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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이 말하고 싶었던 건… '사회 평등'

입력 : 2014.05.28 05:32 | 수정 : 2014.05.28 09:21

[16] 춘향전

조선시대 신분제로 차별받던 백성… 노래·이야기 만들어 불만 표출했죠

신분제 모순 지적한 춘향전이 대표적
착한 사람이 복 받는 권선징악 결말… 관리 횡포 속 백성 어려움 알 수 있죠

여러분은 SNS를 자주 이용하나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란 온라인상에서 이용자들의 관계망을 구축해 주는 서비스를 말해요.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 등이 대표적이지요. 최근에는 SNS 사용자가 늘면서 SNS에 올린 글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해요. 또 부당한 일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던 서민에게는 영향력이 큰 SNS가 자신의 처지를 널리 알리는 통로로 자리 잡기도 했지요. 그렇다면 요즘처럼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억울함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을까요?

조선시대 양반은 상소문을 작성하여 왕에게 직접 올릴 수 있었어요. 일반 백성을 위해서는 '신문고(申聞鼓)'와 '격쟁(擊錚)'이라는 제도가 있었지요. 신문고는 궁 밖에 큰 북을 달아두고 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의 이야기를 왕이 직접 듣는 제도이고, 격쟁은 국왕이 이동하는 때에 징이나 꽹과리를 쳐서 자신의 사연을 전하는 제도였어요. 백성이 자신의 처지를 왕에게 직접 알릴 기회였지만, 조선시대의 엄격한 신분제도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사용되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일반 백성은 자신의 불만을 노래나 이야기로 만들어 입에서 입으로 전하여 널리 퍼뜨렸답니다. '춘향전'도 그런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조선 숙종 때 전라도 남원에 월매라는 기생과 그의 딸 춘향이 살았어요. 조선시대 기생은 천민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춘향의 신분 또한 천할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월매는 나이 들어 어렵게 얻은 딸 춘향에게 글과 예의범절을 가르치며 훌륭하게 키웠습니다. 춘향이 열여섯 살 되던 해, 고을에 새로 부임한 사또의 아들인 몽룡은 단옷날에 그네를 뛰는 춘향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어요.

춘향전이 말하고 싶었던 건… '사회 평등'
/그림=이병익
"눈 깜짝할 사이의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도 꽃잎처럼 나비처럼 하늘을 날던 소녀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는 휭휭, 눈앞은 캄캄, 귀는 먹먹, 코는 맥맥, 입은 뻣뻣, 목은 컬컬, 가슴은 답답, 등은 쩔쩔, 손은 쏙쏙, 마음은 울적해지는 것이었다."

춘향과 몽룡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만, 몽룡이 아버지를 따라 다시 한양으로 돌아가면서 헤어질 처지에 놓여요. 몽룡은 춘향을 한양에 데려가고 싶지만, 양반 집안에서 천한 신분인 춘향을 반길 리 없지요. 결국 다시 만날 약속만 남긴 채 둘은 헤어지고 말아요. 춘향은 새로 부임한 변 사또에게 고초를 당하면서도 절개를 지키며 몽룡을 기다립니다. 당시의 엄격한 신분제도는 이처럼 남녀 간의 사랑마저 가로막는 장애물이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둘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통해 비인간적인 신분제도의 문제점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결말 속에는 백성을 억압하는 신분제도가 없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지요.


#이야기

정빈이는 드라마를 무척 좋아합니다. 드라마를 보기 위해 숙제까지 빨리 끝낼 정도예요. 언니는 그런 정빈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시대와 사건만 다를 뿐, 드라마의 결말은 항상 뻔하거든요. 하지만 정빈이는 드라마에서 착한 주인공을 괴롭히던 나쁜 사람들이 벌 받는 모습을 보면 무척 신나고 통쾌합니다. 최근 종영한 한 드라마에서도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사람의 죄가 드러나 감옥에 가는 장면을 보니 속이 다 시원했지요.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언니 말대로 어릴 때 읽은 '콩쥐 팥쥐'나 '흥부 놀부'와 같은 옛이야기의 결말도 요즘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이렇게 드라마나 책 속의 결말이 비슷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착한 사람이 복을 받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 결말을 통해 사람들에게 '착한 일을 하라'는 교훈을 주기 위해서예요. 이를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춘향전에서 권하는 착한 일이란 무엇일까요?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에 대한 약속을 지킨 두 주인공의 행동이겠지요? 특히 여성인 춘향이 목숨을 걸고 몽룡에 대한 절개를 지켰다는 점을 강조해요.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는 정절을 지키고 정성을 다하여 남편을 섬기는 것을 여성의 첫째 덕목으로 꼽았기 때문이에요. 또 춘향전에서는 변 사또를 통해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악행을 보여줍니다. 변 사또는 고을을 다스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기생들과 어울려 노는 일에만 열중했어요.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춘향을 잡아다 옥에 가두고 매질하기도 하지요. 자기 욕심을 채우고자 마구 세금을 거둬 백성의 삶을 매우 어렵게 만들었고요. 이 광경을 지켜본 몽룡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짓습니다.

"금동이의 향기로운 술은 만백성의 피요, 옥소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이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드높다."

이 시에는 탐관오리의 횡포에 힘겨워하는 백성의 처지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암행어사가 된 몽룡이 춘향을 구하고 사랑을 이루는 것이 춘향전의 결말이지만, 조금 더 나아가 생각해 보면 몽룡은 수탈을 일삼던 탐관오리를 처벌하여 힘없는 백성을 구해낸 영웅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당시 백성은 이러한 영웅의 출현을 기다렸다는 뜻이지요. '춘향전' 같은 이야기 속에는 조선 사회의 모습과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의 소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춘향전’의 배경이 되는 조선시대에는 신분제도가 남녀 간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남녀 간의 사랑을 가로막는 장애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주영 |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