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불교, 어떻게 인도에서 세계로 퍼졌을까?
입력 : 2014.05.02 05:38
| 수정 : 2014.05.02 09:01
[부처님 오신 날]
통일국가 '마우리아' 왕이었던 아소카, 영토확장 위해 죄 없는 많은 사람 희생
죄책감 느낀 왕은 부처의 가르침 아래 새 통치하며 인도에 큰 변화 일으켜
비단길 따라 중국 등 전세계로 전파
먼 옛날, 지금의 인도와 네팔 국경 부근 히말라야 산기슭에 작은 나라가 있었어요. 기원전 563년 음력 4월, 이 나라의 왕비였던 마야 부인은 아기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향했습니다. 그녀는 길을 가던 중 네팔의 룸비니라는 곳을 지나가다 아름다운 호수를 만났어요. 호수에서 몸을 씻고 잠시 쉬는 사이, 갑자기 진통이 찾아왔습니다. 마야 부인은 나무 아래에서 아들 고타마 싯다르타를 낳았어요. 이 아이는 먼 훗날 '깨달음을 얻은 자'라는 뜻의 '부처'라는 이름을 갖게 되지요. 그리고 자비와 평등의 종교, 불교(佛敎)를 만들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4월 8일(올해는 양력 5월 6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지키며, 이날 연등행렬·법회·방생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요. 불교를 믿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날짜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 부처님 오신 날을 크게 기념합니다. 그런데 인도의 작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불교가 어떻게 세계적인 종교가 되었을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음력 4월 8일(올해는 양력 5월 6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지키며, 이날 연등행렬·법회·방생 등 다양한 행사를 열어요. 불교를 믿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날짜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모두 부처님 오신 날을 크게 기념합니다. 그런데 인도의 작은 나라에서 만들어진 불교가 어떻게 세계적인 종교가 되었을까요?
- ▲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지난달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봉축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탑등 점등식이 열렸어요. /이명원 기자
아소카는 왕이 된 후 영토를 넓히고자 칼링가를 침략했어요. 보병 60만명, 기병 10만명, 코끼리 9000마리로 구성된 대군을 이끌고 치열한 전투를 벌였지요. 이 전투로 10만명의 사람이 죽고, 15만명이 포로가 되었습니다. 바람대로 왕국의 영토는 넓어졌지만, 아소카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어요.
'무엇을 위해 사람을 죽였을까' '왜 여자와 어린아이처럼 죄 없는 사람이 희생되어야 했을까' 등 많은 후회가 밀려왔지요. 승리의 기쁨은 잠시였고, 죄책감에 잠 못 드는 밤이 늘어났어요. 잔인한 왕이었던 아소카는 칼링가 전투를 계기로 자신의 욕심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비'와 '평화'라는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왕국을 통치하기로 마음먹지요.
- ▲ (사진 왼쪽)아소카 왕은 나라 곳곳에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돌기둥을 세웠어요. 그가 세운 사자 장식 돌기둥은 지금 인도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사진 오른쪽)아소카 왕은 자비와 평화를 통치 이념으로 삼고, 그리스·이집트 등 전 세계로 불교를 전파했어요. /Corbis/토픽이미지, 위키피디아
아소카 왕은 이러한 내용을 절벽의 바위나 돌기둥에 새겨 널리 알리도록 했습니다.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수십 개의 돌기둥이 세워지고, 사람들은 자비와 평등을 실천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사르나트에 세운 사자 장식 돌기둥은 오늘날 인도의 상징이 될 만큼 아름답게 만들어졌지요. 아소카는 부처와 관련된 유적지를 순례하고 돌기둥을 세웠어요. 오랜 세월 방치된 룸비니가 부처의 탄생지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아소카가 세운 돌기둥 덕분이었답니다. 그는 부처의 몸에서 나온 사리를 찾아내 8만4000개로 나누어 각 지역에 전하고, 사리를 보관하는 스투파(탑)를 곳곳에 세웠다고 해요. 그리고 불교를 전파하는 사람들을 지중해 주변의 그리스·마케도니아·이집트·시리아 등으로 파견했습니다. 아소카의 아들과 딸이 동남아시아의 실론(지금의 스리랑카)에 불교를 전하면서 미얀마·태국까지 불교가 퍼져 나갔어요. 욕심을 버리고 자비와 평등을 강조하는 불교 교리에 아소카의 노력이 더해져 세계적인 종교로 성장하기 시작한 거예요.
한때 잔인한 왕의 상징이던 아소카는 이제 '평화'를 상징하는 왕이 되었어요. 지금도 많은 인도인이 아소카를 인도를 대표하는 왕으로 기억한답니다. 불교에서는 위대한 왕을 '전륜성왕(轉輪聖王)'이라고 부르는데, 아소카는 속세(俗世·불교에서 일반 사회를 이르는 말)를 다스리는 전륜성왕이라는 칭송을 받아요. 아소카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우리아 왕국은 멸망하지만, 불교는 계속해서 퍼져 나갔지요. 이후에 들어선 쿠샨 왕국의 카니슈카 왕은 비단길을 따라 중국·우리나라·일본 등 동북아시아 지역에 불교를 전파했답니다.
세월호 참사의 슬픔 속에 맞이하는 부처님 오신 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소카가 세운 돌기둥에는 저마다 다른 내용이 담겼지만, '경건한 마음과 생명 존중, 정직한 태도'는 공통으로 강조되어 담긴 덕목이에요. 요즘 이 말의 의미가 더 가슴 깊이 와 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