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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만은 조국에 묻어 달라"… 나라 사랑한 쇼팽의 마음 알 수 있죠

입력 : 2014.05.07 06:15 | 수정 : 2014.05.07 09:04

[81] 폴란드 바르샤바

폴란드 지도
동유럽에 있는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국민 600만명을 잃는 등 유럽 열강 사이에서 큰 고난을 겪었어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6월 유럽 순방 일정에 폴란드 바르샤바를 포함했어요. 폴란드는 러시아, 독일 등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고통스러운 역사를 이어 온 나라예요. 구시가지에 위치한 바르샤바 역사박물관은 1939년 9월 1일부터 1945년 1월 17일까지 제2차 세계대전 동안 화염과 폭격으로 시민 65만명이 목숨을 잃고, 시가지의 85%가 파괴된 역사를 숫자로 기록하고 있어요. 바르샤바 시민이 폐허에서 손과 손을 맞잡은 모습, 벽돌을 나르며 삽과 도구를 들고 도시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노력하는 모습도 함께 보여주지요. 이렇게 복원된 바르샤바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구시가지 잠코비 광장에는 폴란드 왕궁이 있어요. 왕궁은 독일 나치의 공격으로 1944년 파괴되었다가 폴란드 국민의 성금으로 옛모습을 찾았지요. 정문에는 파괴되었을 당시 문 하나와 몇 개의 골조만 남았던 왕궁의 사진이 있습니다. 왕궁 높은 곳에서 십자가와 칼을 든 지그문트 3세(1566~1632)의 동상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지그문트 3세는 1596년 폴란드의 부흥을 위해 수도를 크라쿠프에서 바르샤바로 옮기고 폴란드의 전성기를 이끈 왕입니다.

쇼팽박물관에 전시된 쇼팽의 피아노 사진
쇼팽박물관에 전시된 쇼팽의 피아노예요. /위키피디아

여러분이 잘 아는 음악가 쇼팽도 폴란드 사람이에요. 1945년 바르샤바에 문을 연 쇼팽박물관에는 그가 사용했던 피아노와 직접 쓴 악보, 화려하고 굴곡 많은 삶을 담은 그림, 일기 등 수집품 7000여점이 전시돼 있어요. 러시아의 지배 아래 혁명과 봉기가 계속되던 폴란드를 떠나 오스트리아 빈, 프랑스 파리 등에서 생활한 쇼팽은 늘 조국을 그리워했습니다. 그는 프랑스에서 숨을 거두며 자신의 영혼을 상징하는 심장만은 조국에 묻어달라고 말했대요. 그래서 쇼팽의 심장은 바르샤바의 성 십자가 성당에 묻혔답니다. 성당 내부의 흰 대리석 비석이 그의 삶과 조국에 대한 사랑을 기리고 있습니다.

성 십자가 성당(Holy Cross Church)은 고난의 역사를 이겨낸 폴란드인의 뿌리 깊은 신앙을 보여주는 곳이에요. 폴란드 출신 교황인 요한 바오로 2세의 모습도 만날 수 있지요. 예배당 내부 중앙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십자가를 떠받치는 천사의 동상은 모두 화려한 금빛을 띄고 있어요.

폴란드 왕궁 사진
폴란드 왕궁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침공으로 무너졌다가 국민 성금으로 다시 지어졌대요. /위키피디아

노벨상을 받은 여성 과학자 퀴리 부인 역시 폴란드 출신입니다. 그가 결혼 전 살았던 바르샤바 생가에는 1차 대전 때 군인들을 치료하면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퀴리 부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퀴리 부인이나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살았던 쇼팽 등 폴란드를 대표하는 인물들은 고난 속에서도 뜻을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자신을 바치는 헌신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네요. 오바마 대통령이 바르샤바를 방문하기로 한 날은 폴란드의 '자유의 날'이라고 합니다. 25년 전 폴란드가 공산주의에서 벗어나 첫 번째 민주 선거를 치른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고난의 역사를 딛고 일어선 강한 폴란드 국민이 앞으로는 영원한 자유를 누리며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1분 상식] 퀴리 부인은 누구인가요?

마리 퀴리(1867~1934)는 폴란드 출신의 여성 과학자예요. 그녀는 프랑스에서 남편과 방사능 연구를 하며, 1898년 조국 폴란드의 이름을 딴 ‘폴로늄’을 발견하고, 같은 해 12월 ‘라듐’을 발견했어요. 이 공로로 1903년 남편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1911년에 두 번째 노벨상(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딸 이렌과 함께 X선 장치를 실은 구급차를 마련하여 많은 부상자를 살리기도 했지요. 1934년 세상을 떠난 퀴리 부인은 지난 1995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프랑스의 국가적 위인들만 안장되는 파리 판테온으로 이장되었어요.

황수진 | 교원 올스토리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