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8월에 씨 뿌리면 5월에 통통한 양파 되지요

입력 : 2014.05.22 05:30 | 수정 : 2014.05.22 09:20
오늘 아침 반찬으로 무얼 먹었나요? 골고루 가리지 않고 잘 먹었나요? 그럼 질문 하나 할게요. 우리가 먹는 쌀과 채소는 어디에서 올까요? 시장이나 마트에서 왔다고요? 그럼 그전에는 어디서 왔을까요? 어떤 친구는 쌀이 나무에서 열린다고 대답하기도 하고, 어떤 친구는 공장에서 만든다고 대답하기도 해요. 도시에 사는 친구들은 농사짓는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쌀이나 채소가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예요. 특히 밭에서 이파리만 보고 마늘과 양파를 자신 있게 구분하는 어른은 드물걸요? 둘의 이파리는 아주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리거든요.

농촌에서는 이제 곧 양파를 수확할 거예요. 양파는 더위가 한풀 꺾인 8월 말에 씨를 뿌리면 밭에서 가을과 겨울을 지내고 봄에 쑥쑥 자라다가 5월이면 알이 통통해져요. 양파를 많이 심는 농촌 마을은 5월 말에서 6월 초에 양파 수확으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답니다. 이 시기에 양파밭에 가보면 밭이 온통 붉은색일 거예요. 왜 붉은색이냐고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엄마가 시장에서 사온 양파 껍질은 무슨 색이었나요? 눈물 나게 매운 양파 껍질은 붉은색이지요? 농부들이 밭에서 뽑아놓은 양파 색깔이 밭을 붉게 물들인답니다.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8월에 씨 뿌리면 5월에 통통한 양파 되지요
/웅진주니어 '양파밭 아이'
그런데 양파를 수확할 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밭에서 뽑아 줄기를 자른 양파는 비를 맞으면 썩어서 못쓰게 됩니다. 그래서 양파 수확기에 농촌은 더욱 바빠져요. 6월 중순이면 장마가 시작되기 때문이에요. 길어야 열흘 남짓한 기간에 양파를 거둬들이려면 농부들은 단 한 순간도 허투루 쓸 수 없습니다. 옛날 우리나라 농촌에서는 농사가 한창 바쁜 시기인 '농번기' 때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선생님이 혼내지 않았어요. 학교에 가지 않으니 좋겠다고요? 천만에요! 그날은 노는 날이 아니라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드는 날이었어요. 그때는 아이들도 바쁜 어른들의 일손을 도와야 했거든요. 오랫동안 공들여 키운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하답니다.

오늘 여러분 가정의 식탁에 올라온 당근, 양파, 시금치는 이렇게 농촌에서 시장을 거쳐 우리 집으로 옵니다. 지금쯤 농촌에서는 양파 수확이 시작되었을 거예요. 붉게 물든 양파밭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오늘 저녁 반찬으로 올라올 양파가 조금은 달리 보일 것 같지 않나요?


[부모님께]

양파 같은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무척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 식탁에 올라온 쌀 한 톨, 양파 한 조각에는 일년 내 논밭을 오가는 농부의 정성 어린 손길이 묻어 있어요. 오늘 저녁에는 우리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자녀에게 일깨워 주세요.


이태화 | 어린이 책 출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