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자연

살림꾼 일벌… 하루 10번 넘게 꿀 실어 나른대요

입력 : 2014.05.22 05:27 | 수정 : 2014.05.22 09:20
꽃향기를 맡는데 갑자기 붕붕~ 꿀벌이 나타나 깜짝 놀란 적이 있니? 어쩌면 꿀벌에 쏘인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 그때 혹시 '이렇게 무서운 벌은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하고 바라진 않았니? 분명히 즐거운 기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꿀벌을 미워하면 곤란해. 꿀벌은 한번 침을 쏘면 창자가 빠져나와 곧 죽는단다. 꿀벌이 침을 쏘았을 땐 죽기를 각오한 거야.

대개 꿀벌은 누군가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침을 쏘지 않으니까, 서로 조심하며 사는 게 좋아. 꿀벌의 배 끝에는 독주머니도 있지만, 꿀을 모으는 주머니도 있어. 이 주머니를 꿀로 가득 채우면 집으로 돌아가지.

꿀벌 집에는 한 마리의 여왕벌과 다수의 수벌,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일벌이 모여 살아. 몇만 마리씩 함께 모여 살기도 해. 여왕벌은 하루에 1000개도 넘는 알을 낳는데, 수벌은 짝짓기 때만 나타나서 짝짓기한 뒤에 곧 죽어.

꿀벌.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곤충')
일벌은 꿀과 꽃가루를 모으고, 애벌레를 기르고, 집을 치우는 등 온갖 일을 도맡아 하지. 별의별 일을 다 하는 부지런한 일벌은 알고 보면 더 대단해. 한 번에 제 몸무게의 절반에 가까운 꿀을 나르는데, 하루에도 열 번 이상 집과 꽃 사이를 오가지. 따뜻한 날에는 2km 떨어진 먼 곳까지 나가기도 해. 뒷다리에는 수백만 개의 꽃가루 뭉치를 달고 다녀.

벌은 식물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란다. 벌이 꽃 사이를 날아다니며 꿀을 따는 동안 꽃가루를 퍼뜨리거든. 이건 우리 사람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농작물 가운데 벌이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게 무려 71종이나 되거든.

벌은 사람이 기른 가장 오래된 곤충 가운데 하나야. 그런데 2000년대 중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꿀벌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무척 걱정된단다. 꿀벌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잘살 수 있을까?


박윤선 | 생태교육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