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오늘은 '미터(m)'가 세계 공통 단위 된 날이죠
미국의 화성기후궤도탐사선 폭발, 도량형 달라 생긴 대표적인 사고였죠
1875년 세계 표준으로 지정된 미터
길이 단위지만 모든 도량형 기본 돼… 넓이·부피·질량 단위까지 정해줘요
측정은 우리 생활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요. 시계를 보는 것은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고, 옷을 고를 때도 길이를 측정하며, 식품을 살 때는 무게를 측정하지요. 그래서 측정 기준을 통일하지 않으면 우리는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자, 한번 생각해 보세요. 학교와 우리 집의 시곗바늘이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요? 등교 시각을 정확히 지키기가 어렵겠지요? 길이와 무게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체중계마다 다른 수치를 나타낸다면 체급이 중요한 운동경기에서는 선수들의 체급을 맞추지 못해 큰 혼란을 겪을 거예요. 단위의 통일이 왜 중요한지 조금 알겠지요?
- ▲ 그림=정서용
길이, 무게, 부피 등의 양과 그것을 측정하는 도구를 총칭하여 '도량형(度量衡)'이라고 해요. 즉 측정 기준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도량형의 통일'이 과학에서 중요한 이유는 다양한 과학 법칙과 기술이 정확한 측정을 통한 실험과 관측으로 발견되고, 개발되기 때문이에요. 어떤 제품을 혼자서 만든다 하더라도 하나의 측정 도구만 사용하여 부품을 만들어야 그 부품들이 정확히 맞물리게 조립할 수 있어요. 여럿이 함께 만들 때도 마찬가지예요. 모두 똑같은 자를 써야 부품 길이가 어긋나지 않겠지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한 일에서도 같은 도량형을 사용해야 원활하게 작업할 수 있답니다. 실제로 도량형이 통일되지 않아 생긴 불상사도 많았어요. 대표적인 사례로, 미 항공우주국의 화성기후궤도탐사선 폭발 사고를 들 수 있지요. 탐사선 제작팀은 길이 단위로 야드(yard·1야드는 91.44㎝)를 사용했는데, 미 항공우주국은 이를 미터로 착각하여 탐사선을 원래 계획보다 100㎞나 낮은 궤도로 진입시킨 거예요. 그 결과 탐사선은 화성 대기권과의 마찰열로 인해 폭발하고 말았어요. 사람이 타지 않은 무인기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사람을 태운 우주선이었다면 정말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겠지요? 과학 분야에서 국가 간 협력이 늘어나는 만큼 도량형의 통일, 즉 표준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표준'이란 개념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요? 나라마다 시기는 다르지만, 공통점은 세금을 공평하게 거둬들이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지요. 여러분은 '암행어사'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마패를 들고 호령하며 탐관오리를 혼내주는 모습이 떠오른다고요? 그런데 왕이 암행어사에게 하사하는 것은 마패뿐만이 아니었어요. 놋쇠로 만든 유척(鍮尺)도 함께 주었답니다. 유척은 길이를 측정하는 도구, 즉 자예요. 암행어사가 왜 자를 가지고 다녔을까요? 당시에는 세금을 화폐가 아닌 곡식이나 옷감, 특산물 같은 물품으로 내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지방의 수령 중에는 세금 받는 그릇을 크게 만들거나 옷감 길이를 재는 자를 크게 만들어 규정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여 자기 몫으로 숨기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암행어사는 나라의 표준자인 유척으로 수령들의 속임수를 간파해 냈던 것이지요. 세금 외에도 곤장을 때리는 몽둥이 같은 형벌 도구의 크기가 규정에 맞는지 알아보는 데도 쓰였다고 해요. 이처럼 표준은 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을 수 있는 힘까지 지녔답니다.
국제적인 도량형의 통일은 프랑스 과학자들이 시작했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근대 화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있어요. 라부아지에는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세계 공통의 도량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인이 납득할 수 있도록 지구의 크기에서 표준을 얻기로 결정하고, '북극에서 적도까지 거리'의 1000만분의 1을 길이 단위로 삼자고 했어요. 그것이 바로 '미터(m)'랍니다. 미터는 길이 단위 이상의 큰 의미를 지녔어요. 미터는 모든 도량형의 기본이 되거든요. 넓이의 기본단위인 아르(are)는 변의 길이가 10m인 정사각형의 넓이(100㎡)이고, 부피의 기본단위인 리터(L)는 1㎥의 1000분의 1로, 초기에 질량의 기본단위인 그램(g)은 1㎤의 그릇에 담긴 0℃(현재는 4℃)의 순수한 물의 질량으로 정해졌어요. 즉, 길이의 단위로 넓이·부피·질량의 단위까지 정해진 거예요. 그래서 국제 표준 도량형을 '미터법'이라고 부른답니다.
전 세계에서 똑같은 크기의 자를 만들 때도 표준이 되는 자가 필요해요. 그것을 '원기'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도록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으로 1미터 길이의 금속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변형이 잘 일어나지 않는 금속이라도 온도, 압력 등에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절대 변하지 않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진공에서 빛이 1/299792458초 동안 나아간 거리'를 '1미터'로 새로 정의했지요.
'표준'은 과학기술을 향상시켜 수많은 발명품을 열매 맺게 하는 거름과 같아요. 우리나라 또한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려면 표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국제단위계(SI)에서는 m(길이), ㎏(질량), s(시간) 같은 기본단위의 조합으로 만든 새로운 단위를 ‘유도단위’라고 이름 지었어요. 속도의 단위 ‘m/s’, 밀도의 단위 ‘㎏/㎥’등이 유도단위가 되지요. 유도단위의 종류와 그 유도단위는 기본단위들이 어떻게 조합되어 만들어졌는지 알아보세요.
[관련 교과] 4학년 1학기 '무게 재기' 6학년 2학기 '에너지와 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