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경제

'즐거움은 크게, 아쉬움은 작게'… 어디서나 적용되는 의사결정 원칙

입력 : 2014.05.20 05:43 | 수정 : 2014.05.20 09:06

여러분은 "인생은 BCD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인데, 알파벳 B와 D 사이에 C가 있는 것처럼 우리는 태어나서(birth) 죽는(death) 순간까지 끊임없이 선택(choice)하며 산다는 의미입니다. 이 말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선택을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졸린데 잠을 더 잘까?' '빨리 일어나서 학교에 가야 할까?' 하고 고민했지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나 돈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어요. 그래서 늘 고민하고,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지요. 나중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최대한 현명하게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답니다. 이를 경제학적으로는 '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 표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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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이런 상황을 한번 상상해 봐요.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친구들이 게임을 하러 PC방에 가자고 해요. 하지만 오늘은 선생님께서 매우 많은 숙제를 내주셨어요. 지금 바로 집에 가서 숙제해도 밤늦게까지 해야 겨우 끝낼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두 가지를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먼저 친구들과 놀면 재미있겠지요? 반대로 숙제하면 선생님께 혼나지 않을 테니 마음이 놓이고요. 이렇게 어떤 선택을 해서 얻는 즐거움이나 만족감을 '편익(便益)'이라고 해요. 그런데 게임을 하러 가면 숙제를 못 하니 내일 선생님께 혼날 것 같아 불안하겠지요? 그냥 집에 가서 숙제하면 친구들과 놀지 못해 아쉬움이 남을 거예요. 이렇게 어떤 것을 선택하지 못해 느끼는 아쉬움을 '기회비용(機會費用)'이라고 합니다. 즉 기회비용은 여러 가지 선택지 중 무엇인가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하게 되는 것의 값어치랍니다. 사실 편익과 기회비용은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느끼기 때문에 선택도 각자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럼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란 무엇일까요? '즐거움을 크게, 아쉬움은 작게' 만들어야겠지요? 맞아요! 편익은 가장 크게(극대화) 하고, 기회비용은 가장 작게(최소화) 하는 선택을 했을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해요. 이때 주의할 점이 있어요. 이미 쓴 돈이나 지나가 버린 시간처럼 되돌릴 수 없는 '매몰비용'에 매달리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친구들과 PC방에 가기로 하고, 가는 길에 다 함께 햄버거를 먹으며 어떤 게임을 할지 의논했다고 해봐요. 그런데 햄버거를 다 먹고도 PC방에 갈지, 집에 가서 숙제할지 고민이 돼요. 그럴 때 '이미 햄버거까지 먹으며 의논했으니 PC방에 가야 한다'고 결정해선 안 된다는 거예요. 햄버거를 먹으며 쓴 돈과 시간, 즉 매몰비용을 따지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습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금융 생활을 하는 데도 꼭 필요해요. 대표적 금융 상품인 예금과 주식을 살펴보면, 예금통장에 돈을 넣었을 때는 정해진 이자를 받으며 통장에 있는 돈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지만 높은 수익을 얻기는 어려워요. 그 돈으로 주식을 사면 어떨까요? 주식 가격이 오를 때는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주식 가격이 내려가면 투자한 돈을 다 날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금융 상품을 고를 때도 편익과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어떤 상품을 이용할 때 가장 만족스럽고 덜 후회할지를 잘 따져야 한답니다.

[1분 상식] '매몰비용'이란 무엇인가요?

매몰비용(埋沒費用·sunk cost)은 이미 써버려서 어떤 형태로든 되돌릴 수 없는 돈이나 시간 등의 비용을 말해요. 매몰비용과 관련해서는 초음속 콩코드 여객기 개발 사업을 추진한 영국과 프랑스의 일화가 유명하지요. 두 나라는 1960년대부터 콩코드 여객기를 개발하는 데 큰 비용을 들였다는 이유로 수익성도 없는 이 사업을 포기하지 않았다가 더 막대한 손실을 보았거든요. 이 일로 매몰비용과 유사한 의미인 ‘콩코드의 오류’라는 말도 생겼답니다.

송종호 |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선임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