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강철보다 강한 거미줄… 방탄복도 만들죠

입력 : 2014.05.27 05:31 | 수정 : 2014.05.27 09:01

거미줄로 집을 짓고 사냥하는 거미, 곤충 아닌 절지동물 '거미류'에 속해
배 끝에 있는 돌기에서 나오는 거미줄… 강도·탄성 좋아 큰 사냥감 잡기 쉬워
연필 두께로 짜면 제트기도 멈추게 해

"와~ 나도 스파이더맨처럼 거미줄을 쏠 수 있으면 좋겠다."

가정의 달을 맞아 5월에는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영화가 많이 상영되었어요. 그중에서도 거미 같은 초능력을 가진 영웅 '스파이더맨'이 등장하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지요.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은 유전자 조작 기술로 만들어진 수퍼 거미에게 물리면서 초능력을 갖게 되었어요. 물론 거미에게 물리는 것만으로 인체의 유전자가 변형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요. 인체의 유전자 구조는 매우 튼튼해서 특수한 효소나 방사선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다른 유전자와 결합하거나 변형되지 않거든요. 이처럼 영화는 우리의 상상이 섞인 이야기지만, 그 속에서 과학적인 요소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특히 스파이더맨은 거미가 가진 생물학적 특성을 잘 활용하며 실제 거미의 행동을 모방하기도 한답니다. 자, 오늘은 거미에 대해 함께 알아볼까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사람들은 흔히 거미를 '곤충'이라고 생각하지만, 거미는 곤충과 다른 점이 무척 많아요. 곤충은 몸이 머리·가슴·배의 3부분으로 나뉘며, 3쌍의 다리를 가졌어요. 그리고 더듬이와 날개도 있지요. 또 성장할 때 모습이 크게 바뀌는 '변태(變態)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거미는 몸이 가슴과 배로 나뉘고 4쌍의 다리를 가지며, 더듬이와 날개가 없어요. 그리고 대부분의 거미는 변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성장하지요. 그래서 거미는 절지동물 가운데 '거미류'에 속해요. 곤충과 거미, 그리고 새우와 게 같은 갑각류, 지네 같은 다지류는 모두 다리(肢)에 마디(節)가 있기 때문에 '절지(節肢) 동물'로 분류합니다.

거미의 가장 큰 특징은 거미줄로 집을 짓고 사냥한다는 점이에요. 거미줄은 배 끝 부분에 있는 3쌍(6개)의 거미줄 돌기에서 나와요. 돌기의 끝은 몸속의 실샘과 연결되는데, 실샘에서 만들어진 액체가 실관을 지나 거미줄 돌기로 나오는 과정에서 굳어져 거미줄이 됩니다. 영화에서 스파이더맨이 거미줄을 건물에 부착하여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을 봤지요? 실제로 거미도 거미줄을 이용해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한답니다. 거미는 번지점프를 하듯 배 끝에 실을 매달고 공중에 흔들흔들 떠 있다가 강한 바람이 불면 몸을 최대한 펼쳐 멀리 날아가요. 또 높은 곳으로 올라가 거미줄을 조금씩 뿜어내면 가벼운 거미줄에 의해 공중으로 뜨는 힘이 생겨 날아오를 수도 있다고 해요. 바람을 타고 3㎞ 높이로 올라가 300㎞ 거리까지 날아가는 거미도 있다고 하니, 정말 놀랍지요? 거미는 이렇게 날아가다가 나뭇가지나 건물 등에 닿으면 재빨리 다리를 오므려 달라붙어요. 거미가 걸어서는 이동할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장소에서도 발견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비행 능력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거미줄의 강도와 탄성이에요. 거미줄은 거미의 몸속에서 만들어지는 일종의 단백질인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가장 강한 천연섬유라고 해요. 강철보다 무려 20배나 강하다고 하지요. 가느다란 실처럼 보이는 거미줄이 강철보다 강하다니 좀 의아하지요? 하지만 동일한 조건으로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거예요. 강철을 거미줄 두께만큼 얇게 만든다면 훨씬 쉽게 끊어지고, 반대로 거미줄을 강철 두께로 만든다면 강철보다 튼튼하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거미줄은 방탄복에 주로 사용되는 '케블라 섬유'보다 4배나 질겨서 이미 방탄복을 만드는 데도 활용하고 있어요. 거미줄을 자세히 보면 여러 가닥이 꼬인 형태인데, 거미줄을 연필 두께로 짜면 제트기도 멈추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고 해요.

또 거미줄은 탄성이 좋아 평소 길이의 4배까지 늘어날 수 있어요. 탄성은 충격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지요. 딱딱한 볼링공을 차면 발이 몹시 아프지만, 축구공은 아무리 강하게 차도 발을 다치지 않지요? 그 이유는 축구공이 찌그러지면서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이에요. 탄성이 없는 실은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주면 쉽게 끊어지지만, 고무줄은 순간적으로 늘어나며 잘 끊어지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지요. 거미줄도 마찬가지예요. 거미줄에 커다란 사냥감이 충돌하면, 거미줄은 끊어지지 않고 늘어나면서 사냥감의 힘을 서서히 흡수합니다. 그리고 사냥감이 발버둥을 치더라도 늘어나고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사냥감을 기진맥진하게 하지요.

그럼 거미는 왜 자신이 만든 거미줄에 걸리지 않을까요? 거미는 용도에 따라 다른 성분을 가진 거미줄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해요. 보통 8종의 거미줄을 생성하는데, 거미는 자신이 이동하는 부분에는 끈적이지 않는 줄을 치고, 먹이를 잡는 부분에는 끈적이는 줄을 칩니다. 그리고 먹이가 걸리면 거미줄의 진동을 감지하여 바로 달려올 수 있지요.

거미의 겉모습만 보고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을 거예요. 하지만 알고 보면 거미는 대부분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오히려 해충을 잡아먹어 도움을 주기도 해요. 또한 과학자들은 거미줄을 연구하여 의류·의학·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지요. 또한 거미는 쉬지 않고 집을 짓고 수리하는 매우 부지런한 동물이에요. 못 쓰게 된 집도 버리지 않고 먹어서 재활용하는 살림꾼에다 모성애도 매우 강한 동물이랍니다. 어때요? 거미의 장점을 알고 나니, 징그럽게만 여기던 거미가 달리 보이지 않나요?

[함께 생각해봐요]

거미는 먹이를 먹은 지 20분 정도면 거미줄을 만드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르게 먹이를 소화한다고 해요. 거미가 이렇게 빨리 먹이를 소화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거미는 먹이를 먹을 때 자신의 소화효소를 먹이의 몸속에 미리 주입하여 녹인 후에 액체 상태로 만들어 빨아먹어요. 1차적으로 분해된 음식을 먹기 때문에 소화가 빠른 것이지요. 우리가 먹는 꿀도 사실 벌이 미리 소화시켜 놓은 물질이에요. 그래서 소화력이 약한 사람도 쉽게 소화할 수 있답니다.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동물의 한 살이' 3학년 2학기 '동물의 세계'

조영선 | 과학학습도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