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피로 묶인 우리 가족… 유전자로도 묶여 있어요
부모님과 내가 닮은 건 유전물질 때문
DNA로 구성된 몸속 세포 염색체에는 엄마·아빠의 유전정보가 반반씩 있죠
생김새·성격·체질도 닮게 하는 DNA, 범인 찾거나 신원 확인 때도 사용해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날 등 5월은 가정에 관련된 행사가 많은 '가정의 달'이에요. 5월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가지며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여러분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나요? 쉽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학자마다 가족의 정의에 대한 생각이 달라요. 어떤 학자는 가정은 결혼한 부부로부터 시작되어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하고, 또 어떤 학자는 꼭 부모와 자녀 관계가 아니더라도 혈연 또는 양자 관계로도 가족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이 밖에도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공통점은 가족 구성원끼리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활발히 교류하며 생활한다는 점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혈연관계라는 점이에요.
'혈연(血緣)'이란 '피로 묶였다'는 의미예요. 가족을 설명할 때 혈연이란 말을 쓰게 된 이유는 부부가 자녀를 낳으면 부부의 피가 섞인 아이가 태어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이런 표현이 과학적으로도 옳을까요? 여러분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생김새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닮았어요. 생김새뿐만 아니라 성격이나 체질까지 닮기도 하지요. 이렇게 어떤 형질이 다음 세대에도 이어져 나타나는 것을 '유전(遺傳)'이라고 해요. 그렇다면 이런 유전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 몸속에 '유전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 ▲ 그림=정서용
모든 사람은 자기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손가락의 무늬인 지문만으로도 개개인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지요. 최근에는 목소리나 눈의 홍채 모양을 인식하여 구별하는 전자기기도 등장했고요. 그런데 개인을 식별하는 데 가장 정확한 자료는 DNA (deoxyribonucleic acid)라는 물질이에요. 사람의 세포 하나하나에는 '핵'이 있고, 그 핵 속에는 23쌍, 즉 46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어요. 이 염색체는 마치 사다리를 꼬아놓은 것 같은 모양의 DNA로 구성되는데, 이 DNA에 유전에 관련된 정보가 숨어 있는 것이지요. DNA는 인간의 모든 세포에 동일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세포가 포함된 혈액, 모근, 피부 조각 등으로 DNA를 분석할 수 있어요. 그래서 범인을 찾아내거나 신원을 확인할 때, 혈연관계를 판별할 때 DNA 분석을 활용하고 있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유전정보가 어떻게 자녀 세대에 이어지는 것일까요? 새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생식세포인 정자와 여성의 생식세포인 난자가 만나 하나의 세포가 만들어져야 해요. 그 세포를 '수정란'이라고 하는데, 그 수정란에도 23쌍(46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지요. 그런데 이상하지요?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는 23쌍의 염색체가 들어 있는데 어떻게 정자와 난자가 만나 46쌍이 아닌 23쌍의 염색체가 든 수정란을 만들 수 있을까요? 그것은 정자와 난자에는 각각 23개의 염색체만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면 23쌍의 염색체가 되는 거랍니다. 이렇게 수정란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정보가 반반씩 들어 있기 때문에 자녀가 부모의 형질을 반반씩 물려받게 되지요.
수정란이 신비로운 것은 하나의 세포로 출발하여 피부를 만들고, 뼈를 만들고, 다양한 장기를 만들어내며 완벽한 생명체로 성장한다는 거예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다음 4~6일이 지나면 '배아(胚芽)'가 되는데, 이 단계의 세포들은 인체에 필요한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여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는 태아의 혈액은 엄마의 혈액과 섞여 있을까요? 태아와 엄마는 서로 연결되어 한 몸이나 다름없으니 혈액도 같을 거라 생각하는 어린이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섞이지 않는다고 해요. 엄마와 태아의 피는 태반을 중심으로 나뉘어 있지요. 태아의 피는 노폐물과 이산화탄소를 걸러 엄마의 피 쪽으로 보내고, 엄마의 피는 영양분과 산소를 태아의 피 쪽으로 보낸다고 하지요. 이렇게 나뉘어 있는 이유는 태아가 아빠의 유전자도 받아서 혈액형이 엄마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수술 시 수혈을 받을 때도 혈액형이 같지 않으면 혈액이 굳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하는 것처럼 엄마와 태아의 혈액이 섞이면 치명적이기 때문이지요. 어떤가요? 이런 과정을 살펴보면 '피로 묶였다'는 말보다는 '유전자로 묶였다'는 말이 더 과학적이지 않을까요? 하지만 혈액세포 또한 유전자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혈연'이란 말도 아주 틀렸다고 볼 수만은 없겠네요.
그런데 1세대가 지날 때마다 유전정보가 전해지는 비율은 급격히 낮아져요.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2분의 1(50%), 형제자매 사이에는 4분의 1(25%), 사촌 사이에는 8분의 1(12.5%)로 낮아지고, 8촌만 되어도 128분의 1(0.78%)로 1%도 닮지 않게 되지요. 재미있게도 여러분의 부모님, 즉 부부 사이는 유전적으로 완전히 다릅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두 남녀가 만나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가 된다는 점이 참 신기하지요? 부모님의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은 여러분은 부모님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부모님이 여러분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유는 여러분이 부모님을 하나 되게 한 사랑의 결정체이기 때문 아닐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아빠의 혈액형은 A형, 엄마는 B형일 때 나는 O형이 될 수 있을까요?
해설: O형이 될 수 있어요. 혈액형의 유전인자는 A, B, O 세 가지로 이것이 조합되어 총 6가지 형태(AA·AO·BB·BO·OO·AB)가 만들어져요. AA·AO는 A형, BB·BO는 B형이 되지요. 만약 A형인 아빠가 AO, B형인 엄마가 BO의 유전인자를 가졌다면 ‘OO’의 유전인자를 가진 자녀가 태어날 수 있어요.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우리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