 낭비하면 오랑우탄 집 사라져요

입력 : 2014.06.02 05:30 | 수정 : 2014.06.02 09:26
여러분은 '정글(jungle)'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초록색 나무가 빽빽이 우거지고, 그 사이를 활보하는 수많은 동물이 떠오른다고요? 하지만 한성필 작가가 인도네시아에서 마주한 정글은 주검처럼 창백하고 앙상한 나무들이 초라하게 서 있는 차갑고 우울한 모습이었다고 해요.

샴푸·세제의 원료는 정글 팜油(유)… 낭비하면 오랑우탄 집 사라져요
/사진=한성필 사진작가

적도가 섬 중앙을 관통하는 보르네오(Borneo)는 세계에서 셋째로 큰 섬이에요.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이곳을 칼리만탄(Kalimantan)이라고 부르지요. 정글과 같은 열대우림 지역은 지구 면적의 약 6%를 차지하며, 전 세계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지구 산소의 30% 가까이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와 같은 곳이지요. 이 가운데 칼리만탄의 정글에는 특이하게도 영장류인 오랑우탄이 살아요. 몸집이 커서 나무를 잘 타지 못하는 고릴라와 달리 오랑우탄은 대부분 나무에서 생활하며 나무 열매를 즐겨 먹습니다. 그런데 수십 년 전부터 이곳에 빽빽하게 들어찼던 원시림과 그 사이를 오가던 붉은 털의 오랑우탄이 빠르게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1970년대 인도네시아는 식량 자급자족 정책을 펼치면서 수도가 있는 자바섬 주민 몇 만 명을 반강제적으로 이곳에 이주시켰어요. 그리고 밀림을 논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는데, 칼리만탄의 토질이 벼농사에 적합하지 않아서 결국 실패하고 말았지요. 이 과정에서 대규모의 산림이 파괴되었고요. 더 큰 문제는 그 후에 벌어졌어요. 이주민이 이 섬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은 벌목(伐木)과 화전(火田) 말고는 없었거든요. 칼리만탄에는 지금도 불법적인 벌목과 화전이 성행하여 정글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오랑우탄.
/사진=한성필 사진작가
특히 팜나무(기름야자) 열매로 짠 팜유의 주산지가 바로 칼리만탄이에요. 팜유는 흔히 마가린 등의 원료로만 알고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샴푸, 세제, 화장품 등에도 공통으로 들어가는 성분입니다.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산림이 1분마다 올림픽 수영 경기장(약 50m×21m) 면적의 9배 이상씩 사라지고 있어요. 또 정글이 파괴됨에 따라 이곳에 살던 오랑우탄 역시 원주민에게 쉽게 노출되어 잡아먹히거나 애완동물로 팔려나간다고 해요.

이번 주 목요일(5일)은 '환경의 날'이에요. 점점 사라지는 정글과 동물을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욕실이나 주방에서 쓰는 샴푸, 세제 등을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보세요.





김옥선 | 용인 흥덕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