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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불국사… 하늘의 신과 왕래했다는 표훈대사가 살았던 곳

입력 : 2014.05.06 05:31 | 수정 : 2014.05.07 09:01

'신라 경덕왕 10년(751년)에 김대성이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짓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 석불사를 짓기 시작했으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죽자 혜공왕 때인 774년에 나라와 집안에서 완성하였다.'

'삼국유사'에 나오는 석굴암에 대한 이야기예요. 석굴암의 원래 이름이 석불사(石佛寺)였답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김대성은 신라 신문왕(재위 681~692) 때 서라벌 모량리에서 태어나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죽었고, 후에 김문량이라는 재상(★)의 아들로 다시 태어났다고 해요. 이 밖에도 삼국유사에는 석굴암과 관련된 전설 같은 이야기가 여러 편 전해집니다.

‘삼국유사’ 사진
‘삼국유사’는 1281년경 고려 후기의 승려 일연이 편찬한 역사서예요. /문화재청
석굴암을 짓는 데 몰두하던 김대성이 힘들게 석불을 조각하고, 큰 돌 하나를 다듬어 감실(★)을 덮는 천장돌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만 돌이 세 조각으로 쪼개지고 말았지요. 김대성은 크게 실망하여 그 자리에서 지쳐 쓰러졌고, 이내 잠들고 말아요. 날이 밝자 잠에서 깨어난 김대성은 깜짝 놀랐어요. 자신이 잠든 사이에 하늘에서 신(神)이 내려와 천장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것이에요. 김대성은 벌떡 일어나 남쪽 고개에 올라가 향나무를 태워 신의 도움에 감사드렸다고 해요.

그럼 불국사와 석굴암에는 누가 머물렀을까요? 두 절이 워낙 유명하니 대단한 인물이 머물렀을 것 같다고요? 맞아요. 불국사와 석굴암을 누가 처음 관리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이곳에 대단한 승려가 머문 것은 사실이랍니다. 바로 표훈대사라는 승려예요. 그는 의상대사의 제자로 의상십철(義湘十哲) 중의 한 사람이며, 신라십성(新羅十聖)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해요.

불국사 사진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불사(석굴암)를 지었다고 해요. /문화재청

삼국유사에 따르면, 자식이 없던 신라 경덕왕이 표훈대사에게 하느님께 가서 아들을 점지해달라고 부탁하라고 했대요. 표훈대사가 하늘에 올라가 경덕왕의 뜻을 전하자, 하느님은 딸을 얻을 수 있으나 아들은 안 된다고 답했어요.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경덕왕은 다시 딸을 아들로 바꿔달라고 부탁하지요. 표훈대사는 다시 하늘에 올라가 경덕왕의 소원을 전합니다. 그러자 하느님은 '그 소원을 들어줄 수는 있으나 딸을 아들로 바꾸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고 경고해요. 하지만 경덕왕은 아들을 낳을 수 있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져도 좋다고 했어요. 이후 경덕왕은 만월부인에게서 아들을 얻었는데 그가 신라 제36대 임금인 혜공왕이에요.

그 뒤 신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혜공왕 때 신라는 궁궐 안의 질서가 문란해지고, 궁궐 밖에서는 여러 재난으로 민심이 사나워져 반란이 끊이지 않았어요. 혜공왕은 나랏일은 돌보지 않고 못된 일만 저지르다가 김지정이란 인물이 반란을 일으켰을 때 살해당하고 말았고요. 표훈대사가 전한 하느님의 말처럼 된 것이에요.

[1분 상식] '의상십철'과 '신라십성'은 누구를 말하나요?

의상십철(義湘十哲)은 신라 화엄종의 창시자인 의상대사가 배출한 뛰어난 10명의 승려를 말해요. 표훈대사를 비롯하여 오진·지통·진정·진장·도융·양원·상원·능인·의적대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들은 ‘의상 십대제자’로 불리기도 했지요. 신라십성(新羅十聖)은 신라 최초의 절인 흥륜사(興輪寺) 금당에 모셔진 10명의 이름난 승려를 말해요. 아도·염촉·혜숙·안함·의상·표훈·사파·원효·혜공·자장대사가 신라십성에 속하지요. 신라시대 불교가 널리 퍼지는 데 기여한 승려들을 흥륜사에 모신 것으로 짐작돼요.


★재상(宰相): 임금을 돕고 모든 관원을 지휘·감독하는 일을 맡아보던 이품 이상의 벼슬.

★감실(龕室): 불교·유교·가톨릭 등 종교에서 신위 및 작은 불상·초상·성체 등을 모셔둔 곳을 말함.

지호진 | 어린이 역사 전문 저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