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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록파 시인 박목월… 전래 자장가는 시와 같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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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목월은 청록파 시인 중 한 사람이에요. 1946년 조지훈·박두진과 ‘청록집’이라는 합동 시집을 펴냈어요.
잠을 충분히 자야 어린이의 뼈와 근육이 발달한다는 건 알겠지만, 잠이 잘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요? 엄마께 자장가를 불러 달라고 할까요? 의젓한 초등학생 체면에 그럴 수는 없다고요? 여러분이 더 어렸을 때 엄마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들던 기억을 떠올려 봐요. 자장가 가사와 선율이 생각나나요? '잘 자라 우리 아가/ 앞뜰과 뒷동산에/ 새들도 아기 양도/ 다들 자는데….' 이 자장가는 1800년대부터 사람들에게 '모차르트 자장가'로 널리 알려졌어요. 이 곡이 모차르트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작곡가 베른하르트 플리스의 작품이라는 사실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밝혀졌지요. 그런데 이 땅에 서양음악이 전해지기 전에도 자장가가 있었을까요?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어릴 때 자장가를 들으며 자라셨을까요?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꼬꼬닭아 울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멍멍개야 짖지 마라 우리 아기 잠을 깰라.'
'금자동아 옥자동아 수명장수 부귀동아/ 금을 주면 너를 사랴 은을 주면 너를 살까/ 나라에는 충성둥이 부모에겐 효자둥이/ 동기간에 우애둥이 동네방네 귀염둥이.'
우리 조상이 부르고 듣던 전래 자장가예요. 이러한 전래 자장가는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데, 따로 작곡가나 작사가가 알려지지 않았어요. 민요(民謠)이기 때문이지요. 민요란 예부터 백성 사이에서 저절로 생겨나 불리던 노래를 말해요. 작사가나 작곡가 없이 서민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노래이지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부르던 노래이다 보니 부르는 사람이나 지방에 따라서 가락과 가사가 조금씩 달라요. 전래 자장가 역시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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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요는 백성 사이에서 저절로 생겨나 불리던 노래예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민요는 부르는 사람이나 지방에 따라 가락과 가사가 조금씩 달라요. /조인원 기자
1970년에 음악의 도시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세계 자장가 대회가 열린 적이 있대요.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가 자기 나라의 자장가를 불러서 세계 각국 아기들을 빨리 잠들게 하는 대회였지요. 슈베르트나 브람스 등 세계적 음악가의 자장가를 제치고, 놀랍게도 우리나라 할머니가 부른 자장가가 1등을 차지했다고 해요. 당시 대회에 참가한 할머니는 성한 치아가 없어 발음조차 명확하지 않았지만, 할머니가 웅얼웅얼 자장가를 부르자 아기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가장 빨리 깊은 잠에 빠졌다고 해요.
4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우리 전래 자장가는 가락이 끊임없이 반복돼요. 그래서 단조롭고 지루하게 들리기도 하지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4박자 노래가 주는 안정감이 아기들을 쉽게 잠들게 했다고 생각한대요. 4박자 자장가는 우리 심장박동과도 일치하는데, 아기들은 엄마 배 속에서부터 익숙하게 들어온 심장박동 소리와 비슷한 자장가에 안정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이 말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맞는 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민요를 들으면 왠지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전래 자장가도 그렇고요. 그래서일까요? 청록파 시인 박목월은 자장가에 대해 이렇게 말했대요. "자장가야말로 우리가 처음으로 이 세상에서 듣게 된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시다."
[1분 상식] '청록파(靑鹿派)'란 누구를 말하나요?
시인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을 가리켜 '청록파'라고 해요. 1946년 '청록집(靑鹿集)'이라는 시집을 함께 펴내면서 청록파로 불렸지요. 1939년 문예지 '문장(文章)' 추천으로 등단한 이들은 저마다 시적 세계나 표현이 다르지만, 일제강점기 말에 한글로 작품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비슷해요. 자연을 소재로 하여 인간의 심성을 표현한 시를 썼으며 광복 후에도 시의 순수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 역시 세 사람의 공통점이지요.
★불문(不問): 묻거나 가리지 않는다는 말.